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가 만든 새로운 예술 생태계
ACK2025는 협업과 집단 지성의 힘이 한 도시에서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국제적이고 실험적인 장이었다.
아트 페어를 경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정교하게 꾸며진 부스와 화려한 갤러리 라인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진짜 힘은 도시 전체가 페어의 리듬에 동기화될 때 예술이 공간을 넘어 공기 속으로 스며들 때 발생합니다. 올해 아트 콜라보레이션 교토(Art Collaboration Kyoto, ACK)기간 동안의 교토는 바로 그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도시 전체가 자연스럽게 예술의 ‘맥’을 받아들이고 관람객은 걷는 동선마다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죠. 2023년 일본 문화청의 일부 부서가 도쿄에서 교토로 이전한 이후 교토는 ‘전통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넘어 현대적 예술 생태계가 실질적으로 갖춰진, 문화 행정과 창작의 흐름이 교차하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기반 위에서 열린 올해 ACK2025는 도시가 예술을 품고 예술이 도시를 확장시키는 독특한 아우라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크고 가장 국제적이며 가장 ‘협업적’이었던 2025년
11월 13일 프리뷰 데이를 시작으로 16일까지 ICC Kyoto에서 열린 제5회 ACK는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습니다. 올해 참여한 갤러리는 무려 72곳이였으며 그중 25곳이 첫 참가였습니다. 또한 총 참여 국가는 19개국에 달했으며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중동에서 온 컬렉터, 큐레이터, 기관 관계자까지 모여들며 교토는 한 주 동안 글로벌 아트 씬의 교차점이 되었습니다. ACK가 올해도 ‘보세 운영(bonded)’을 유지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해외 갤러리가 작품을 일본으로 반입할 때 일반적으로 필요한 사전 판매세 10%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 운영 방식인데요. 작품이 페어장이라는 지정된 보세 구역 안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정식 통관 이전 단계로 간주되어 세금이 유예됩니다. 즉 팔린 작품만 세금을 내고 팔리지 않은 작품은 어떠한 세금 부담도 없이 그대로 반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일본 정부의 허가가 필요할 만큼 제한적이며 아시아 내 다른 아트페어에서는 거의 보기 드문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해외 갤러리 입장에서는 비용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 참여 장벽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ACK가 더 넓은 국제 네트워크와 수준 높은 갤러리를 끌어들이는 데 실질적 동력이 됩니다. 이번 운영은 단순한 제도적 편의가 아니라 ACK를 ‘아시아의 주요 허브’로 도약시키는 중요한 인프라적 기반이자 국제성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테마 〈2050, Gaze Toward the Future〉: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
올해 ACK는 더욱 명확한 테마를 중심에 두고 페어를 구성했습니다. 페어 디렉터 야마시타 유카코가 제시한 주제는 ‘2050, 미래를 향한 시선’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협업, 집단 지성, 장기적 문화 전략, 포용성이었습니다. 이 네 가지 키워드는 부스 큐레이션과 프로그램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관람객에게 새로운 관조의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일본 기반 갤러리와 해외 갤러리가 하나의 부스를 공동 기획한 갤러리 콜라보레이션(Gallery Collaborations) 섹션은 큐레이션·작가 선정, 공간 구성까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시선이 한 지점에서 만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단순 전시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대화가 유도되었죠. 또 하나의 핵심 섹션인 교토 미팅(Kyoto Meetings)은 교토의 역사, 전통, 공예, 공간성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며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자연스럽게 교차시켰습니다. 이 두 섹션은 ACK가 꾸준히 탐구해온 “하나의 페어가 하나의 전시처럼 보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미래의 아트 페어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실험적 플랫폼이었습니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공간 디자이너 스오 타카시가 전체 페어장의 구조를 디자인하며 부스의 경계를 넘어선 유기적 전시 형태를 구현했습니다. 기존 페어에서 흔히 보이는 ‘부스의 분절화’를 지양하고 관람객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작품을 발견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협업의 도시, 교토
ACK 기간 동안 교토는 단순히 페어가 열린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수백 년 된 사찰과 정원, 좁은 골목과 현대적 공간 그리고 지역 갤러리와 글로벌 갤러리가 교차하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확장된 페어처럼 숨 쉬었습니다. 전통 건축은 현대 예술을 포용했고 현대 예술은 전통 공간을 재맥락화했습니다. 도시는 조용하지만 깊은 방식으로 예술을 받아들이며 ‘교토가 가진 시간성’ 자체가 하나의 미술적 경험이 되었습니다.

도시적 리듬을 확장한 프로그램들
ACK 큐레이션 아래에서 펼쳐진 공공 프로그램과 토크는 페어의 주제와 도시적 맥락을 다층적으로 확장했습니다. 마틴 게르만과 기무라 코코로가 큐레이션한 공공 프로그램 〈Public Program: Symbiosis: Art and Common Grounds〉은 공존, 상호성, 시대적 질문을 중심으로 예술이 ‘공통의 땅’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ACK Talks〉는 14개 도시, 11개국에서 모인 예술가, 건축가, 철학자, 기관 인사가 기후, 지속 가능성, 기술, 미래의 가치 체계 등을 논의했으며 올라퍼 엘리아슨, 팀랩 창립자 이노코 도시유키, 방콕 쿤스할레의 마리사 치아라바논트 등 국제적 인물들이 교토에서 만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CK Kids’ Programs〉에서는 어린이 대상의 ‘보기’, ‘만들기’ 활동부터 3개월부터 7세 아동을 위한 이중언어 보육 서비스까지 예술을 시민 경험의 일부로 확장하는 ACK의 목표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ACK가 남긴 것
이 모든 요소를 하나로 묶는 힘은 결국 ‘교토’라는 도시였습니다. 지역성과 국제성, 전통과 실험, 고즈넉함과 활기, 세월이 만든 결과 현재의 새로움이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도시였죠. ACK는 이 도시적 감각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개성 있는 아트 페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6년 ACK는 다시 교토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교토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예술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낼 것입니다.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사진 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