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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올해의 디자이너’ 해리 누리예프와의 대화

LIFESTYLE

메종 & 오브제 2026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해리 누리예프가 행사 기간인 2026년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전을 선보인다.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작업을 집약한 이번 전시는 메종 & 오브제 2026의 테마 ‘과거가 미래를 비춘다(Past Reveals Future)’에 대한 직접적 응답이 될 예정이다. 그는 이를 통해 디자인이 시대의 물질과 감성을 어떻게 재조합해 새로운 정체성을 창조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해리 누리예프. © Alejandro Arretureta

러시아 출신으로 파리, 뉴욕,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공간을 하나의 ‘경험적 조각(experiential sculpture)’으로 다루는 해리 누리예프(Harry Nuriev)는 지난 10여 년간 컨템퍼러리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형태나 소재의 실험을 넘어 디지털 문화와 물리적 오브제, 소비와 폐기, 투명성과 감성이라는 오늘날의 미적 가치를 개념적·물질적으로 재창조하는 새로운 접근법 때문이다. 그가 2014년에 설립한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s)는 건축, 가구, 패션,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적 시각언어를 구축했다. 루이 비통, 발렌시아가, 자크뮈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공간을 브랜드의 정체성이 살아 있는 조각으로 번역한다”는 찬사를 받은 그의 작업은 디지털 감성과 물질적 현실이 공존하는 독창적 세계를 구현한다. 다가올 메종 & 오브제 파리 1월 전시에서 누리예프는 물질과 데이터,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경계가 희미해진 시대 속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실험적 재료와 대담한 색채,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가상의 감각이 물질로 응결되는 순간을 시각화할 예정으로, 유리·알루미늄·재활용 플라스틱 등 차갑고 인공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 속에서 따뜻한 인간적 서정을 드러내는 접근은 냉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낯설 만큼 감성적 울림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세대의 감각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으며, 결국 이번 전시는 현재와 미래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메종 & 오브제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미감을 건축적 구조로 치환해낼 수 있는 그의 감각 덕분이다. “디자인은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의 과정 그 자체”라는 누리예프의 단호한 선언문과 함께 시작될 ‘트랜스포미즘(Transformism)’은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객체를 다시 배열하며 그 속에서 미래의 감각을 예고할 것이다.

메종 & 오브제 2026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번 수상은 개인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 작업이 세상과 조용히 대화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프랑스에서 이렇듯 인정받는 것은 매우 특별하죠. 프랑스 문화는 예술과 디자인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을 정의해온 나라니까요. 그래서 이번 수상은 제가 걷고 있는 길이 올바르다는 작은 징표이자 같은 정신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격려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올해의 주제 ‘과거가 미래를 비춘다’는 당신의 창작 철학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당신은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며, 그것이 미래의 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전 역사와 미래를 연결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시대정신’을 읽는다는 것은 제게 매우 중요한 일이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실질적으로 이어주는 감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메종 & 오브제에서의 전시는 그 감정을 형태로 번역하는 과정이 될 거예요.

왼쪽 파리 13구의 모빌리에 나시오날(Mobilier National)에서 선보인 설치 ‘Royal Houses’. © Crosby Studios
오른쪽 해리 누리예프가 디자인한 파리 몽테뉴 거리의 지미추 팝업 스토어. © Benoit Florencon

재료, 형태, 의미의 ‘변형(transformation)’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왔죠. 이런 변형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요?

개인적으로 형태, 색, 재료, 그리고 철학 같은 것들이 이미 과거에 깊이 탐구되었다고 믿어요. 그래서 지금의 창의성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기보다 우리가 축적해온 데이터, 기억, 역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변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창조의 여정은 직선이 아닌 나선형이라 여기는데, 매 회전마다 새로운 의미가 드러나고 오늘날의 삶을 반영하죠. 저는 이 과정을 ‘트랜스포미즘’이라 부릅니다.

재해석과 개념적 사고가 중심이 된 오늘날,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지금 이 시대는 빈 캔버스에서 시작하는 창조의 시대가 아니에요. 이미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것에 새로운 숨결과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죠. 지금의 새로움은 종종 과거의 사물에서 나오지만, 단지 다른 감각과 새로운 문맥 속에서 다시 읽힐 뿐이라고 봅니다.

크로스비 스튜디오는 ‘감정의 건축(emotional architecture)’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자주 언급되곤 해요. 이번 전시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감정적·심리적 경험을 하길 바라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기 전에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내면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는 장소처럼요. 저는 기능이나 효율보다는 감정이 주도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감정이 앞서고, 나머지는 그 뒤를 따를 뿐이죠.

당신이 선보이는 프로젝트는 전통적 디자인 코드보다는 대중문화나 패션, 일상의 미학에서 출발하죠. 이는 디자인을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려는 의도인가요?

저는 제 작업이 특정 산업의 규범에 속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창조할 뿐이죠. 그것을 예술로 부르든, 디자인으로 부르든 판단은 각자 몫이고요. 중요한 점은 그것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뭔가를 제공한다는 거예요.

미래 디자이너는 철학자, 큐레이터, 장인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워질까요?

미래 디자이너는 트랜스포미스트(transformist)일 거예요. 아이디어와 개념을 다루는 사람, 즉 실험실보다 도서관에 더 가까운 존재일 테죠.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지금처럼 계속 창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것이 제게 주어진 길이니까요.

  •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
  • 양윤정
  • 사진 메종 & 오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