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만난 ‘위대한 어머니’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조니가 또다시 큰일을 치렀다. 니콜라 트루사르디 재단이 주최한 비엔날레급 전시의 제목은 ‘위대한 어머니’다.
케이스 에드미어 (Keith Edmier), Beverly Edmier 1967, 혼합 재료, 128.9×80×57.2cm, 1998 / Courtesy of artist, Petzel, New York, Photo by Lamay Photo

셰리 러빈 (Sherrie Levine), Body Mask, 브론즈, 57.2×24.1×14.6cm, 2007 / Photo by Zeno Zotti
1996년 밀라노에 비영리 기관으로 설립한 니콜라 트루사르디 재단은 별도의 컬렉션이나 미술관이 없다. 밀라노 곳곳의 역사적 건축물을 복원하거나 활용해 전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한다. 재단 활동의 밑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기획하는 인물은 마시밀리아노 조니. 2002년 스물아홉 살에 조니가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재단은 국제 미술계에 주요 기관으로 각인될 수 있었다. 엘름그렌 & 드락세트, 대런 아몬드, 마우리치오 카텔란, 욘 보크, 어스 피셔, 앙리 살라, 티노 세갈, 폴 매카시 등이 재단의 후원을 받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제작했다. 모두 조니가 기획한 전시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작가다. 재단과 뉴욕 뉴 뮤지엄의 예술감독직을 동시에 수행 중인 조니의 커리어는 2013년 최연소로 베니스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의 향후 활동을 걱정하는 이들도 생겼을 정도. ‘과연 조니가 (미술로) 세상에 무엇을 더 보여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마침내 마시밀리아노 조니가 제 실력을 맘껏 발휘할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름하여 <위대한 어머니(The Great Mother)>. 8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 왕궁)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스타 작가 127명의 작품과 각종 자료를 전시한다. 그는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변화한 ‘모성’의 개념을 연대기로 탐색했다. 전시의 출발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분석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들과 엄마, 가족관계를 성적 욕망과 억압의 드라마로 써 내려간 프로이트의 저서는 20세기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전시는 다다와 미래주의, 초현실주의 같은 초기 아방가르드 운동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전시 공간에는 루이 부르주아의 작품을 주축으로 1960~1970년대에 여성의 몸을 다시 보고자 한 작품, 여성이 수동적 재현 대상에서 적극적 이미지 생산자로 변신을 꾀한 1980~1990년대의 작품, 테크놀로지와 생태학의 경계에 있는 낡은 젠더 역할을 포스트 휴먼의 관점에서 극복하고 새로운 지평선을 제시한 작품 등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위대한 어머니’라는 주제는 조니가 미술과 각종 시각 문화를 인류 문명과의 복잡미묘한 관계 속에서 재조명한 2010년 광주비엔날레의 ‘만인보’,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백과사전식 궁전’의 주제를 잇는다. 미술과 비미술, 장르와 시대, 여성과 남성, 삶과 죽음 등 상호 충돌하는 개념을 담은 작품을 일대일로 대조하거나 종횡으로 배치해 관람객이 작품과 작품의 관계와 의미, 주제를 퍼즐 맞추듯 점진적으로 깨닫게 하는 조니식 큐레이팅 ‘방법론’도 여전하다. 수십 년 동안 엄마·보모·비너스 등 여성의 이미지를 수집한 올가 프뢰베-캅테인(Olga Frobe-Kapteyn)의 아카이브, 카를 구스타프 융, 에리히 노이만(Erich Neumann) 같은 심리학자나 인류학자의 위대한 여성상 원형에 관한 도상학 컬렉션 등은 전시 주제에 힘을 실어준다. 만약 당신이 전시장에서 이런 장면을 마주친다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엄마’가 8~12개월 된 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모습 말이다. 로만 온다크의 퍼포먼스 작품 ‘Teaching to Walk’다.
앨리스 닐(Alice Neel), Nancy and the twins, 캔버스에 유채, 101×153.4cm, 1971 / ⓒ Estate of Alice Neel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니콜라 트루사르디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