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을 지키는 비밀 코드
‘롱제비티’를 추구하는 뷰티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GUERLAIN 오키드 임페리얼 더 롱제비티 컨센트레이트 세럼 ‘오키다리움?’ 연구소의 오키드 장수 메커니즘을 응용한 세럼. 오키드와 타이거넛 추출물이 피부 탄력을 끌어올리고, 생기와 활력을 더한다.
POLA B.A 세럼 프리즈루미나 당노화와 산화 스트레스를 케어해 피부 속 밀도를 높이고, 본연의 빛과 윤기를 되살린다.
LA PRAIRIE 라이프매트릭스 오뜨 레쥬베네이션 고농축 익스클루시브 쎌루라 콤플렉스와 피어니, 칼렌둘라꽃 추출물이 수분 장벽을 강화해 탄력 있고 매끄러운 피부로 가꾼다.
CHANEL 수블리마지 렉스트레 드 뉘 바닐라 플래니폴리아와 스웨티아 추출물, 자연 유래 크로노펩타이드가 피부 에너지를 충전하고 활력을 부여한다.
DIOR 프레스티지 르 넥타 앵떼그랄 로즈 드 그랑빌에서 추출한 ‘로사펩타이드™ 앵떼그랄’이 피부 밀도를 채우며 노화 징후를 완화한다. 에센스, 오일, 세럼으로 이어지는 3단계 텍스처가 특징.
SISLEY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아쥬 롱제비티 에센셜 세럼 고순도 베타글루칸과 은행잎 추출물이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노화 징후를 완화한다. 세럼 인 오일 텍스처로 끈적임 없이 빠르게 흡수된다.
한때 ‘안티에이징’은 주름을 펴고 탄력을 되돌리는, 다시 말해 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스킨케어 기술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 뷰티업계의 화두는 단순히 주름을 펴서 젊어 보이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의 젊음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속하는 것, 즉 ‘롱제비티(longevity, 장수)’라는 근본적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징후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피부 노화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안티에이징이 이미 드러난 노화 결과에 대응했다면, 롱제비티는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을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분석하고 그 시작점을 늦추는 데 집중한다.
이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로레알은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VivaTech) 2025’에서 ‘롱제비티 인테그레이티브 사이언스(Longevity Integrative Science)’를 발표해 피부의 수명 연장과 예측적 관리 기술을 차세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세포의 복원력과 생체리듬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피부 수명 과학’이라 명명하며, 단기 효과가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건강 측면의 관리로 스킨케어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 역시 2008년부터 MIT, 하버드 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통해 장수 유전자 ‘SIRT’를 중심으로 롱제비티를 탐구해왔다. 그 결과를 집약한 ‘Sirtivity-LP™’ 기술과 제품을 중심으로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에 ‘스킨 롱제비티 인스티튜트’를 열어, 차세대 롱제비티 스킨케어를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팬데믹 이후 ‘지속가능성’과 ‘장수’ 개념이 뷰티 영역에 스며든 것도 주목할 만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뷰티 페어에서 글로벌 향료 기업 ‘지보단’의 연구 책임자는 “팬데믹 이후 구글에서 ‘롱제비티’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인구 고령화와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가 맞물리며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MZ세대는 ‘뷰티’라는 개념을 외모 관리가 아닌 건강과 수명, 삶의 질 연장으로 인식하며 즉각적인 효과보다는 꾸준함과 유지 관리에 가치를 둔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롱제비티는 단순히 장수라는 개념을 넘어 세대와 뷰티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Science of Skin Longevity
스킨케어 기술 또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탄력과 주름 케어에 도움을 주는 레티놀, 펩타이드 등 단일 성분 중심의 처방이 주를 이뤘다면, 오늘날에는 PDRN을 비롯한 DNA, 줄기세포, 마이크로바이옴, 생체리듬 등 피부 생명 구조 전반을 다루는 단계로 확장됐다. 즉 스킨 롱제비티는 주름이나 탄력 저하를 완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포 노화 속도 자체를 늦추는 과학이다. 노화의 근본은 세포의 기능 저하에서 비롯되며, 세포 스스로 활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겔랑은 자사 연구소 오키다리움Ⓡ에서 장수 식물 오키드의 생명 주기를 연구해 세포 재생 원리를 피부 과학에 접목했다. 세포 손상을 복구하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오키드의 메커니즘을 구현한 ‘오키드 롱제비티™’가 대표적 예다. 폴라의 B.A 라인은 이름처럼 ‘Bio Active’, 즉 세포 활성을 극대화하는 접근에 집중한다. 생명력이 강인한 줄맨드라미로스마 성분에 에피게놈 기술을 더해 피부의 탄력과 밀도를 높이고, 노화 징후를 근본적으로 케어한다. 시슬리의 ‘시슬리아 랭테그랄 앙티-아쥬 롱제비티 에센셜 세럼’은 DNA를 바꾸지 않고, 세포의 활력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에 기반한다. 바이오 기술로 정제한 고순도 베타글루칸과 식물성 활성 성분이 세포 대사 흐름을 원활하게 해 피부 본연의 회복력을 되살린다. 피부의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접근 역시 스킨 롱제비티의 중요한 축이다. 피부는 낮에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방어하고, 밤에는 재생 모드로 전환되는 주기적 리듬을 갖는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로 이 리듬이 깨지면 자가 회복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샤넬은 세포 노화 단계인 세네상스에 주목해 하루 주기의 리듬에 따라 피부를 최적의 상태로 되돌리는 성분을 ‘수블리마지 렉스트레’ 라인에 적용했다. 디올은 로즈 드 그랑빌의 분자 에너지를 분석해 낮과 밤의 피부 환경 변화에 맞춰 세포 에너지를 활성화하는 로사펩타이드™를 완성했다. 이 복합체는 세포의 활력 회복 메커니즘을 강화해 피부의 탄력과 생기를 되살린다.
이렇듯 진보한 기술이 더해지며 노화를 다루는 스킨케어 영역은 이제 ‘피부 수명 연장’ 시대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롱제비티는 안티에이징의 연장선이 아니라 그 개념을 한 단계 진화시킨 과학이다.
에디터 김다빈(dabin@noblesse.com)
사진 이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