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귀환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는 수식만으론 부족한 백남준. 그가 가고시안 갤러리를 통해 돌아왔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아트 바젤 홍콩의 부스 입구에 백남준의 ‘Golden Buddha’를 설치해 주목을 받았다.
2014년 10월, 가고시안 갤러리가 백남준을 전속 작가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다. 그동안 백남준의 작품을 관리해온 장조카 하쿠다 겐이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은 것. 국제 미술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가고시안과 맺은 계약으로 백남준 작품이 아트 마켓에서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2006년 76세의 나이로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제임스 코핸 갤러리, 테이트 리버풀,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 박물관, 아시아 소사이어티 등에서 그를 추모하는 굵직한 회고전이 열렸지만 유독 아트 마켓에서만큼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저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올해 3월, 가고시안 갤러리는 아트 바젤 홍콩 부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백남준의 작품 ‘Golden Buddha’(2005년)를 설치했다. 가고시안을 통한 백남준의 귀환을 알리는 선전포고처럼 보였다.
백남준의 가고시안 첫 개인전 <백남준: 말년의 양식(Nam June Paik: Late Style)>이 9월 17일부터 11월 7일까지 홍콩에서 열린다. 작가가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후 작고할 때까지 ‘말년’에 제작한 작품에 초점을 맞춰 20여 점을 선별했다. 몇몇 초기작도 함께 전시해 백남준만의 ‘양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했는지 조명할 계획이다. 미술사 책에 나올 법한 유명 작품만 모은 것이 아니라, 일반 관람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의 작품을 재조명한다는 역발상이 흥미롭다.
Bakelite Robot, 싱글 채널 비디오, LCD 모니터, 베이클라이트 라디오, 121.9×127×19.7cm, 2002
ⓒ Nam June Paik Estate

Third Eye Television, 빈티지 TV에 싱글 채널 비디오, 오일 마커와 아크릴릭, 44.5×52.7×47.6cm, 2005
ⓒ Nam June Paik Estate
그럼 전시장에서 만날 대표작을 살펴보자. 백남준의 뉴욕 스튜디오 주소를 제목으로 사용한 ‘359 Canal Street’(1991년)는 이전 작품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형태와 표현 기법이 등장해 ‘말년의 양식’이라는 주제와 잘 부합한다. TV의 내부 부품을 빼내 낡은 책상 뒷벽과 바닥에 이리저리 걸어놓은 설치 작품이다. 오래된 잡지, 함께 활동한 작가 오노 요코·레이 존슨·볼프 포스텔 등에게 받은 편지, 그의 유럽 활동을 다룬 기사 등 작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자료가 책상 서랍에 파편처럼 들어앉았다. 백남준 하면 떠오르는 오브제 중 하나인 불상을 활용한 작품도 반갑다. 그의 대표작 ‘TV Buddha’(1974년)에 등장한 불상은 다양한 포즈로 여러 작품에 반복해 나타난다. ‘Standing Buddha with Outstretched Hand’(2005년)는 백남준이 하나의 주제를 어떻게 변주하며 자신만의 시그너처 ‘스타일’로 완성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백남준은 몸이 마비돼 작품 활동은 물론 의사소통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망했고, 지치지 않는 창작 욕구와 아이디어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여러 사람의 기억에 휠체어에 앉아 작품을 제작하는 백남준의 모습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아직 세상에 잘 공개되지 않은 백남준의 작품도 전속 갤러리를 통해 차차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가고시안의 백남준 프로모션이 그의 미진한 사후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보자.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가고시안 갤러리 홍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