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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가 축적한 궁극의 유산

LIFESTYLE

롤스로이스가 영국 굿우드에서 팬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프라이빗 컬렉션을 공개했다.

롤스로이스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

세상의 모든 하이엔드 브랜드에는 하나의 ‘정점’이 있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팬텀’이 그렇다. 1925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후 지난 100년 동안 팬텀은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성공과 안목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왕족, 세계 각국의 지도자, 예술가, 산업계 거장 등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선택한 이 모델은 브랜드가 추구해온 궁극의 품격과 장인정신을 가장 순도 높게 구현한 존재로 평가받는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이코닉한 모델을 기념해 롤스로이스는 ‘100 Years of Perfec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이벤트와 협업, 아트워크 등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유산과 미래를 잇는 상징으로서 팬텀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롤스로이스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이 지난 9월 영국 굿우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25대 한정 제작한 이 특별한 컬렉션은 한 세기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의 노하우와 혁신적 장인정신, 전례 없는 비스포크 디자인을 통해 완성한 결과물이다. 롤스로이스의 심장과 다름없는 본사 ‘굿우드 홈 오브 롤스로이스’에서 100년의 세월을 집약한 새 모델과 차량이 탄생한 매뉴팩처를 살펴볼 수 있었다.

디테일을 향한 도전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은 여러 가지 스토리와 상징이 하나로 결합된 집약체입니다. 브랜드의 역사와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은 디테일이 곳곳에 담겨 있죠. 숨은 심벌과 이야기를 통해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마주했을 때 ‘무엇을 느끼고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게 될지’까지 고민했습니다. 차 안에 탑재된 모든 요소는 시각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적 경험까지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장인정신이 어떻게 구현되고, 디자인이 어떤 방식으로 공예와 결합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굿우드 홈 오브 롤스로이스 내에 위치한 매뉴팩처 투어에 앞서 비스포크 컬렉티브 디자인 리드 맷 단턴(Matt Danton)이 취지를 소개했다. 롤스로이스 매뉴팩처의 가장 독창적인 점은 한 라인에서 한 차량의 모든 공정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각 차량은 다른 색상이나 사양이 혼용되지 않고, 하나의 모델이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라인에서 제작됩니다. 전체 공정은 44개 스테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250m 길이의 라인을 따라 한 대의 차량이 완성되기까지 약 600시간이 소요되죠.” 맷 단턴의 설명이 이어졌다. 2003년 오픈 당시 하루에 한 대의 차량만 생산했던 이곳은 설비와 인력을 최적화해 현재는 일일 최대 24대까지 제조가 가능한 생산 역량을 갖췄다.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최대 스펙트럼인 4만4000여 가지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컬러 섹션을 지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 파트에 도달하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스페셜리스트가 태피스트리처럼 걸린 천장 패널 위에 조명을 수놓듯, 광섬유를 손으로 하나하나 심어 넣고 있었다. 롤스로이스 차량의 천장에는 평균 약 1340개의 광섬유가 수작업으로 적용된다. 별빛의 위치와 밝기, 간격 모두 고객의 요청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디자인하는데, 자신이 태어난 날의 별자리나 사랑하는 이의 이니셜 등 형식과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공정으로, 하나의 천장을 완성하기까지는 8~12시간 소요된다.
다양한 하드웨어 조립 라인을 거쳐 닿은 곳은 우드 숍. 은은한 나무 향이 감도는 이곳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된 수십 종의 천연목이 일정한 습도와 온도 속에서 관리되고 있다. 롤스로이스 모델에 적용되는 베니어판의 나뭇결은 한 대의 차량 안에서 단 한 번만 반복되며, 고객 중에는 자신의 숲이나 와이너리에서 자란 특정 나무를 지정해 사용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부 깊숙이 자리한 비스포크 스튜디오에서는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에 적용된 새로운 목공예 기법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특별한 해를 맞아 이전에 시도한 적 없던 새로운 기술에 도전했습니다. 독특한 나뭇결을 지닌 블랙 우드의 표면에 3D 잉크 레이어링, 3D 마케트리, 금박 리핑 기법을 동시에 적용했어요. 4개의 도어 패널에는 팬텀의 상징적 여정과 결정적 순간을 담았는데, 각 도어는 각기 다른 스토리를 품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서사로 연결됩니다. 지도, 풍경, 식물, 나무 등의 모티브는 레이저를 활용해 목재 표면에 세 가지 다른 깊이로 새겨 넣었고, 도로를 상징하는 선은 두께 0.1㎛의 24캐럿 금박으로 표현했어요. 특히 목재에 금박을 적용하는 기술은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시도로, 이를 위해 직원 다섯 명이 웨스트서식스의 공예 교육기관인 웨스틴 딘 칼리지에서 전문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우드 패널 파트 개발을 이끈 디자이너 카트린 레만(Katrin Lehmann)이 소개했다.
다음으로 들른 가죽 및 직물 파트에서는 뒷좌석을 감싼 특별한 원단이 눈길을 끌었다. 오트 쿠튀르를 제작하는 패션 아틀리에와 약 1년의 협업을 거쳐 개발한 복합 직물로, 고급스럽고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내구성이 높은 원단을 만들기 위해 팬텀 100주년 기념 프라이빗 전용 잉크와 인쇄 기법을 새롭게 고안했다. 디자이너 셀리나 메탕(Celina Mettang)이 상세한 설명을 이었다. “패션쇼에서 소개되는 드레스는 주로 눈으로 감상하지만, 차량 내부의 시트를 감싸는 원단은 계속 일상의 공간에 노출되고 마찰도 자주 일어납니다. 촉감, 심미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 결과물이 오랜 시간 존속되는 것 역시 우리에겐 무척 중요했어요. 원하는 것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테크닉을 찾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고해상도 프린트 원단 세 겹을 겹쳐 활용했는데 각 원단에는 팬텀이 자리했던 역사적 장소, 드로잉으로 표현한 각 세대의 모델, 팬텀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오너를 차례로 담았죠. 이후 표면에는 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질감의 자수를 새겨 넣었어요. 총 45개 패널에 맞춰 제작했는데, 각 패널 위 자수와 이미지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완벽하게 연결되도록 정교하게 재단 및 조립했습니다.”

3D 잉크 레이어링, 3D 마케트리, 금박 리핑 기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새로운 목공예 기법으로 제작한 우드 패널.

3D 잉크 레이어링, 3D 마케트리, 금박 리핑 기법을 동시에 적용하는 새로운 목공예 기법으로 제작한 우드 패널.

지난 100년 동안 팬텀이 이어온 헤리티지와 장인정신, 기술, 다양한 이야기가 응축되어 있는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 내부.

한 세기를 품은 자동차
매뉴팩처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세기를 품은 자동차를 마주할 시간. “롤스로이스 팬텀 100주년 기념 프라이빗 컬렉션은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컬렉티브 디자이너, 엔지니어, 생산 전문가, 그리고 장인들이 지금까지 선보인 프라이빗 컬렉션 중 가장 정교하고 기술적으로 야심 찬 작품입니다. 3년에 걸쳐 4만 시간 이상의 협업 끝에 완성된 프로젝트로, 금속·목재·페인트·직물·가죽·자수를 하나의 예술적 조형물로 완벽하게 융합했습니다.” 롤스로이스모터카 비스포크 총괄 필 파브르 드 라 그랑주(Phil Fabre de la Grange)의 말이다. 베일을 벗은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은 외관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화이트 & 블랙 투톤으로 심플하게 마감한 차체는 과시하거나 드러냄 없이도 우아하게 빛났다. 이처럼 은은한 기품의 배경에는 롤스로이스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디테일이 녹아 있다. 먼저 외관을 도장한 ‘수퍼 샴페인 크리스털 오버 아틱 화이트’와 상부의 ‘수퍼 샴페인 크리스털 오버 블랙’ 페인트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컬러로, 투명 코팅층에 오로라 빛깔의 분쇄 유리 입자를 혼합해 독보적 금속광을 완성했다. 또 유려하게 이어지는 측면 라인은 1930년대 팬텀의 상징적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롤스로이스 하면 떠오르는 ‘환희의 여신상’도 남다른 자태를 뽐내는데, 1925년 최초의 팬텀에 적용된 오리지널 조각상을 순금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24캐럿 금과 백색 에나멜로 제작한 RR 배지, 25대의 차량을 상징하는 25개 선을 새겨 넣은 휠 등 구석구석 정교한 요소가 가득하다.
외관이 팬텀의 첫인상이라면, 실내는 세련된 아카이브 그 자체였다. 브랜드와 차량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가 다채로운 예술적 디테일을 통해 모던하면서 우아한 모습으로 재현됐다. 운전석은 내구성 높은 가죽으로, 뒷좌석은 고급 직물로 마감한 초기 팬텀의 전통을 계승해 패션 아틀리에와 함께 개발한 복합 직물, 레이저 에칭 아트워크가 새겨진 가죽 등을 내부에 적용했다. 도어 패널에는 블랙 우드에 새로운 목공예 기법을 적용한 아트 피스를 배치했으며,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에는 44만 개 스티치로 팬텀의 역사를 아로새겼다. 내부 구석구석에 깃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앞좌석에는 2003년 롤스로이스 브랜드 재론칭 당시 사용된 코드명 ‘로저 래빗(Roger Rabbit)’을 상징하는 토끼 모티브가 숨어 있고, 뒷좌석 도어에는 헨리 로이스 경이 겨울을 보낸 프랑스 남부 마을의 해안선이 묘사되어 있는 식이다. 순간의 감상으로는 미처 다 파악하기 힘든, 팬텀의 방대한 세계관이 집약된 아트 피스를 경험하는 듯했다.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한 자동차가 아닙니다. 오너의 취향, 기억, 그리고 시간을 담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죠.” 맷 단턴의 말처럼, 굿우드에서 마주한 팬텀 센테너리 프라이빗 컬렉션은 지난 100년의 시간을 품은 채 변하지 않는 본질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순금으로 재현한 ‘환희의 여신상’.

아틱 화이트 컬러와 24캐럿 금 장식으로 꾸민 특별한 커버로 덮인 6.75리터 V12 엔진.

뒷좌석 피크닉 테이블에는 1925년의 오리지널 팬텀 I과 현재의 팬텀 VIII을 레이저로 각인했다.

24캐럿 금과 백색 에나멜로 제작한 RR 배지, 25개의 선을 새겨 넣은 휠이 특별함을 더한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롤스로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