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쉐론이 담아낸 순간의 본질
자연의 소생과 소멸 사이 피어난 부쉐론의 ‘임퍼머넌스’ 컬렉션이 한국에 상륙했다. 어둠 속에서 밝혀진 여섯 점의 작품이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상기시킨다.

부쉐론 ‘임퍼머넌스’ 컬렉션 전시.
시간은 흐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흐르며 조용한 변화를 일으킨다. 2025년,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형태를 차근히 기록했다. 지난 1월에 선보인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Untamed Nature)’을 주제로 한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의 시작점이다. 새로운 장은 프레데릭 부쉐론이 품었던 자연에 대한 비전을 오마주한다. 그리고 이 창조적 여정을 순차적으로 이어가는 컬렉션이 7월에 공개된 ‘임퍼머넌스(Impermanence)’ 까르뜨 블랑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다. 총 1만8000시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 한국에 도착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부쉐론 글로벌 앰배서더이자 배우 한소희와 프렌즈 오브 메종 NCT 마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빛과 어둠의 전환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예술이 메종의 창의성과 장인정신을 대변한다.
Impermanence
자연의 본질을 포착하고자 한 탐구는 전례 없는 하이 주얼리 작품 ‘임퍼머넌스’ 컬렉션으로 빚어졌다. 꽃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본의 꽃꽂이 예술 ‘이케바나’가 큰 영감이 되고, 덧없음과 불완전함을 상징하는 ‘와비사비’ 미학이 모태가 됐다. 덧없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반영한 식물 조형물 여섯 점이 탄생한 배경이다. 가장 밝은 ‘Composition n°6’부터 가장 어두운 ‘Composition n°1’까지 정지된 형상의 식물은 점점 소멸하는 자연의 흐름을 상징한다. 컬렉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빛이다. 모든 것을 감싸던 빛이 점차 사라지며 마침내 완전한 어둠으로 귀결되는 순환에 대한 이야기. 형태와 기술, 소재의 한계를 넘어선 6개 조형은 자연이 품은 생명력을 표현한다. 6개의 구성은 착용 가능한 28점의 하이 주얼리로 분리되어 금세 사라지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새긴다.

Composition n°6
꽃잎의 곡선과 암술의 떨림을 담은 컴포지션 n°6는 시간이 멈춘 듯한 효과를 연출한다. 빛이 닿기 직전, 섬세한 튤립과 유칼립투스 그리고 줄기에 앉은 잠자리를 통해 투명한 아름다움을 포착한 것이다. 총 1860시간의 작업 끝에 완성된 작품은 암석보다 유연한 브로실리케이트 글라스, 모래 분사 처리로 완성한 무광과 투명의 대비, 사파이어 글라스와 머더오브펄 소재를 조합해 영롱한 자태를 드러낸다.

Composition n°5
컴포지션 n°5는 야생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엉겅퀴를 주제로 했다. 강인한 꽃에 깃든 섬세한 잎과 가시를 표현한 주얼리는 무려 2880시간의 작업물로, 자연의 생경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엉겅퀴꽃에 사용한 식물성 레진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3D 프린팅 기술도 인상적이다. 하이 주얼리 최초로 시도한 방식으로, 금속 구조 없이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혁신적 쿠튀르 세팅 기법이 특징이다. 엉겅퀴 아래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세라믹 코팅으로 완성한 장수풍뎅이도 위트를 더한다.

Composition n°4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시클라멘과 귀리를 포착한 컴포지션 n°4는 다이아몬드와 블랙 스피넬이 메인 소재다. 빛과 질감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생명이 살아 있는 듯 연출한 것. 총 4279시간 작업 끝에 완성된 주얼리는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블랙 래커 부분의 대비가 포인트다. 시클라멘에는 700여 개의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로즈 컷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고, 귀리에는 블랙 DLC(다이아몬드 라이크 카본) 코팅 처리한 티타늄 줄기로 우아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부여했다. 붓에 사용되는 섬유로 정교하게 재현한 애벌레와 나비도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Composition n°3
컴포지션 n°3는 검은 배경에 아이리스와 위스테리아를 대조적으로 펼쳐냈다. 어둠 속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광채가 돋보이도록 고안한 것이다. 두 꽃은 중력을 벗어난 듯 입체적으로 배치되어 허공에 떠 있는 듯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아이리스, 위스테리아, 사슴벌레로 구성한 새로운 자연은 4685시간의 제작 기간을 거쳤으며, 알루미늄과 티타늄, 화이트 세라믹, 블랙 스피넬을 조화롭게 구성했다.

Composition n°2
실루엣만 남은 듯한 목련은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컴포지션 n°2는 한없이 뻗어나가는 목련나무 가지의 극적 존재감을 드러낸 디자인이 특징이다. 윤곽에 흩뿌려진 꽃잎은 아름다움의 흔적을, 로듐 도금한 화이트 골드 스틱 버그는 생명의 존엄을 상징한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장인들은 실제 목련나무를 스캔해 가지와 꽃, 봉오리 형태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무게와 미학 사이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것도 인상적이다.

Composition n°1
빛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어둠은 자연을 지배한다. 컴포지션 n°1은 어둠 속에서 피어난 생명을 조명했다. 클레어 슈완은 양귀비와 스위트피꽃을 모티브로 검은색이 하나의 물질이 되어 꽃잎과 곡선을 따라 흐르도록 고안했다. 양귀비꽃, 스위트피 줄기, 나비의 구성은 어벤추린과 블랙 글라스로 표현했다. 가시광선의 99.4%를 흡수하는 특수 페인트 반타블랙과 티타늄을 핵심 소재로 사용했다. 은은한 빛을 더하는 다이아몬드와 블랙 스피넬, 오닉스가 심연 속 존재감을 고조시킨다.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
사진 부쉐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