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활한 케이프의 매력
시대를 두른 케이프의 기원과 오늘.
인류가 직물을 짜기 전, 천 조각을 어깨에 걸친 그 순간이 케이프의 시작이었다. 팔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바람과 비를 막는 단순한 구조의 케이프는 의복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던 가장 원초적 형태의 옷이다. 이 원시적 실루엣에는 몸을 감싸 보호받고자 하는 본능과 스스로를 구별하고자 하는 욕망이 공존했다. 시간이 흐르며 케이프는 단순한 보호 도구에서 벗어나 권위와 품격, 장식의 의미를 더했다. 고대 로마의 파에눌라와 그리스의 클라미스, 중세 성직자와 귀족의 금실 장식 케이프를 거치며 그 상징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케이프는 방한구를 넘어 신분과 위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케이프는 여왕의 신체뿐 아니라 제국의 품위를 상징했다. 외교사절을 맞이할 때마다 금실과 진주로 장식한 케이프를 걸쳐 왕권의 위엄을 드러냈고, 초상화에도 언제나 장대한 망토를 두르고 등장했다. 이는 신의 가호 아래 영국 자체를 상징하는 시각적 장치이기도 했다.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던 케이프는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실용성과 장식을 겸비한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산업화 이전 시대, 진홍색 후드의 카디널 케이프는 결혼과 의식의 상징이자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미덕을 시각화한 복장이었다. 이 시기에는 케이프렛 같은 짧은 변형이 등장하며, 의례복의 형식을 유지한 채 한층 실용적인 옷으로 진화했다.
Art of Draping
20세기에 들어 케이프는 예술과 기능,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폴 푸아레는 이국적 패턴과 색채로 케이프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재해석했고, 크리스찬 디올은 전후의 불안 속에서 보호하듯 감싸는 실루엣으로 여성에게 새로운 형태의 우아함을 제시했다. 이어 가브리엘 샤넬은 블랙 벨벳 케이프로 절제된 세련미 속 자유로움을 드러내며 여성복의 새로운 균형감을 제시했다. 칼 라거펠트 시대를 거치며 케이프는 트위드, 새틴, 오간자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쿠튀르와 스트리트,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으로 확장되었다. 한편, 할리우드는 케이프를 환상적 이미지로 구체화했다. 1940년 영화 〈워털루 브리지〉에서 비비안 리가 걸친 붉은 벨벳 케이프는 전쟁 속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여인의 비극적 품격을 상징했다. 그 붉은 천은 슬픔과 사랑, 그리고 불멸의 낭만을 동시에 품었다. 이후 스크린에서는 케이프를 초월적 존재의 표식으로 확대했다. 1970년대 〈원더 우먼〉의 붉고 푸른 망토는 권위의 상징이 아닌 능동적 여성의 힘을 시각화한 최초의 복식이다. 주인공 원더 우먼이 등장할 때 바람에 나부끼는 케이프는 남성 영웅의 상징을 넘어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기호가 되었다.
Modern Function
2025 F/W 시즌 케이프는 낭만과 상징의 무게를 내려놓고 현실 속 실용으로 회귀했다. 샤넬은 트롱프뢰유 기법을 적용한 시폰 케이프를 트위드 룩 위에 겹쳐 가볍게 흐르는 실루엣의 우아함을 강조했다. 여행과 이동의 상징인 철도 플랫폼을 무대로 한 루이 비통은 도시와 자연,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다양한 인물의 군상을 그려냈다. 블랭킷처럼 두른 케이프와 고프 코어 요소를 결합한 룩은 이동의 서사를 입체화하며, 현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여정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뉴욕 패션 위크에서 6년 만에 런웨이로 복귀한 캘빈 클라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로니카 레오니는 여러 겹을 포개듯 랩 스타일로 구성된 케이프 코트를 선보였다. 질 샌더, 셀린느, 더 로우에서 쌓은 경험을 응축한 구조적이면서도 절제된 미니멀리즘으로, 하우스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영국적 낭만과 기묘한 전복을 탐구한 버버리의 다니엘 리는 컨트리 데코와 하우스 코드를 결합해 유광 코트와 퀼팅 케이프를 선보였다. 전통적 트렌치 감성에 과장과 실험을 더해 버버리식 리얼리티를 구축했다. 디올에서의 마지막 컬렉션을 선보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엘리자베스 시대의 더블릿과 러플 칼라 등 역사적 복식을 일상복으로 재해석했다. 케이프와 코르셋 구조를 분리 및 결합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며 전통의 재현보다 현대적 삶을 위한 실용적 실루엣을 완성한 것. 막스 마라의 이안 그리피스는 소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에서 영감받아 절제와 열정이 공존하는 여성상을 울과 캐시미어로 담아냈다. 숄처럼 어깨를 감싸는 니트 케이프는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이 공존하는 균형의 미를 보여준다. 사카이의 치토세 아베는 불안과 긴장이 팽배한 시대에 포옹의 옷을 제안했다. 가죽과 퍼, 니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케이프를 통해 강인함 속 다정함, 기능과 감성의 균형을 표현했다. 시대마다 의미와 상징은 달라졌지만, 케이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감싸안는 듯한 실루엣은 여전히 포용의 상징으로 남아 오늘날 옷에서도 따뜻한 서사를 이어간다.
에디터 이주이(jy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