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하이 주얼리의 관습과 경계의 변화
변화의 언어, 2025년 하이 주얼리가 말하다.

총 6가지 방식으로 착용 가능한 이터널 선 네크리스 Louis Vuitton High Jewelry
2025년 하이 주얼리 시즌이 막을 내렸다. 파리에서 로마까지, 전 세계 그랜드 메종들의 컬렉션을 되돌아보니 한 가지가 명확해졌다. 올해는 업계 전체가 역사적 변곡점을 맞은 해다. 디자인 철학부터 제작 기술, 착용 방식에 이르기까지 주얼리의 모든 것이 재정의되었고, 전통적 하이 주얼리의 관습과 경계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나가 열이 되는 변신
변화의 중심에는 트랜스포머블 디자인이 있다. 하나의 주얼리가 여러 형태로 자유자재로 변하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낮에는 캐주얼한 펜던트로, 저녁에는 우아한 목걸이로, 특별한 순간에는 대담한 브로치로 탈바꿈한다. 현대인의 다면적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접근 방식이다. 이런 변신의 철학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한 것은 루이 비통의 ‘버츄어시티’ 컬렉션이다. 이터널 선은 7년간 수집한 총 30.06캐럿의 극도로 희귀한 27개의 타입 Ib 옐로 다이아몬드와 14캐럿 옐로 다이아몬드, 3.88캐럿 LV 스타 컷 다이아몬드가 만드는 찬란한 황금빛 하모니를 바탕으로 최대 여섯 가지 스타일로 변형 착용이 가능하다. 중앙의 라운드 옐로 다이아몬드를 탈착해 반지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하나의 주얼리가 완전히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는 혁신을 보여준다. 까르띠에는 이런 변신의 개념을 한층 예술적으로 발전시켰다. ‘앙 에킬리브르’ 컬렉션의 파보셀은 공작새를 뜻하는 프랑스어 이름처럼, 58.08캐럿 스리랑카산 카보숑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오픈워크 구조의 다이아몬드가 공작새 깃털의 생동감을 표현하며, 네크리스에서 브로치, 펜던트로 자연스럽게 변형된다. 중요한 점은 변형 과정에서도 작품의 미적 완성도가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와 결합되어 더욱 깊이를 더한다. 샤넬의 ‘프리 무브 벨트’네크리스는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별과 날개 모티브로 네 가지 착용 방식을 제안하며, 티파니 ‘블루 북 2025: 씨 오브 원더’ 컬렉션의 씨홀스 챕터는 쟌 슐럼버제의 1968년 해마 브로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11캐럿이 넘는 퍼플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문스톤, 블루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가 조화를 이루며, 1600시간의 정교한 수작업을 거쳐 세 가지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게 완성했다. 한편 부쉐론과 그라프는 변신 디자인에 철학적 의미를 더했다. 부쉐론의 ‘임퍼머넌스’ 컬렉션은 엉겅퀴가 브로치에서 크로스보디 주얼리로, 목련이 헤어 주얼리에서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로, 나비가 자석 구조를 통해 숄더 브로치로 변신하며 덧없음이라는 컬렉션 테마를 시각화한다. 이렇듯 멀티웨어와 변신 디자인은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조각가가 된 주얼러
변신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트렌드는 주얼리의 조각화다. 올해 하이 주얼리는 클래식한 우아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각적 대담함으로 시선을 끌었다. 주얼리를 착용 가능한 조각품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며 각 브랜드는 자사의 철학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서 가장 철학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 메종은 부쉐론이다. ‘임퍼머넌스’ 컬렉션 컴포지션 n°5의 엉겅퀴는 초고해상도 3D 프린팅으로 뾰족한 가시까지 실물처럼 조각한 뒤, 600개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꽃 내부에 실로 꿰어 고정하는 혁신적 쿠튀르 세팅 방식을 선보였다. 컴포지션 n°2의 목련은 실제 나무를 3D 스캔해 가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조각적 균형감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까르띠에의 ‘앙 에킬리브르’ 컬렉션도 조각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차강 네크리스는 몽골어로 ‘하얀’을 뜻하는 이름처럼 눈표범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화이트 골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 오닉스가 기하학적 구조 안에서 동물의 실루엣을 암시한다. 모투 링은 7.8캐럿 페어 셰이프 투르말린과 깊은 호수 같은 컬러감을 조각적 형태로 승화시켰다. 이런 미래적 기술과는 대조적으로, 돌체앤가바나의 ‘알타 조엘레리아 로마’는 과거로의 여행을 택했다. 대리석 파우더로 신화 속 영웅들의 조각상을 부조로 완성하고 고대 로마 금화를 펜던트에 세팅한 마스터피스는 수천 년의 시간을 압축한 조각적 서사를 자랑한다. 쇼메 ‘주얼스 바이 네이처’ 컬렉션의 와일드 로즈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꽃잎 하나하나에 입체적 볼륨을 부여, 8.23캐럿 옐로 다이아몬드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조각품을 만들어냈다. 한편, 포멜라토와 피아제는 역사적 유산을 조각 언어로 재해석하는 길을 택했다. 포멜라토는 체인 자체를 조각적 오브제로 승화시켜 1970년대 체인 혁명의 역사를 품었고, 피아제는 ‘셰이프 오브 엑스트라레간자’ 컬렉션의 칼레이도스코프 라이츠를 통해 1960~1970년대 옵아트의 모자이크 패턴과 유기적 곡선을 입체적 공간으로 구현했다. 그라프가 파리 오트 쿠튀르 위크에서 공개한 1963 하이 주얼리 세트도 눈에 띈다. 그래픽적 디자인을 리듬감 있게 조합해 미래를 향한 활력이 박동하는 1960년대 감성을 표현했으며,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측면에 라운드 파베 에메랄드를 은밀하게 더한 섬세한 기술력도 인상적이다.
색채, 감정을 말하다
조각적 진화와 더불어 2025년 하이 주얼리에선 색채가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각 원석이 고유한 메시지를 품고, 이 조합은 착용자만의 스토리를 완성한다. 색채 언어의 진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불가리의 ‘폴리크로마’ 컬렉션이다. 컬러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이 컬렉션에서 불가리는 241.06캐럿 콜롬비아 에메랄드를 세팅한 마그누스 에메랄드 네크리스, 131.21캐럿 타지키스탄 스피넬을 세팅한 셀레스티얼 모자이크 네크리스를 통해 압도적인 컬러 스펙트럼을 연출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블랙 오팔의 부상이다. 루이 비통 ‘버츄어시티’ 컬렉션의 30.56캐럿 호주산 블랙 오팔은 레드와 그린의 신비로운 조합으로 하나의 스톤 안에서 마법 같은 색채 변화를 보여준다. 피아제 역시 ‘플로잉 커브스’ 컬렉션에서 희귀한 블랙 오팔을 선보이며, 창립자 이브 피아제의 “이 세상은 마치 오팔과도 같다. 저마다 다른 멋과 색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철학을 구현했다. 이처럼 단일 보석 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새로운 색채 언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강렬한 컬러 대비를 추구한 것은 아니다. 디올의 ‘디오렉스퀴즈’ 컬렉션은 섬세한 감정 번역에 집중했다. 차가운 화이트와 실버로 겨울의 순수함을 나타내고, 파스텔 톤 플로럴 모티브로 봄의 생동감을 연출했다. 비비드 컬러 젬스톤으로는 여름의 열정을, 웜톤의 깊이 있는 컬러로는 가을의 성숙함을 드러냈다. 기술적 혁신 역시 색채 표현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디올이 선보인 오팔을 오닉스나 자개 위에 세팅해 하늘이나 물의 신비로운 색조를 표현하는 오팔 두블레 기법이나,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투명한 반짝임을 구현하는 ‘플리크-아-주르’ 기법이 대표적이다. 타사키는 색채 언어의 완성된 형태를 보여준다.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진주 등 다섯 가지 보석이 저마다 다른 감정을 담아내 색채가 진정한 감정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젬스톤의 르네상스
2025년은 젬스톤 자체의 역사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보석들이 메인 스테이지로 올라서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 변화를 이끈 것은 투르말린이다. 루이 비통의 ‘플로레센스’ 컬렉션에서 붉은빛 루벨라이트와 푸른빛을 띠는 인디콜라이트를 대담하게 활용한 작품들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하나의 스톤 안에서 블루와 그린으로 나뉜 바이컬러 투르말린은 바다에서 숲까지 자연의 모든 색감을 담아냈다. 사파이어 역시 새롭게 주목받았다. 123.35캐럿 스리랑카 슈거로프 사파이어를 세팅한 불가리 코스믹 볼트 네크리스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전설적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깊고 강렬한 로열 블루를 자랑하고, 피아제 작품에서는 다양한 블루 톤 사파이어가 오렌지빛 스페사틴 가닛, 핑크 사파이어와 대조를 이루며 화려하게 빛난다. 프레드의 ‘1936’ 컬렉션은 컬러 스톤의 조화로운 만남을 보여준 대표작으로 꼽힌다. 콜롬비아 에메랄드, 실론 블루 사파이어, 모잠비크 루비를 아르데코 양식 아치 패턴으로 재해석, 1936년 프레드 사무엘이 파리에서 선보인 모던하고 자유로운 정신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이런 컬러 스톤의 약진 속에서도 옐로 다이아몬드의 부상이 가장 주목할 만했다. 4~5년에 한 번 발견될 정도로 희귀한 불가리 에센스 오브 옐로 링의 45캐럿 팬시 비비드 옐로 다이아몬드는 전체 다이아몬드 중 800만분의 1에 해당한다. 루이 비통 이터널 선부터 쇼메 와일드 로즈의 8.23캐럿 팬시 비비드 옐로까지, 옐로 다이아몬드가 2025년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프레드의 ‘솔레이 도르 선라이즈’ 컬렉션도 1977년 발견된 100캐럿 이상의 전설적 옐로 다이아몬드에서 영감을 받아 아르데코 양식으로 황금빛 광채를 표현했다.
가치와 규칙, 모든 것이 새로워지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가치 기준이 있다. 캐럿과 가격표가 전부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주얼리에 담긴 스토리가, 착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리고 개인적 의미가 진정한 가치를 결정한다. 정해진 착용법도 사라졌다. 개인의 감성과 창의성이 새로운 룰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주얼리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얼마나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가?’, ‘나만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되었다. 주얼리가 하나의 소장품에서 일상의 파트너로 인식되며 착용자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예술품으로 바뀌고 있다.
2026년을 위한 전망
2025년 하이 주얼리 시즌을 돌아보니 변화의 핵심이 보인다. 변신하는 디자인, 조각적 표현, 개인의 스토리를 담은 색채 언어. 루이 비통의 ‘이터널 선’이 완판되고, 부쉐론의 ‘임퍼머넌스’가 화제가 된 이유다. 아름다움을 넘어 착용자의 일상과 함께 호흡했기 때문이다. 이제 하이 주얼리는 더 이상 금고 속 보물이 아니다. 매일의 삶과 함께 변화하는 파트너가 되었고, 우리는 주얼리를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준비가 되었다.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
에디터 Choi Wonhee(wh@noblesse.com)
작가 Yoon Sungwon(jewelry speci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