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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Mechanic

ARTNOW

복잡한 기능을 구현하는 그랑 컴플리케이션과 장인의 손맛이 절대적인 수작업의 결합은 작은 시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다이얼 위 여러 모티브가 움직이는 오토마톤(automaton)에 관한 이야기다.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 이전 왕족과 귀족을 위한 장난감이 이제는 과거의 위대한 워치메이킹 전통을 잇는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았다. 오토마톤 기능을 결합한 다양한 시계를 모았다. 기발하고 정교한 움직임에 시간을 확인하는 본연의 기능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움직임 이외에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시계를 장식한 모티브의 다채로움과 실체에 가까운 섬세함!

JAQUET DROZ | The Bird Repeater Geneva
18세기에 활약한 스위스 라쇼드퐁의 시계 제작자 피에르 자케 드로는 오토마톤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가다. 그리고 현재 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자케 드로는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 창조적인 결과물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버드 리피터도 그중 하나! 다이얼을 가득 채운 한 쌍의 새, 두 마리의 새끼, 부화하지 않은 알이 담긴 둥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케이스 9시 방향의 레버를 당겨 리피터를 작동하면 맑은 차임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동시에 오토마톤이 작동한다. 알이 반으로 갈리면 아기 새가 등장하고, 어미는 먹이를 주기 위해 둥지를 향해 몸을 숙인다. 오른쪽에 위치한 아비 새는 날개를 펼쳐 가족을 보호한다. 작은 다이얼 안에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기술이자 예술이다. 둥지 너머로는 워치메이킹의 중심지에 대한 오마주로 하늘로 치솟는 분수가 특징인 제네바 론 호수의 풍경을 담았다. 다이얼에 더한 섬세한 인그레이빙과 미니어처 페인팅 작업으로 움직이는 모티브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LOUIS MOINET | Derrick Gaz
작은 미니어처 구조물이 시계 케이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 시계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6시 방향에 자리한 부품이 중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라는 건 금세 눈치챘을 듯. 하지만 다이얼 가장자리에 놓은 구조물이 시계 다이얼에선 매우 낯선데, 이것이 오토마톤이다. 19세기의 가스 추출 시스템을 시계 다이얼에 옮기려 한 워치메이커의 재치 있는 생각이 빚어낸 멋진 결과물로, 9시 방향에는 가스를 추출하는 듯 회전하는 드릴 모티브를 장착한 구조물이, 3시 방향에는 핸들을 더한 가스탱크 모티브가 있다. 이 둘을 잇는 투르비용의 브리지는 가스 파이프처럼 생겼다. 즉 지면을 뚫어 가스를 추출하고 탱크에 저장한다는 유쾌한 발상! 기발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크라운을 돌려 시계를 와인딩할 때 탱크 옆 핸들이 함께 돌아가며, 게이지의 바늘도 따라 움직인다. 이 멋진 시계는 루이 모네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념비적 모델. 한편, 다이얼에 새긴 1806은 브랜드 이름과 같은 프랑스 태생 워치메이커의 탄생 연도로, 루이 모네는 그를 기리며 2004년 설립한 브랜드다.

REUGE | Charles Reuge Pocket Watch
뢰주는 1865년부터 뮤직 박스를 만들어온 스위스의 유서 깊은 회사다. 참고로 뮤직 박스는 태엽이 풀리며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핀과 원통형 음쇠판이 부딪쳐 멜로디를 구현하는 장식물이며 우리에겐 오르골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샤를 뢰주 포켓 워치는 바로 그 뮤직 박스와 오토마톤을 결합한 회중시계. 워치메이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술과 브랜드 창립자를 함께 기린다 (샤를 뢰주는 창립자의 이름). 회중시계의 앞면에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한 채 우물가에서 마주한 남녀의 모습을 정교하게 새겼다. 하지만 이 시계의 하이라이트는 케이스의 뒷면. 백케이스의 커버 안에 에로틱한 장면을 연출하는 남녀의 모습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케이스 뒤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그들은 야릇한 장면을 연출하고, 뮤직 박스 기능 덕에 모차르트의 선율까지 더해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라질 뻔한 전통 기법이 뢰주에 의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BVLGARI | Commedia dell’Arte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미니트리피터 메커니즘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움직이는 캐릭터를 더하면 그 매력이 극대화된다. 극소수의 워치메이커만 만들 수 있는 오토마톤을 불가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16세기 궁전을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가면극의 주인공을 다이얼에 담은 꼬메디아 델 아르떼가 그 주인공. 미니터 기능을 실현하는 동시에 마스크를 쓴 개성 넘치는 주인공은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한다. 주인공 뒤로 늘어선 배경 인물 역시 목과 팔,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다이얼에 활력을 더한다. 메커니즘 이상으로 눈여겨볼 것은 캐릭터와 주위를 가득 메운 화려한 컬러 팔레트! 인그레이빙 장인의 작업 후 이어지는 미니어처 페인팅은 섬세한 예술적 감각과 기술을 필요로 하며 다이얼 하나를 완성하는 데 최대 5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다이얼을 80oC의 오븐에서 굽는 과정은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대 50번까지 반복해야 한다고. 이토록 아름다운 결과물을 낳기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이 필수인 듯하다.

ULYSSE NARDIN | Repetition Minutes Hannibal Westminster Carillon Tourbillon Jaquemarts
너무나 긴 이름이 눈길을 끄는 시계. 하지만 이를 차근차근 읊으면 시계의 기능을 알 수 있다.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웨스트민스터 카리용 미니트리피터(Repetition Minutes Westminster Carillon)와 중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Tourbillon) 그리고 차임 메커니즘과 오토마톤을 결합한 형태를 일컫는 자케마르(Jaquemarts)까지. 한편 중간에 자리한 한니발(Hannibal)은 기원전 3세기 로마군에 맞서 싸운 카르타고 출신 장군의 이름이다. 즉 이 시계는 한니발의 행적(코끼리 무리를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처절한 전투를 벌인!)을 오토마톤 기능을 빌려 표현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셈. 칼과 방패를 휘두르는 군인, 긴 코를 위아래로 내두르는 코끼리 등 다이얼에 등장한 모티브는 리피터 기능이 작동하면 함께 움직인다. 정교한 세공 또한 이 시계의 가치를 더한다. 쌀알보다 작은 크기로 세공한 장군의 얼굴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지기 때문. 메커니즘을 완성한 워치메이커와 캐릭터에 세공을 더한 장인의 완벽한 호흡을 엿볼 수 있다.

PARMIGIANI | The Art of Falconry Table Clock
언뜻 봐선 두루미를 낚아채려는 매(falcon)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포착한 화려한 장식물 같다. 하지만 이것은 파르미지아니가 뛰어난 워치메이킹과 장인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탁상시계 형태의 오토마톤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와 두루미가 원통형 시계 부분을 회전하며 서로 쫓고 쫓기는 재미있는 발상. 그런데 매는 영원히 먹잇감을 잡을 수 없다. 치밀하게 계산된 메커니즘 때문인데, 매는 시간당 1회전, 두루미는 불규칙적으로 여섯 번 돌며 두루미가 움직이는 순간 시계에서 청아한 소리까지 난다. 파르미지아니는 잡을 수 없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동물의 힘과 인내, 고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기발한 메커니즘만큼 매력적인 건 새들의 세공 장식. 거대한 매는 광택이 흐르는 은으로 조각했고, 부리와 날개 부분에 브릴리언트 컷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맹금류의 특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반면 두루미는 옐로 골드로 완성해 크기는 작지만 매 이상으로 아름답다.

RICHARD MILLE | RM 19-02 Tourbillon Fleur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여느 오토마톤 워치와는 분위기가 다른 리차드 밀의 투르비용 플라워. 전통 방식을 재현하되 리차드 밀이 추구하는 21세기 시계 제작의 비전을 담았다. 이 시계에 등장한 오토마톤 모티브는 다이얼 하단 5개의 꽃잎으로 이뤄진 목련 송이다. 그 안에 중력을 상쇄하는 투르비용이 있고, 꽃잎이 열리는 순간 투르비용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 꽃송이는 5분에 한 번씩 벌어지며, 버튼을 눌러 수동으로 열 수도 있다. 혁신적 오토마톤 메커니즘이지만 이들이 목련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의외로 감성적이다. 목련은 꿀벌이 출현하기 전 이미 수백만 년 동안 지구 상에 존재했고, 탄생과 재생의 끝없는 반복을 통해 번성한 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시계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