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한 질주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개관과 올해 첫선을 보이는 싱가포르 컨템퍼러리와 아시아 최고의 아트 페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아트 스테이지까지. 싱가포르 예술계는 올해도 맑을 전망이다.
2015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의 도미오 고야마 갤러리 부스에서는 일본 작가 미야케 신타로의 작업 현장을 공개했다.
ⓒ Art Stage Singapore

2015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전시장의 중앙 천장에 설치한 작품.
Suzann Victor, Contours of a Rich Manoeuvre, 2006 ⓒ Art Stage Singapore

Foundation /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싱가포르 피나코테크드 파리에서 소장한 작품. Jackson Pollock, Composition with Cubic Forms, 1988
ⓒ 2015 The Pollok-Krasner
우리는 아시아다
올겨울 대형 아트 행사들이 싱가포르의 겨울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먼저 2016년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마리나베이 샌즈 엑스포와 컨벤션센터에서는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tage Singapore)’가 열린다. ‘우리는 아시아다(We are Asia)’라는 모토로 동남아시아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현대미술에 초점을 맞춘 이 아트 페어는 지난해 197개에 이어 올해도 200개에 달하는 부스를 차릴 계획이다. 2011년 개최 이후 여섯 번째를 맞는 아트 스테이지는 회를 거듭할수록 참여국과 갤러리, VIP 수를 늘려가며 싱가포르 미술 시장의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아트 스테이지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해에 이어 주 싱가포르 미국 대사관과 공동 주최하는 ‘조지프 발레스티어 어워드(Joseph Balestier Award for the Freedom of Art)’ 시상식. 싱가포르에 최초로 파견된 미국 외교관 조지프 발레스티어의 이름을 딴 이 상은 아트 스테이지와 주싱가포르 미국 대사관이 ‘예술의 자유’를 테마로 협업한 것으로 2016년은 싱가포르와 미국이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 더 의미 깊다. 페어 창립자이자 총감독인 로렌초 루돌프(Lorenzo Rudolf)는 싱가포르와 전 세계 예술가가 ‘예술의 자유’라는 이상을 적극적으로 실현해줄 것을 당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들은 감수성과 열린 자세, 창의력을 바탕으로 현시대가 당면한 문제에 맞서야 합니다. 조지프 발레스티어 어워드와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를 통해 자유로운 예술 토론의 장이 열렸으면 합니다.” 지난해에 인도네시아 출신 현대 미술가 하소노(FZ Harsono)가 수상의 영예를 안은 데 이어 이번에도 작품을 통해 예술의 자유를 강조한 동남아시아 지역 예술가 혹은 큐레이터를 수상자로 지목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상장을 수여하며 상금 1만5000달러가 주어진다. 이로써 아트 스테이지는 상업적 성격을 띨 뿐 아니라 예술 본연의 가치를 추구하는 아트 페어로 나아갈 전망이다.
아트 스테이지와 싱가포르 컨템퍼러리가 열리는 아트 위크 기간에는 싱가포르 곳곳의 뮤지엄, 아트 센터, 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예술 축제가 열린다. 현대미술과 지역 전통의 시각 매체가 더불어 매년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면서 싱가포르는 어느덧 아시아 최대 아트 도시로 성장해가고 있다. 2015년이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 예술계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해였다면 2016년에는 그 기반을 발판 삼아 더 큰 도약을 펼쳐나가는 해가 될 것이다.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의 대법원 건물 전경
뉴 스페이스! 뉴 컨템퍼러리!
지난 5월, 싱가포르에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립 미술관 ‘피나코테크 드 파리’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첫 분관이 문을 열었다. 싱가포르 피나코테크 드 파리(Singapore Pinacotheque de Paris)는 첫 기획전으로 <클레오파트라의 신화>를 열었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와 렘브란트, 클로드 모네, 잭슨 폴록, 카임 수틴 등 굵직한 화가의 희귀 명작 40여 점을 자랑스럽게 선보였다.
6개월 뒤인 11월 24일, 싱가포르 옛 시청과 대법원 건물을 개조한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National Gallery Singapore)가 약 4년에 걸친 공사를 마치고 오픈식을 치렀다. 약 5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이곳은 국가 문화유산으로 손꼽히던 두 건물을 연결해 완성했다. 건물 사이에 대형 브리지를 설치하고 유리 소재 천장을 올리면서 전통적 기반에 현대적 디자인까지 갖추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새로운 아트 스페이스로 꼽히고 있다. 국가의 주요 문화유산에 둥지를 틀었을 뿐 아니라 교통이 발달한 중심지라 동남아시아 지역과 세계를 잇는 국제적 문화 예술 허브로서 요건을 갖추었다는 평.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과 어깨를 견주는 규모인 6만4000m2의 공간에 추아 미아 티(Chua Mia Tee), 청 수 피엥(Cheong Soo Pieng), 천 웬시(Chen Wen Hsi) 등 싱가포르의 대표 작가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작가의 작품 8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공식 소장품이 가장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 금융계 양대 산맥인 DBS와 UOB에서 협업한 규모 있는 전시도 이어질 예정이다.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예술 역사와 현재를 짚어보는 큰 맥락의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다.
전체 인구가 약 550만 명에 불과한 도시국가에서 이토록 예술 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관심을 쏟는 건 아시아 컬렉터의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 예술 애호가의 이목이 아시아 아트 신에 집중되자 작가의 위상과 작품의 가치가 상승했고, 자연스럽게 지역간 중심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문화 예술 산업’을 꼽은 것.
예술을 향한 싱가포르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부터 봄·가을마다 아트 행사를 펼친 홍콩의 ‘아시아 컨템퍼러리’가 2016년 처음으로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싱가포르 컨템퍼러리 아트 쇼(Singapore Contemporary Art Show)’를 개최한다.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신진 예술가와 중견 작가의 작품, 리미티드 에디션, 조각, 사진, 비디오아트 등 수준 높은 현대미술과 설치 작품 위주로 소개한다. 2016년 개최 첫해를 기념해 준비한 2개의 프로젝트는 아티스트와 컬렉터, 예술 애호가와 일반 방문객이 만나 교류할 수 있도록 마련한 ‘Artist Dialogues’와 중국 전역에서 선별한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 ‘China Encounters’다. “싱가포르 아트 마켓에 다양성을 더하고, 세계 미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아트 페어가 되겠다”는 목표로 개최 첫해부터 당찬 승부수를 던진 싱가포르 컨템퍼러리의 야심찬 기획이다.
한때 아시아 금융 중심지, 쇼핑과 관광 명소로 인식돼온 싱가포르. 그간 쌓아온 탄탄한 자금력과 국가 이미지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갤러리와 아트 페어를 선보이고 유능한 작가와 전문가를 발굴하며 세계 미술 허브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싱가포르의 새해를 기대해보자.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
사진 제공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피나코테크 드 파리 싱가포르,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싱가포르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