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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이 예술이 되는 순간

FASHION

세르쥬 로랑,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총괄 디렉터가 전하는 움직임이 남긴 예술의 흔적

알레산드로 시아르로니(Alessandro Sciarroni)의 작품, 마지막 춤은 나를 위해(Save the Last Dance for Me) ©_MAK
네모 플루레(Némo Flouret)의 900 며칠, 20세기의 기억(900 Something Days Spent in the XXth Century) ©_Philippe_Lucchese

춤을 췄다. 부끄러움도 잊은 채 스텝을 내딛었다. “잊혀져 가는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그 한마디가 발걸음을 이끌었다. 10월 18일,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워크숍이 열렸다. 지안마리아 보르질로(Gianmaria Borzillo)와 지오반프란체스코 지안니니(Giovanfrancesco Giannini) 두 명의 댄서가 이끌어준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Let Me Dance the Last Dance)’를 배웠다. 스텝은 단순하고 경쾌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안무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공동체를 잇고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동작을 전하며 예술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흔히 ‘구전(口傳)’이라 부르는 것은 말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춤은 어떨까? 춤은 몸으로 이어지는 무형의 언어이며 기록되지 않은 표현의 본질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 동작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한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몸짓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언어를 나누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보편적인 화면을 통해 ‘춤’을 예술로 이해해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경험은 달랐다. 워크숍에서의 춤은 역사의 한 장면을 몸으로 새기고 손끝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기억의 기록’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반클리프 아펠_프리마 발레리나 클립_2025
반클리프 아펠_발레리나 클립_2025
반클리프 아펠_발레리나 클립_1944
반클리프 아펠_발레리나 클립_2019
반클리프 아펠_발레리나 클립(뒷면)_2021


예술과 시간, 그리고 춤. 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이야기

예술과 시간, 그리고 춤. 반클리프 아펠의 무용 이야기
반클리프 아펠은 오랜 세월 동안 무용과 함께 예술의 역사를 써왔다. 그 시작은 1920년대 파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레를 사랑했던 루이 아펠은 조카 클로드 아펠을 파리 오페라로 데려가며 예술적 열정을 공유했다. 이러한 열정은 메종 최초의 ‘발레리나 클립(Ballerina Clip)’을 탄생시켰고 1940년대 초 뉴욕에서 공개되며 반클리프 아펠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1950년대 클로드 아펠은 뉴욕 발레단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설적인 안무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과의 만남을 통해 무용과의 관계를 한층 더 깊게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진귀한 스톤과 움직임의 조화를 탐구하며 예술적 파트너십을 발전시켰고 그 결실은 1967년 뉴욕에서 초연된 발란신의 명작 〈주얼스(Jewels)〉로 이어졌다. 이후 메종은 프랑스 안팎의 다양한 예술 기관과 협력하며 무용과의 유대 관계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그리고 2020년 현대 무용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Dance Reflections by Van Cleef & Arpels)’을 설립하며 그 여정을 새로운 단계로 이어갔다.

중국 주하이 둥아오섬 끝자락에 위치해 프라이빗한 그랜드 하얏트 알릴라 둥아오 아일랜드 리조트

춤, 아름다움의 또 다른 언어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 이니셔티브는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의 유수한 댄스 컴퍼니와 협력하며 작품 제작을 지원해왔다. 그 결과 수많은 무용 작품이 국제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런던, 홍콩, 뉴욕,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그 성과를 선보였다. 올해 그 무대가 서울로 옮겨왔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의 협업을 통해 무용 예술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며 예술의 창작과 전승 그리고 교육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아름다움’이라는 반클리프 아펠의 철학을 춤이라는 매체를 통해 재해석하며 무용을 예술적 표현의 또 다른 형태로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술적 시도와 지속적인 확장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댄스 리플렉션 BY 반클리프 아펠의 성장 뒤에는 한 명의 디렉터가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서울을 찾은 세르쥬 로랑(Serge Laurent) 반클리프 아펠의 댄스 및 문화 프로그램 총괄 디렉터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이번 프로젝트에 담긴 의미와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서울 페스티벌은 반클리프 아펠이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댄스 리플렉션이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이 프로그램에 어떤 새로운 감각이나 에너지를 더했다고 보나?

처음 서울에 와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기대감과 설렘을 느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과 만난 사람들 모두 프로젝트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 순간 진정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무언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예술가를 소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일이라고 본다. 예술가는 혼자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예술은 언어이고, 언어는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나 또한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1906년 설립 이래 무용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메종이 꾸준히 무용에 매료되어온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무엇보다 ‘열정’의 이야기다. 반클리프 아펠 가문에서 시작된 열정은 춤뿐 아니라 모든 예술 형식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며 춤은 메종의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댄스 리플렉션을 통해 많은 영감을 준 무용계에 보답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수십 년 동안 영감을 주어온 예술 형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인터뷰 전 전통춤에서 현대적 언어를 찾아내는 워크샵을 체험한 적이 있다. 전통의 재해석이 오늘날의 무용에서 갖는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나?

현대 무용은 역사적 맥락의 결과다. 현대 예술과 역사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스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대 무용은 과거 예술적 흐름의 연장선이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 위해 과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예를들어 올라 마시에예프스(OLAMACIEJEWSK)의 작품은 19세기 로이 풀러(Loie Fuller)의 댄스에서 영감을 받아 창조되었다. 현대 안무가는 오래된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며 역사와 현대는 단절이 아닌 연속임을 보여준다.

젊은 무용가나 새로운 관객층을 위한 접근으로서 댄스 리플렉션이 앞으로 실험하고 싶은 교육적 방향이 있을까??

춤의 역사에는 항상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예술가가 존재했다. 예술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존 규칙을 깨고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용기 있는 예술가가 필요하다. 댄스 리플렉션은 새로운 어휘와 사고 방식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접함으로써 무용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안무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발전시키고 규칙을 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현대 무용은 특정 예술적 흐름이 아니라 자신의 유산을 인식하고 존중하며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는 개념이다. 예술이 계속 움직이도록 하려면 이러한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세계 무용의 흐름을 지켜본 입장에서 지금 이 시대의 무용이 던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담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춤은 보편적인 언어다. 우리는 모두 몸을 공유하며 무용수와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언어 장벽이 없기 때문에 관객은 자유롭게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공연 후에도 자신만의 해석을 갖는다. 이러한 자유로움이 춤의 큰 매력이다. 또한 공연 후의 경험은 새로운 시작이 된다. 관객은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마음속에 남긴 후 새로운 생각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서울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댄스 리플렉션을 통해 전 세계의 무용가와 관객이 연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예술계와 사회에서 이어가길 바라는 대화는 무엇일까?

작품을 선보이는 일은 언제나 큰 기쁨의 순간이다. 예술가와 관객을 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표정과 분위기를 살피고 그들과 작품 사이에 어떤 만남이 이루어질지 상상을 종종하게 된다. 공연 후에는 그들의 눈빛 속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는데 그것은 어떤 것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의 시작이라 느껴진다. 공연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은 모두에게 다르게 남을 것이다. 모두가 같은 공연을 보지만 아무도 같은 것을 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관객이 그 경험을 곱씹으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춤은 어떤 의미를 가진 예술인가?

춤이 가진 매력은 바로 ‘몸’을 매개로 한다는 데 있다. 몸은 예술 창작에서 가장 흥미롭고 자유로운 도구이며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고전에서 전통, 현대와 컨템포러리까지. 춤은 몸을 통해 끝없는 표현의 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춤은 보편적인 언어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몸으로 무용수와 관객 사이에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춤은 인간의 감각과 마음을 가장 깊이 담아내는 예술일 것이다.

  •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 사진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