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름이 뭐길래

ARTNOW

부산시립미술관 옆에 새로 들어선 ‘이우환 공간’을 필두로 유명 예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 설립이 줄을 잇는다. 미술관 자체를 한 작가의 이름으로 명명하려는 이런 현상을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세계적 조각가 문신이 직접 지어, 지금은 시립 미술관으로 운영하는 ‘문신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 공간

지난 4월, 부산시립미술관 옆에 별관 형태로 지은 ‘이우환 공간’은 개관 이후 매일 평균 300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단색화 열풍과 더불어 이우환 화백이 직접 공간을 만들고 작품을 선정한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산 여행 코스에도 빠지지 않는 명소가 됐다.
창원엔 추상 조각의 대가 故 문신 작가의 이름을 딴 ‘문신미술관’이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직접 건립했지만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작가의 유언에 따라 2003년 시에 기증해 현재 시립 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물론 ‘문신미술상’과 사진 콘테스트 등을 통해 지역의 신진 작가를 발굴, 그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최근 영남 지방엔 이처럼 유명 미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미술관 내 특정 장소가 아니라, 아예 미술관 자체를 한 작가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짓는 시립 미술관에서 두드러진다. 그리고 이런 미술관의 작명 방식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미술계의 대립 또한 치열하다. 대표적인 곳이 경주와 안동. 고고할 것 같은 유서 깊은 두 도시가 진통을 겪고 있다.
그 시작은 두 도시가 작가들에게 작품을 대거 기증받고, 그들의 이름을 딴 시립 미술관 건립을 계획하면서부터다. 경주는 국내의 대표적 수묵화가로 경주에 터를 잡고 작업을 이어가는 박대성 작가, 안동은 단색화 1세대인 하종현 화백과 작품 기증과 미술관 건립 시점 등을 협의했는데, 이들 미술관에 대한 지역 미술계의 반발은 생각보다 거셌다. 특히 안동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에 생기는 최초의 시립 미술관에 개인 이름을 붙이면 개인 미술관이 될 것”이라며 “하종현 작가는 국내 화단의 거장이지만 시립 미술관은 지역 미술계의 역사를 보존하고 발굴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관계자들은 작품을 기증받으면 미술관 건립 예산에서 작품 구입 비용이 대폭 줄고, 비용에 비해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으며, 미술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의견을 굽히지 않는 실정.
그런가 하면, 지난 7월 진주에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여류 작가 故 이성자 화백의 미술관이 개관했다. 작가가 작품 375점을 기증하고 지역의 원로 작가와 작고한 작가의 작품까지 모아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는데, 시는 물론 지역 미술인까지 반겼다. 하지만 이곳은 최근 유족이 “충분한 계획 없이 사무실용으로 지은 건물에 상설 전시관을 만든 졸속 개관”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상태. 유명 미술가의 이름에 기대는 것은 미술관에 대한 관심을 높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선택일까, 아니면 지역 미술의 소외 때문일까? 지금 영남 미술계에 던져진 화두다.

문신, Harmony, 1978

에디터 신숙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