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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가 그린 찬란한 색의 만화경

FASHION

일본 최대 규모의 주얼리 전시회,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

불가리의 헤리티지와 함께 오감을 통해 색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장.

불가리의 헤리티지와 함께 오감을 통해 색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장.

로마의 황금빛 석양이 연상되는 ‘시트린 브레이슬릿’.

골드에 제이드, 코럴, 에메랄드 등을 장식한 ‘지아르디네토 브로치’.

지난 9월 15일, 일본 도쿄 국립 신미술관이 눈부신 색채로 물들었다. 컬러의 대가 불가리가 일본에서 10년 만에 여는 대규모 전시의 막을 올린 것이다. ‘만화경(Kaleidoscope)’에서 영감받은 전시명 ‘칼레이도스(Kaleidos)’처럼, 이번 전시는 시시각각 변화하며 조화를 이루는 색의 조각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미학을 탐구한다. 불가리는 하이 주얼리와 헤리티지 컬렉션, 그리고 현대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색’이라는 키워드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관람객이 오감을 통해 색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요소를 더해 몰입감을 한층 높였다.

색으로 쓰는 불가리의 역사
불가리의 색채 미학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표현의 철학’에 가깝다. 대부분의 하이 주얼리 하우스가 여전히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중심의 조합을 고수하던 1950년대, 불가리는 과감하게 옐로 골드에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를 결합했다. 여기에 당시 준보석으로 여기던 애미시스트, 시트린, 튀르쿠아즈 등 생동감 넘치는 컬러 스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시그너처인 카보숑 컷을 통해 색의 깊이와 강도를 극대화했다. 이 대담함은 당시 주얼리업계의 규범을 완전히 뒤집으며 불가리에 ‘컬러 젬스톤의 대가’라는 명성을 안겼다. 색채를 통해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새로운 주얼리 언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불가리 헤리티지 큐레이터 지슬랭 오크레망은 “불가리에 색은 장식이 아닌 존재 언어다. 각 보석은 화가의 붓질처럼 감정과 빛을 담아낸다”고 말한다. 이렇듯 불가리에 ‘색’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은 어쩌면 필연일 것이다.

변화하는 색의 향연을 선보이며 전시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원 오브 어 카인드 소투아르’.

색과 빛, 불가리가 그리는 아름다움의 스펙트럼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전은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했으며, 관람객은 감각적인 공간을 따라 색의 세계를 여행하듯 탐험하게 된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챕터는 ‘색채의 과학(The Science of Colors)’이다. 이 섹션은 색이 빛과 만나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과학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보석의 굴절률과 금속의 반사율, 색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긴장을 통해 색의 본질을 탐구하는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1940년대 제작한 시트린 브레이슬릿은 금과 플래티넘, 다이아몬드의 조화로 로마의 황금빛 석양을 연상시키며, 빛의 각도에 따라 색온도가 섬세하게 변화하는 과학적 색채의 미학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인 1954년 플래티넘 뱅글은 카보숑 사파이어와 루비를 대담하게 대비시켜 색상환의 반대편에 놓인 두 색이 서로의 강렬함을 극대화하는 ‘보색 대비’ 원리를 구현한다. 이 챕터는 색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빛의 물리적 반응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두 번째 챕터 ‘색채의 상징성(Color Symbolism)’은 색이 지닌 문화적 의미와 감정의 언어에 초점을 맞춘다. 불가리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색의 조합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시대와 문화를 반영해왔다. 그 중심에는 1961년 탄생한 ‘세븐 원더스 네크리스’가 있다. 7개의 장엄한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로 완성된 이 네크리스는 녹색이 상징하는 생명력과 조화, 풍요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며 불가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이탈리아적 감수성을 집약한다. 또 이 챕터에서는 ‘세르펜티 컬렉션’을 통해 붉은색 열정, 푸른색 평온, 녹색 재생이라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세련되게 시각화한다.
마지막 챕터 ‘빛의 힘(The Power of Light)’은 색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요소, ‘빛’에 주목한다. 전시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1969년의 ‘원 오브 어 카인드 소투아르’는 그 대표적 예다. 옐로 골드 베이스에 애미시스트, 튀르쿠아즈, 시트린,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를 조화롭게 세팅해 주얼리 속에서 빛이 만화경처럼 굴절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색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브레이슬릿으로 변형 가능한 구조 또한 착용 방식과 조명 각도에 따라 색의 인상이 달라지는 역동성을 더한다. 이어지는 1978년의 세르펜티 이브닝 백은 세 가지 색상의 골드가 유려하게 어우러져 불가리 금세공의 정수를 보여준다.

불가리의 1990년대 메타모포시스 광고캠페인.

카보숑 컷 사파이어와 루비, 다이아몬드를 대담하게 세팅한 뱅글.

350여 점의 주얼리를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장.



색채, 문화 그리고 시대의 대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주얼리를 감상하는 자리가 아닌, 로마의 예술성과 도쿄의 감성이 만나는 ‘문화적 다리’로 기능한다. 전시를 후원한 주일 이탈리아 대사 잔루이지 베네데티는 “아름다움, 창의성 그리고 장인정신이라는 공동 가치를 예술이라는 보편적 언어로 교류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가리 칼레이도스> 전시는 불가리의 미학과 일본 문화가 교차함으로써 두 나라가 공유하는 가치와 미적 감수성을 강조한다.
전시 공간은 일본 건축 스튜디오 SANAA의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 그리고 이탈리아 디자인 듀오 포르마판타즈마가 협업했다. 고대 로마 카라칼라 욕장의 모자이크와 도쿄의 은행잎에서 영감받은 구조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드러운 곡선형 공간이 켜켜이 겹쳐져 메종의 로마적 정체성과 일본의 절제된 미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번 전시는 하이 주얼리를 넘어 라라 파바레토, 모리 마리코, 나카야마 아키코 등 세 명의 현대 여성 작가와 협업해 색이 지닌 인식과 변형의 힘을 예술적으로 확장한다. 세 작가는 각자 방식으로 ‘빛과 색의 순환’을 시각화하며, 불가리의 미학적 언어와 현대 예술의 감각적 실험을 하나의 장에서 교차시킨다.
전시를 찾은 주요 인사도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공주를 비롯해 배우와 아티스트, 세계 각국의 VIP들이 불가리의 상징적 주얼리를 착용하고 전시장을 찾은 것. 한국에서는 배우 김지원과 최근 불가리의 새로운 앰배서더로 발탁된 장원영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불가리 앰배서더 김지원.

불가리 앰배서더 장원영, 그리고 불가리 장 크리스토프 바뱅 회장.

빛으로 이어지는 불가리의 내일
불가리의 시간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해온 색의 미학과 장인정신은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에서 또 한 번 새로운 형태로 피어난다. 하우스가 걸어온 140년의 역사 속에는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난 수많은 빛의 조각이 존재한다. 그 조각이 모여 하나의 만화경을 이루듯, 불가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색채의 언어를 써 내려가고 있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장인정신과 대담한 디자인 언어, 그리고 생명력 넘치는 색의 힘. 불가리가 세계인의 마음속에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각인된 이유 중 하나다.
<불가리 칼레이도스: 색, 문화, 그리고 공예>전은 12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색과 빛이 만들어내는 불가리의 예술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불가리 라우라 부르데제 부회장.

에메랄드와 애미시스트, 튀르쿠아즈, 다이아몬드를 컬러풀하게 세팅한 네크리스.

 INTERVIEW  with Laura Burdese, Bvlgari Deputy CEO
불가리의 유산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부회장 라우라 부르데제와 나눈 대화를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살펴본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주 긴 여정이었습니다. 불가리의 주얼리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전시에도 ‘영혼’을 불어넣는 시간이 필요했죠.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약 3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고, 우리가 가진 최고 아카이브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일본에서 전시를 개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본은 불가리가 오랜 시간 깊은 존경과 애정을 품어온 나라입니다. 일본과 우리는 장인정신, 완벽을 향한 집념, 그리고 세밀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오사카 엑스포가 열리는 해이기에 더욱 뜻깊었습니다. 서로의 문화를 향한 존중과 예술적 가치가 맞닿은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전시의 핵심 주제 ‘색, 문화, 공예’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색은 감정이자 문화이며,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예술입니다. 이번 전시는 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불가리의 시선을 보여주는 여정이죠. ‘색, 문화, 공예’라는 제목은 색이 객관적 개념이 아닌, 사람과 문화마다 다르게 인식되는 주관적 언어라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흰색이 순수와 긍정을, 또 다른 나라에서는 슬픔을 상징하듯이 색은 문화적 인식의 산물입니다.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불가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본질이죠. <불가리 칼레이도스>는 바로 그 색의 렌즈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와 공예를 하나로 엮어내는 특별한 전시입니다.
최근 하이 주얼리 컬렉션 ‘폴리크로마(Polychroma)’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어떤 미학을 보여주고자 했나요? 폴리크로마는 말 그대로 ‘다색성’을 의미합니다. 여러 색이 공존하고, 서로 대화하며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죠.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는 색을 가장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가장 크고 강렬한 젬스톤, 그리고 그 사이 미묘한 빛의 차이까지 표현해내며, 감정의 깊이를 색으로 번역합니다.
마지막으로, 불가리의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불가리는 이미 강력한 정체성과 상징을 갖춘 브랜드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오늘과 내일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변해도 불가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색과 감정, 그리고 장인정신으로 이어지는 이 여정이 바로 불가리의 미래입니다.

 

에디터 서혜원(h.seo@noblesse.com)
사진 불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