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꿈의 여정
루이 비통이 12월 4일부터 파리 그랑 팔레에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전을 개최한다. 이를 위해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은 파리 의상·장식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 관장 올리비에 사야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 전시를 큐레이팅한 올리비에 사야르에게 전시의 시작과 끝을 물었다.
전시 큐레이터인 올리비에 사야르(Olivier Saillard) 파리 의상 장식 박물관 관장
Olivier Saillard ⓒ Gregoire Alexandre

이번 전시 포스터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 전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는 루이 비통 하우스에 헌정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그랑 팔레에서 열고 싶어 했죠. 제가 큐레이팅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모든 권한을 일임했습니다. 저도 패션과 관련한 110여 개의 전시를 진행하면서 드레스가 조금 지겨워지기 시작한 데다 건축적 오브제이기도 한 트렁크를 주제로 작업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제일 먼저 일주일에 하루씩 아카이브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0여 년 전 아니에르에 있는 아카이브에 간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보물 창고 같았거든요.
소장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아카이브 소장품은 주요 현대미술관에 전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루이 비통의 아카이브팀에서 트렁크와 독특한 오브제는 물론 카탈로그, 엽서, 도장, 장서표 등 종이 문서까지 세심하게 분류해 모아두었죠. 그렇게 많은 오브제가 존재하는지 몰랐던 저로선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전시의 기획 방향은 어떻게 구체화했나요?
6개월 동안 아카이브를 돌아보고 분류 작업을 한 후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 패션적 요소보다 역사적 배경에 중점을 두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회장도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 방식의 전시를 원했죠. 동시에 좀 더 젊은 관람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마치 틴틴(벨기에 만화 <틴틴의 대모험> 주인공. 기자인 틴틴이 전 세계를 모험하는 내용)이 큐레이터가 된 것 같은 환상적인 느낌도 함께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비토니트 캔버스로 제작한 오토스키 자동차용 트렁크. 자동차의 짐 칸에 고정해 승객의 가방이나 짐을 보관하는데 사용했다. 프런트 패널로 짐을 쉽게 넣고 뺄 수 있도록 제작했다.
ⓒ Louis Vuitton Malletier
세계적 오페라 무대는 물론 굵직한 전시 연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로버트 칼슨이 이번 전시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점도 눈에 띕니다. 그와 작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르노 회장과 저는 시노그래피에 대한 논의를 초기 단계부터 시작했어요. 우리 둘 다 디자이너나 건축가보다는 예술감독 역할을 할 디렉터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했습니다. 150여 개의 트렁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레 로버트의 이름이 떠올랐죠.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린 인상주의와 패션 전시를 통해서도 협업한 적이 있거든요.
전시가 나무와 관련된 섹션으로 시작됩니다. 아무래도 트렁크의 주재료라 그런 것이겠죠?
루이 비통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손입니다. 트렁크는 부티크에 놓이기 전 모두 목공 공방을 지납니다. 아니에르 아틀리에에서 가장 먼저 들어서는 곳도 바로 이 공방입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창립자 루이 비통이, 나무가 매우 중요한 쥐라 산맥 지역 출신이라는 것도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14세의 나이에 집을 떠나 두 발로 걸어서 용감하게 도전적인 커리어를 만들어나간 창립자의 이야기에 매우 감명을 받았거든요.
이번 전시에서 트렁크가 어떤 방식으로 작품 오브제가 되었는지 궁금해요.
전시장 초입에 루이 비통의 정체성과 관련한 모든 요소, 예를 들면 나무 소재 받침대, 특수 잠금장치, 모노그램 캔버스 등으로 만든 최초의 트렁크(1906년 제작)를 디스플레이했습니다. 트렁크 옆에는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제작한 같은 캔버스 소재의 쁘띠뜨 말을 함께 전시했어요. 마치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처럼 말이죠. 클래식 트렁크를 주제로 한 섹션에서는 플랫 트렁크와 캐빈 트렁크 등 1854년부터 현재까지 만든 다양한 트렁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시의 상당 부분이 여행을 주제로 했습니다. 그 안에서 교통수단도 강조한 듯 보입니다.
루이 비통은 증기 엔진, 자동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어떤 섹션은 배로 여행하던 시대를 담아냈고, 또 다른 섹션에선 자동차를 주제로 했죠. 물론 기차와 비행기를 이용하는 여행에 필요한 백을 전시한 공간도 있고요.
1900년 그랑 팔레에서 개최한 만국박람회의 루이 비통 부스
ⓒ Archives Louis Vuitton Malletier

비통가 3대손인 가스통 루이 비통이 소유한 캔버스 스티머 백. 1900년에 처음 소개한 스티머 백은 여행자들이 그들의 캐빈 안에 보관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 Louis Vuitton Malletier
집필(writing)을 테마로 한 섹션에서는 어떤 소장품을 만날 수 있나요?
루이 비통이 프랑수아 사강이나 헤밍웨이 같은 작가를 위해 트렁크를 맞춤 제작하기도 한 만큼 ‘집필’이라는 주제는 저에게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 섹션에서는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캐릭터인 가스통 루이 비통에 대해서도 다루었죠. 그는 고서를 수집하는 ‘고서협회’의 일원이었고, 상당 수량의 고서와 문서를 수집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수집한 앤티크 트렁크, 그리고 그가 트렁크를 손에 넣기 전 보낸 질문까지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다.
여행과 문학도 중요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패션 또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겠죠?
패션에 대한 요소는 매우 정제된 방식으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레타 가르보, 캐서린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이본 프랭탕 등의 셀레브러티를 위해 제작한 트렁크와 그들이 소유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함께 전시했습니다. 매우 여성스럽고 우아한 방식으로 말이죠. 그 옆으로 남성적 우아함을 보여주는 섹션이 이어지는데, 아트 컬렉터 샤를 드 베티시나 패션 디자이너 폴 푸아레가 들던 트렁크를 의상과 지팡이 같은 소품과 함께 보여줄 예정입니다.
관람객이 전시를 보고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저는 사람들이 뭔가를 창조하도록 영감을 주는 전시를 좋아합니다. 전시를 본 후 꿈같은 여행을 했다고 느꼈으면 좋겠고, 트렁크를 만드는 일이 결국 한 사람의 개인적 의도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깨닫기를 바랍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혹시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나요?
세심하게 보존한 많은 문서,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가 20세기 이야기와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 덕분에 다양한 캐릭터를 발견하면서 꿈을 꾸는 듯한 시간을 보냈죠. 그래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아요.
루이 비통의 또 다른 아이콘 ‘쁘띠뜨 말’
Photo by Julia Hetta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이 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