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Parking Space
지하 주차장, 어둡고 탁한 공기 속 자동차를 잠시 놓아두는 자리라 여긴 그곳이 아티스트의 숨결이 깃든 갤러리가 되었다.
ⓒ 3 Sec. Gallery
네덜란드 브레다 시의 하서(Chase)는 뮤지컬, 카바레, 오페라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들어서길 꺼리는 공간이 있으니, 바로 어두운 지하 주차장. 브레다 시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에 시각적 문화 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 브레다 그래픽 디자인 페스티벌 위원회와 힘을 합쳐 ‘3초 갤러리(3 Sec. Gallery)’를 탄생시켰다. 3개월마다 국제적 그래픽 디자이너를 비롯해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주제에 맞춰 50개 프레임으로 구성해 주차장 벽면을 장식한다. 갤러리 이름이 ‘3초’인 까닭은 3초 안에 50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데에서 비롯했다. 일반 갤러리를 관람하는 시간과 동선을 떠올린다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차를 타고 그림을 감상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3초에 50개 작품, 즉 초당 약 17개의 작품을 보는 것. 이는 애니메이션 프레임 수와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이 어색하지 않게 작품을 읽어낼 수 있다. 물론 차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실제 주차장인 만큼 시간 제약이 없다는 것도 장점. 브레다 시는 지역 예술 활성화 방안으로 주차장 갤러리를 적극 활용해 앞으로 지역 내에 40여 개의 주차장 갤러리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주차장이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에 영국 최대 아트 페스티벌 ‘프리즈 아트 페어’가 열린 리젠트 파크의 캐번디시 광장 아래 위치한 Q 공원 주차장에 이색적인 전시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Car Park Art Show’. 주차장 1개 층을 전시 공간으로 꾸며 ‘We could not Agree’란 주제로 조각,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탄생한 100여 명의 아티스트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메인 전시가 아님에도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끈 데에는 독특한 공간과 신선한 주제가 한몫했다. 주차장 전시는 앞으로도 연례행사로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 주차장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북촌의 아트선재센터는 올해 미술관 사무소 옆 작은 주차장(CHAGO) 공간을 신진 작가에게 대여해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월부터 12월까지 총 6인(팀) 아티스트가 여섯 차례에 걸쳐 전시를 진행한다. 국내 대부분의 주거 시설이 아파트인 만큼 아파트 주차장을 개조해 눈길을 끄는 갤러리도 있다. 대전의 한마음아트존갤러리가 그 주인공. 오래된 임대 아파트, 입주민조차 꺼리던 방치된 공간을 류환 관장과 주민이 합심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갤러리를 오픈하며 대전문화재단과 함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작가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작가 박석신이 만든 ‘PARKing 문화공간 주차’ 역시 독특한 공간이다. 대전 대흥동에 버려진 여관 건물 지하 차고를 개조해 전시를 열 수 있는 ‘문화 놀이터’를 만든 것. 낮은 천장과 바닥에 선명한 주차 선으로 이전 공간의 쓰임새를 유추할 수 있는데, 젊은 작가의 전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도심의 인구 밀도만큼 많은 자동차, 그리고 수많은 주차장. 기계가 머무르는 삭막한 공간에서 탄생한 이색적인 갤러리. 일상의 갤러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