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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채성준이 말하는 도시 건축에 대하여

CULTURE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도시 건축 그리고 예술.

스티븐 홀 아키텍츠(Steven Holl Architects), 바이스/만프레디(Weiss/Manfredi) 등 미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 사무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거장들과 함께 휴스턴 미술관, 프랭클린 앤 마셜 대학교 등 세계적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자 채성준. 그는 2018년 귀국 후 건축설계 스튜디오 SPOA와 건축을 기반으로 한 ESG 전문 컨설팅사 그룬닷을 설립해 지속 가능한 도시 건축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즈 글로벌 멤버십 ‘프리즈 커넥트’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동시대 예술과 건축의 접점을 넓혀가는 중이다.
건축가라는 직업을 통해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런 그에게 미술 작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하나의 디자인 요소와 같다. “제 클라이언트 중에는 컬렉터거나 취향이 확고한 분이 많아요. 다채로운 아트 피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작품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지 늘 저희와 상의하죠. 가끔은 개인 수장고 설계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작품이 설치되고, 보관되고, 컬렉션이 바뀌는 일련의 과정을 고민하면서 공간을 이루는 하나의 구성 요소로서 미술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이러한 경험은 그의 건축 철학으로 이어진다. 그가 건축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는 ‘타임리스’로, 장식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형적 레이아웃을 탈피해 새로운 공간 경험으로 이끄는 설계가 우선되어야 공간이 본연의 품격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후에는 클라이언트와 협업해 개인의 취향을 섬세하게 반영하며 공간의 완성도를 높인다.
아직 컬렉팅이라기엔 거창하지만, 하나둘 작품을 사 모으는 그가 프리즈 커넥트에 가입한 데에는 자신만의 뚜렷한 취향을 기르려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진정한 컬렉터라면 트렌드나 투자 목적에 따라 움직일 게 아니라 주관에 맞춰 작품의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리즈 커넥트를 통해 예술과 문화를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어요. 또 작가들과 직접 마주할 수 있고요. 저도 디자인을 하지만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 반면, 작가들은 자유롭게 작업하고 작품이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클라이언트가 생기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창작하는 이들의 생각이나 철학을 듣는 것이 무척 흥미롭고 작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죠.”
지난 5월 채성준 건축가는 프리즈 커넥트 활동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건축’을 주제로 한 토크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디자인, 기술, 정책이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방식을 심도 있게 이끌어낸 자리로, 결국 그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은 기존 환경을 원활하게 유지, 관리하면서 현재 사회 시스템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가 설계를 맡은 볼라 코리아 쇼룸을 예로 들면, 20년가량 방치돼 있던 한옥과 양옥을 각각 레노베이션해 하나의 조화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어요. 사실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처음부터 짓는 거죠.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전 흔적과 가치를 보존하며 현시대에 맞게 개조하는 것이 옳다고 봐요.”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축물 역시 타임리스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화려한 외관보다는 단순한 형태를 취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에이징되는 재료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레이아웃을 바꿀 수 있는 오픈ㅁ 스페이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신축이든 레노베이션이든,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는 데 중점을 둡니다. 예술 작품처럼요.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이 바뀌어도 언제든 저마다 이야기를 품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죠.”
현재 그가 이끄는 SPOA는 스위스 뒤리히 건축 사무소와 함께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 설계 공모에 참여하고 있다. 시안을 들여다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공공장소로서의 활용을 고려한 광장이다. 하나의 기념비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만한 공연장을 지상이 아닌 지하에 배치하고, 광장 양옆에는 갤러리, 리테일 스토어, 오피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2개 동을 구성했다. 이 또한 그가 중요시하는 지속가능성의 연장이다. 지상을 시민에게 내어줌으로써 광장이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도시에서 생명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 이는 그가 바라보는 도시와 건축의 상호작용과 맞닿아 있다. “도시 디자인적 관점에서 도시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건축물이라는 개별 세포가 모여 도시라는 클러스터를 이루는 것과 같아요. 이를 생존, 유지하도록 하는 혈액 같은 존재는 인간이고요. 결국 건강한 세포를 만들려면 건축물 하나하나가 지속 가능한 요소를 갖춰야죠. 도시가 진화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소프트웨어적 조화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사진 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