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두 숨결이 이루는 하나의 호흡

ARTNOW

자연과 인간의 생태를 기하학적 사유로 풀어내는 다니엘 스테그만 만그라네. 추상적 질서와 자연, 인공과 실제가 얽히며 새로운 리듬을 이룬다.

Hologram(Sprouting Hand), 2021. © Aurélien Mole.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다니엘 스테그만 만그라네(Daniel Steegmann Mangrané)의 한국 첫 개인전 〈산과 친구되기(Befriending the Mountains)〉가 11월 28일부터 2026년 3월 8일까지 열린다. 드로잉,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그는 생물학과 인류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연과 문화의 복합적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인간 중심의 시선을 벗어나, 자연을 하나의 주체이자 동반자로 바라보는 작가의 오랜 관심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리우데자네이루와 바르셀로나를 오가며 브라질의 대서양 우림 ‘마타 아틀란티카(Mata Atlântica)’ 현장을 수년간 연구해온 작가는 숲을 단순한 장소가 아닌, 정치적 · 문화적 · 생태적 층위가 얽힌 살아 있는 존재로 이해한다. 이러한 맥락의 토착 사상을 기반으로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실제와 인공의 경계를 허무는 그는 우리가 세계와 맺는 감각적 관계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Art Berlin Contemporary’ 아트 페어 전시 전경. © Andrea Rossetti.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전시 공간에서 이러한 사유는 실감적으로 구현된다. 작가는 공간 구조를 적극적으로 변형, 사선의 파티션과 빛의 틈으로 이루어진 ‘숲의 미로’를 구성했다. 그 안에서 나뭇가지, 곤충, 바위 등 다양한 생명체와 예기치 않게 마주치는 순간,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서서히 흐려지고 하나의 몰입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또한 중정에는 한국의 소나무 정원이 등장해 시공간의 전이를 이끈다. 오래 자란 소나무와 그 위로 내리치는 번개,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경주 월지의 보름달이 어우러지며, 전시는 마치 ‘지수화풍(地水火風)’이 어우러진 하나의 우주적 풍경처럼 완성된다. 다니엘 스테그만 만그라네의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거나 찬미하지 않는다. 복잡한 자연의 형태와 인간이 만든 기하 추상이 대립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는 시적 감각으로 형상화한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 또한 기하학의 결정체임을 제시한다. 자연의 감각과 미학적인 면을 새로이 보이며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표하는 작가는 그 배제와 파괴의 역사에 대한 성찰을 환기하며 지금 우리가 이루어야 할 조화와 공존의 관계를 조용히 일깨운다.

 

에디터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