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예술을 품은 섬, 라나이

ARTNOW

또 한번의 기록적인 여름이 지났다. 무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우리는 언제나 지상낙원으로의 도피를 꿈꾸기 마련이다. 올해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수놓은 하와이 라나이섬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과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Urs Fischer, The Breach, 2017. Courtesy of the Artist. © Urs Fischer.

Marc Quinn, Burning Desire, Painted Bronze, 2011. Courtesy of the Artist. © Marc Quinn.

하와이는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하와이 총 6개 섬으로 이뤄졌다. 동식물이 살아 숨 쉬는 울창한 숲, 신비로운 활화산, 평화로운 해변과 같이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이곳은 모두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지만,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섬은 길들지 않은 자연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럭셔리 리조트를 품은 라나이다.
‘정복의 날’을 뜻하는 라나이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부호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이러한 관심은 돌(Dole)의 창립자 제임스 돌(James Dole)이 1922년 라나이 대부분을 사들여 대규모 파인애플 산지로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1985년 그의 지분은 회사를 인수한 데이비드 머독(David Murdock)에게 넘어갔고, 최근 라나이 ‘억만장자 바통’을 이어받은 이는 오라클(Oracle) 최고경영자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이다. 엘리슨은 오늘날까지 섬의 98%를 소유하며 섬 이름을 둘러싼 설화처럼 그곳을 ‘정복’한 인물이 되었다.
이곳을 환경친화적 럭셔리 관광지로 개발하길 원한 엘리슨의 비전은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이하 포시즌스 라나이)와 센세이 라나이를 통해 실현되었다. 그 중심에는 예술이 자리한다. 두 리조트를 배경으로 펼쳐진 거대한 ‘조각 공원’은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은 물론, 신중하게 엄선한 대가들의 수작을 곳곳에 선보이며 투숙객에게 자연 가운데 빛을 발하는 아트의 진가를 보여준다.
먼저 포시즌스 라나이의 마넬레 골프 코스에는 스위스의 세계적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의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The Breach’가 우뚝 서 있다. 언덕 위에서 광활한 태평양을 고요히 독대하는 이 작품은 20m가 넘는 압도적 높이와 주재료인 캐스트 알루미늄, 스테인리스스틸 특유의 무게감이 돋보이며, 멀리서도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위가 굽은 작품의 형태는 고래가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일컫는 ‘브리칭(breaching)’ 행위를 연상시킨다. 작업 당시 피셔는 라나이 전역을 뒤덮은 파인애플밭의 직사각형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 최고의 해변으로 선정되기도 한 훌로포에베이에 근접한 라나이 오션 시어터 야외 정원에는 인도 뭄바이 출신인 영국 현대미술가 애니시 커푸어의 ‘Tall Tree and the Eye V’를 설치했다. 이는 2023년까지 11년간 서울 리움미술관 야외 덱에서 볼 수 있던 ‘Tall Tree and the Eye’와 같은 연작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혁신적 재료와 기법, 그리고 시지각적 착시 등을 활용하는 커푸어는 97개의 스테인리스스틸 구(sphere)를 사용해 가까이 다가서는 이들의 형상을 왜곡된 형태로 반사하는 동시에, 움직이는 이들을 추적하며 시각적 흥미를 돋운다. 같은 연작에 속한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만큼 복잡한 구조로 설계한 작품은 의외로 유기적 외관을 갖추었다.

Emily Young, Cautha, Clastic Onyx, 2012. Photo by Robb Gordon. © Emily Young.

Fernando Botero, Reclining Woman, Bronze, 2003. Photo by Robb Gordon. © Fernando Botero.

Jeff Koons, Aphrodite, Mirror-polished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Based on Royal Dux Czech Republic Figurine), 2016~2021. Photo by Phillip Sowers. © Jeff Koons.

센세이 라나이의 로비 전경. Courtesy of Sensei Lanai, A Four Seasons Resort.

포시즌스 라나이를 떠나 호텔 셔틀을 타고 내륙으로 들어가면 힐링과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센세이 라나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파, 온천, 피트니스는 물론 각종 웰빙 클래스를 들으며 몸과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선사하는 이곳은 실내외 모든 공간에 유명 미술관에서 볼 법한 작가의 작품이 20점 넘게 전시되어 있다. 호텔은 더욱 가치 있는 문화 예술 경험을 추구하기 위해 ‘더 아트 워크(The Art Walk)’라는 온라인 가이드도 제공한다.
센세이 라나이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1층 그레이트 홀에 자리 잡은 제프 쿤스의 ‘Aphrodite’일 것이다. 17세기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유럽의 도자 인형을 모델로 한 연작 ‘Porcelain’의 일부인 이 작품은 20세기 초 체코에서 생산한 로얄 덕스(Royal Dux) 인형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작품의 재료가 도자가 아닌 스테인리스스틸이라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러한 반전 역시 작가의 위트를 반영한 듯하다. 그레이트 홀 한가운데서 오고 가는 투숙객을 내려다보도록 배치한 작품은 키치한 모습으로 유쾌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어 야외 정원을 거닐다 보면 익숙한 실루엣이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보테리스모(Boterismo)’ 스타일을 창시한 콜롬비아 출신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조각으로, 총 7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3점은 ‘기대어 있는 여인’을 주제로 한 ‘Reclining Woman’으로, 미술사적으로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헨리 무어를 포함한 수많은 작가가 다뤄온 여성의 모습을 보테로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한편, 로비 뒤쪽에는 스페인 작가 하우메 플렌사의 조각 ‘Talaia’가 설치되어 있다. 조각으로 형상화한 인물은 두 눈을 감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눈앞의 세상을 지켜보고 있는 느낌을 자아내며 작가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보는 각도에 따라 흥미로운 시각 효과를 연출한다. 마지막으로 연못가에 꽃핀 마크 퀸의 ‘Burning Desire’를 빼놓을 수 없다. 작품명처럼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대형 난초를 형상화한 브론즈 조각은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동시에 오묘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난초의 꽃잎은 자연의 관능적 아름다움을 포착하며 투숙객을 그 곁으로 초대한다.

 

이승민(wh-bn 대표)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라나이, 센세이 라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