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아트’ 파라다이스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비치는 글로벌 아트 신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장소다. 아트 바젤을 비롯해 마이애미 비치의 낮과 밤을 수놓을 미술 축제 속으로.
작년에 콜린스 공원에서 열린 ‘퍼블릭’ 섹터의 전경. 왼쪽의 작품은 알프레도 하르(Alfredo Jaar)의 ‘Culture=Capital’(2012/2014년)
ⓒ Art Basel
매년 12월, 글로벌 아트 신의 시선은 마이애미 비치로 향한다. 북·남미 부자들의 평화로운 휴양도시가 미술계의 핫 스폿으로 부상한 시점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아트 바젤’이 분점 격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를 시작했다. 유럽 갤러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스위스 바젤에서 벗어나 북·남미 아트 마켓을 선점하기 위한 교두보를 고민하던 아트 바젤에 마이애미 비치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곳을 낙점한 주요 원인은 사계절 내내 화창한 날씨. 북·남미 문화가 혼재한 다양성, 탄탄한 미술 인프라, 휴양도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보너스였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의 여파로 한 해 늦춰 열린 행사는 당시 아트 바젤을 이끌던 사무엘 켈러(Samuel Keller)의 자평처럼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후 마이애미 비치는 글로벌 아트 마켓의 팽창을 무한 동력 삼아 빠르게 성장했다.
아트 바젤 측은 지난 7월 마이애미 비치 행사를 이끌 새로운 감독으로 노아 호로비츠(Noah Horowitz)를 임명하며 바젤과 홍콩, 마이애미 비치의 시스템 재정비를 마쳤다. 올해 서른다섯 살인 그는 미국 미술계에서 쇠퇴 일로를 걷던 ‘아머리쇼’를 소생시킨 인물로 통한다. 미술사를 전공한 그는 ‘VIP 아트 페어’의 감독을 맡으면서 달콤살벌한 마켓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1년 11월 아머리쇼의 운영감독을 맡더니, 이듬해 9월에는 행정감독으로 고속 승진한 그의 능력이 입증된 해는 2012년. ‘프리즈 아트 페어’가 뉴욕에 런칭하면서 아머리쇼의 입지가 흔들리자, 참여 갤러리 수를 대폭 줄이고 중국 동시대 미술 같은 특정 주제를 페어에 도입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아트 바젤을 총괄하는 마르크 슈피글러(Marc Spiegler)는 노아 호로비츠를 마이애미 비치의 감독으로 불러들인 이유를 “뉴욕, LA, 댈러스, 멕시코시티,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도시에서 점차 확장해가는 북·남미 아트 마켓과 바젤이 공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동남아시아 아트 신에 눈이 밝고 발이 넓은 아델린 우이(Adeline Ooi)를 아트 바젤 홍콩의 감독으로 영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아 호로비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머리쇼가 뉴욕의 기관이라면, 바젤은 진정한 글로벌 기관”이라고 비교하기도 했는데, 판이 몇 배로 커진 바젤 그룹에서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는 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갤러리스’ 섹터에 참여한 체임 & 리드(Cheim & Read)의 부스 전경
ⓒ Art Basel

‘필름’ 섹터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뉴월드센터 앞에 있는 사운드스케이프 공원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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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14회를 맞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면모를 살펴보자. 올해도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센터에서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페어에는 북·남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32개국의 주요 갤러리 267개가 참가한다. 갤러리 수는 지난 3년 동안 동일한데, 그중 26개의 갤러리가 마이애미 비치를 처음 찾는다. 메인 섹터 ‘갤러리스(Galleries)’에서는 191개의 갤러리가 회화·조각·드로잉·설치·사진·비디오 등 소속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프린트와 리미티드 에디션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대표 갤러리 12개를 모은 ‘에디션(Edition)’ 섹터, 왕진쑹·오카모토 신지로·자니 콜롬보(Gianni Colombo)·피터 솔(Peter Saul) 등의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 작업을 개인전 형식으로 만나는 ‘서베이(Survey)’ 섹터, 한국의 원앤제이갤러리가 허지혜의 사운드 설치 작품으로 부스를 꾸리는 신진 작가에게 초점을 맞춘 ‘포지션스(Positions)’ 섹터, 작가가 지난 3년 안에 제작한 신작을 출품하는 ‘노바(Nova)’ 섹터 등이 펼쳐진다. 야외 전시도 놓칠 수 없다. 뉴욕 공공미술기금의 감독 니컬러스 보메이(Nicholas Baume)가 고른 20여 개의 공공 조각품을 콜린스 공원에 전시하는 ‘퍼블릭(Public)’ 섹터,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뉴월드센터(New World Center)의 사운드스케이프 공원에서 런던 아트프로제이엑스(ArtproJX)의 감독 데이비드 그린(David Gryn)이 선정한 영상 작품을 야외 상영하는 ‘필름(Film)’ 섹터 등이 축제의 분위기를 북돋을 예정이다.
페어장을 가득 채운 작품만으로도 눈은 충분이 호강하겠지만, 뭔가 아쉬운 독자라면 페어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며 ‘마이애미 아트 위크’에 맞춰 개막하는 다양한 전시를 찾아보자. 페레스 미술관은 폐자재를 이용한 드라마틱한 설치 조각으로 알려진 나리 워드(Nari Ward)의 개인전과 호주 원주민의 동시대 추상미술을 살피는 <경계는 없다>전을, ICA 마이애미는 사진과 언어의 관계를 서정적 화면으로 탐구하는 섀넌 에브너(Shannon Ebner)와 함께 과장된 연기와 거친 화면의 비디오 설치 작품을 만드는 여성 작가 앨릭스 백(Alex Bag)의 전시를 연다. 이 밖에 NSU 미술관은 파블로 피카소가 1931년부터 1971년까지 종이와 채색 자기로 만든 작품을, 노튼 미술관은 68혁명 시기의 사진과 생레미에서 제작한 반 고흐의 작품을, 마이애미 비치 도서관에서는 프로젝트 프로그램 ‘베이스X(BassX)’를 통해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의 새 퍼포먼스 작품을 공개한다. 이뿐 아니다.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센터의 맞은편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자매 격 행사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 수준 높은 작품으로 명성이 자자한 루벨패밀리·드 라 크루즈·마길리스(Marguilies) 등의 세계적 컬렉션, 아트 바젤 이외에 펄스 마이애미·NADA·아트 언타이틀·스코프·아쿠아(Aqua) 등 20여 개의 크고 작은 위성 아트 페어, 스트리트 아트의 메카로 통하는 윈우드(Wynwood) 지역의 벽화와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갤러리가 마련한 전시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샴페인 경제학’이라고까지 불리는 수많은 파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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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된 노아 호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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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포지션스’ 섹터에 참여한 댄 건(Dan Gunn)은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트레이시 로즈(Tracey Rose)의 퍼포먼스를 부스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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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아트 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