살아 있는 예술로 재탄생한 패트리모니 컬렉션
샤넬의 패트리모니 컬렉션은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끊임없이 재창조하며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시간의 기록이자 자유의 선언이다.

파리 리츠 호텔 스위트룸 발코니에서 촬영한 가브리엘 샤넬, 1937.
“주얼리가 그 시대의 흔적을 남기듯, 제 주얼리도 샤넬 주얼리의 흔적으로 간직되기를 원합니다.”
–가브리엘 샤넬
Origins of Elegance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은 하이 주얼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녀가 선보인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은 당시 주얼리의 전통적 틀을 과감히 깨고, 주얼리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정의했다. 샤넬에게 주얼리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여성의 내면과 외면을 아우르는 표현 수단이었다. 어린 시절의 종교적 상징,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 러시아 황실의 고풍스러운 장식, 베니스 궁전의 웅장함, 르네상스와 중세 예술에서 받은 영감을 절묘하게 융합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심플함과 대담함이라는 두 극단을 동시에 담아내며, 여성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독립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비쥬 드 디아망’은 통일된 테마와 일관된 스타일을 지닌 최초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기록된다. 가브리엘 샤넬은 전시 연출에도 심혈을 기울여 마네킹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직접 스타일링하고, 의상과 액세서리를 맞춰 컬렉션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더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로 패션과 주얼리, 무대 예술이 완벽히 융합된 순간이었다. 컬렉션 피스들은 다이아몬드, 모조진주, 유리공예품 등 이색적인 소재가 조화를 이루며 샤넬 특유의 여성스러우면서도 당당한 미학을 담았다. ‘비쥬 드 디아망’은 하이 주얼리가 귀족의 전유물이 아닌, 현대 여성을 위한 일상의 예술로 거듭나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경제 상황과 다이아몬드 시장 변화로 인해 미판매 작품들은 해체되거나 런던 다이아몬드 협회로 반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륌 브로치, 꼬메뜨 브로치 등 일부 작품은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샤넬 하이 주얼리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특히 꼬메뜨 브로치는 2000년 제네바 경매에서 샤넬로 돌아와 전설이 되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하이 주얼리 여정은 1971년까지 이어졌으며, 그녀의 작품과 정신은 1993년 파인 주얼리 사업부 출범과 함께 ‘패트리모니 컬렉션’으로 새롭게 보존 및 재해석되고 있다.

샤넬 패트리모니 컬렉션이 보관되어 있는 샤넬 파리 방돔 부티크 공간.
“우리 주얼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입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추구했던 자유와 혁신의 정신을 오늘날까지 이어가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패트리스 레게로
Legacy and Revival
1993년, 샤넬은 하이 주얼리 사업부를 공식 출범시키며 하우스의 전통을 보존하는 새 장을 열었다. 이는 가브리엘 샤넬의 주얼리 작품을 한데 모으고, 독창적 비전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결정적 움직임이었다. 패트리모니(Patrimoine)는 프랑스어로 유산을 뜻하며, 샤넬의 독립적 정신과 시대를 초월하는 스타일을 계승하는 전통이다. 복원 작업은 스케치와 주문서 없이 보관된 작품을 추적하는 긴 여정이었다. 340개 이상의 관련 기사, 전시 사진, 초대장, 뉴스 필름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1932년 전시 영상도 재발견됐다. 이를 바탕으로 패트리모니 컬렉션은 단순 복제가 아닌 당시의 정신과 스타일을 충실히 반영하는 살아 있는 예술로 다시 태어났다. 1993년부터 2015년까지 샤넬은 원본과 동일한 36점의 리에디션을 선보이며 전통을 이어갔고, 2009년부터 파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를 이끈 패트리스 레게로는 초기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2012년과 2022년에는 ‘1932’ 헌정 컬렉션이 탄생해 샤넬 주얼리의 역사적 깊이를 현재와 연결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The Essence of Patrimoine
방돔 광장 18번지에 위치한 샤넬 워치 & 파인 주얼리 부티크는 ‘패트리모니’ 컬렉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샤넬의 역동적인 역사와 혁신적 창의성이 집약된 이 컬렉션은 네크리스, 브로치, 이어링, 브레이슬릿, 워치, 링, 오브제 등 800여 점에 달하며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아방가르드 미학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인다. 패트리모니는 단순한 주얼리 컬렉션을 넘어 정교한 세공 기술과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영감을 샤넬 고유의 시그너처로 재탄생시킨 예술의 결정체다. 별자리 ‘사자자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콘스텔라시옹 뒤 리옹’, 아이코닉한 향수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N°5’, 그리고 아이코닉한 트위드 소재에서 영감을 받은 ‘트위드’ 컬렉션 등 각 작품은 전통을 존중하는 동시에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담아내며 하우스의 독창적인 미학을 완성한다. 초기 주얼리 400여 점과 워치 및 오뜨 오롤로지 작품 390여 점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샤넬 주얼리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특별한 전시장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억의 창고라 할 수 있다. 작품들은 N°5, 까멜리아, 사자, 밀, 별, 꾸뛰르, 비잔틴, 코로만델 등 샤넬을 대표하는 상징적 테마별로 정교하게 분류되어 서로 다른 요소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한층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패트리모니는 단순한 유산을 넘어 전통과 혁신,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로서 영원한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파리 방돔 광장 18번지 샤넬 부티크 전경.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