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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el, 슈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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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존은 남성 비즈니스 웨어의 핵심이다. 그리고 브이존의 인상은 라펠에 의해 결정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살토리얼 슈트 컬렉션

비즈니스맨의 세계에서 ‘옷 잘 입는다’는 평을 듣는 남성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사이즈를 잘 알고, 자신의 생김새를 잘 이해하며, 조화로움에 대한 심미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의 균형미를 추구하지 않고 자극적인 개성만 앞세운 스타일링에선 ‘우아함’을 찾을 수 없다. 우아함이란 비즈니스 웨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므로, 우아함을 추구하지 않은 스타일링은 비즈니스 웨어로 보기 어렵다.
가장 대표적인 비즈니스 웨어는 단연 슈트다. 슈트는 상·하의 한 벌을 같은 원단으로 만든 옷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근대화된 서양식 정장’을 대체하는 말로 그 쓰임이 변하고 있다. 슈트는 전 세계 남성이 공식 석상이나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입는 옷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웨어 용도의 슈트는 대부분 채도가 낮은 어두운 색이며, 스트라이프나 튀지 않는 체크무늬 혹은 아예 무늬가 없는 솔리드 원단으로 만든다. 옷깃과 소매의 모양, 재킷의 트임이나 바지의 주름, 심지어 단추의 개수까지 그리 다양하지 않고 몇 가지로 정해져 있기에 셔츠와 타이로 변화를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셔츠와 타이가 보이는 가슴팍 부분은 그 형태 때문에 ‘브이존’으로 불리며 남성복 스타일링의 핵심으로 여긴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슈트 차림이지만, 어떤 사람은 옷을 잘 입고 어떤 사람은 옷을 못 입는다. 사람들은 농담 삼아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을 하지만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 중에도 스타일이 멋진 사람이 있고, 잘생기고 훤칠한 사람 중에도 스타일리시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 결정적 차이가 바로 앞에서 말한 ‘조화로움’이다. 조화란 아주 다양한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룩을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 가지 단어나 문장으로 설명하긴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기준은 ‘라펠이 넓은 재킷에는 깃이 긴 셔츠와 폭이 넓은 타이를, 라펠이 좁은 재킷에는 깃이 짧은 셔츠와 폭이 좁은 타이를 매치하는 것’이다.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이 말을 따르면 크게 실패할 일은 없다. 이처럼 슈트 스타일링은 ‘어떠한 라펠이 달린 재킷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인상이 바뀐다. 그 때문에 비즈니스 웨어 스타일링의 뿌리 역할을 하는 라펠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으로 스타일링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좋다.

CESARE ATTOLINI BY LANSMERE
‘나폴리탄 슈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첸초 아톨리니의 삼남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 넓은 라펠, 중간 높이의 고지 라인, 곡선형 칼라가 특징이다. 회화적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어깨와 마네킹에 입혔을 때 자연스럽고 입체적인 곡선의 원통을 만들며 떨어지는 소매의 모양이 높은 제작 수준을 가늠케 한다. 3개의 버튼과 버튼홀이 있지만, 가운데 단추만 잠갔을 때 라펠이 자연스럽게 굴려져 투 버튼 재킷처럼 보이는 방식은 선조 빈첸초 아톨리니가 고안한 방식을 계승한 것이다. 앞섶이 넓게 벌어져 호방해 보인다.

BRIONI
‘로마식 슈트’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브리오니. 나폴리탄 슈트에 비해 조금 더 강건하고, 격식 있는 느낌을 준다. 브리오니의 라펠과 칼라는 나폴리 메이커에 비해 폭이 좁지만 곡선미를 더욱 강조했으며, 투 버튼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가슴팍은 단단한 인상이며, 높지 않은 고지선의 각도가 완만하다. 어깨에는 여유가 있지만 각이 져 있다. 잘록한 허리가 라펠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며 대담한 소매 부분의 입체감을 볼 수 있다. ‘멋을 부렸다’는 인상보다 이지적인 느낌이 강하다.

KITON
사업가 치로 파오네가 체사레 아톨리니의 도움을 받아 만든 하이엔드 기성복 브랜드. 설립 당시의 인연과 나폴리를 기점으로 성장했다는 점 때문에 패턴도 체사레 아톨리니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고지선이 조금 낮고 경사도 더 기울어져 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중심이 더 내려와 있어 여유롭고 편안한 인상이다. 라펠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으며 단추의 위치가 조금 낮고 브이존이 넓다. 라펠의 모양은 단추를 여미는 부분에선 높게 떠 있지만, 고지선이 가까워질수록 차분히 가라앉는다. 고지선과 칼라의 선이 넓게 벌어진 것이 가장 큰 특징.

ERMENEGILDO ZEGNA
굴지의 원단 회사로 시작해 시대의 요구를 수용해온 대형 브랜드. 그러한 전개 방식 덕택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슈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선보이는 패턴은 굉장히 냉철하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어깨와 소매는 곡선미를 살렸지만, 검처럼 좁고 긴 직선으로 뻗은 라펠 디자인 덕분에 전체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원래 이러한 패턴은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앞섶을 넓게 터서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가슴 포켓의 위치가 매우 높으며, 라펠 폭에 비해 부토니에르 홀의 길이가 매우 길다

TOM FORD
톰 포드는 여느 디자이너와 달리 슈트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전개한다. 게다가 매 시즌 전혀 다른 옷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들의 습성과 반대로 자신의 시그너처 패턴 슈트를 매해 발표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사진의 재킷은 톰 포드가 브랜드 런칭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패턴으로 만든 것이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경사의 피크트 라펠과 단추를 중심으로 X자를 그리듯 극단적으로 벌어진 앞섶, 티켓 포켓, 잘록한 허리, 강건한 어깨, 다소 낮은 고지선, 핸드메이드임을 알 수 있는 라펠 상단의 밀라네제 버튼홀이 특징이다.

CANALI
까날리 역시 제냐나 브리오니처럼 오랜 역사를 이어왔으며, 일찌감치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명성을 쌓았다. 기성복 메이커지만, 핸드메이드 비중이 높고 이탈리아 특유의 감성을 담은 컬렉션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까날리의 라펠은 체사레 아톨리니의 그것과 비슷한 형태를 띠지만 버튼의 위치가 높고, 그에 비해 총장이 긴 편이다. 그래서 브이존이 좁은 느낌을 주며, 조금 더 트렌디하고 젊어 보인다.

STILE LATINO BY SAN FRANCISCO MARKET
체사레 아톨리니의 아들이 만든 브랜드다. 싱글브레스트 재킷과 더블브레스트 재킷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타 브랜드와 달리, 스틸레 라티노는 그 둘의 인상이 굉장히 다른 재미난 특징이 있다. 보수적이고 우아해 보이는 싱글브레스트 재킷과 달리 더블브레스트 재킷은 과장된 패턴이 눈길을 끈다. 넓은 라펠은 청룡언월도의 날처럼 큰 곡선을 그리며, 부토니에르 홀도 바깥쪽에 있다. 고지선도 매우 높아 정면에서 보면 라펠이 어깨선을 넘는다. 샤맛과 더불어 극적인 디자인을 주 무기로 삼는 브랜드다.

BROOKS BROTHERS
1818년에 문을 연 브룩스 브라더스는 기성복의 역사를 시작한 브랜드다. 브룩스 브라더스의 하우스 컷은 1960년대에 확립한 아메리칸 클래식 슈트의 전형을 따른다. 폭이 좁은 라펠과 떡 벌어져 각진 어깨, 낙낙한 허리, 좁고 깊게 파인 브이존 센터 벤트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라펠의 폭이 좁은 재킷은 마르고 얼굴이 작은 사람에게 어울리는데, 브룩스 브라더스의 패턴은 덩치가 큰 사람뿐 아니라 뚱뚱한 사람에게도 매우 잘 어울린다.

GABO BY G.STREET 494 HOMME
높은 핸드메이드 비중에 비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가보는 루비암, 볼리올리, 라르디니처럼 유명 럭셔리 브랜드의 슈트 생산을 대행하는 가문의 공방이었다가 3대째에 이르러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가보의 라펠은 고지선이 매우 높으며 폭이 넓다. 라펠과 어깨, 포켓 부분을 더블 스티치로 장식했으며 낙낙한 어깨에 허리 라인은 잘록하다. 그리고 총장이 매우 짧으며 단추의 위치가 높다. 앞섶도 많이 벌어져 전체적으로 젊고 캐주얼한 인상을 준다.

LARDINI BY SAN FRANCISCO MARKET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통 이탤리언 스타일 슈트를 선보이는 라르디니는 심플하면서 멋스럽고,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부드럽고 소박한 어깨선에, 짧은 총장과 높은 단추 위치가 특징이다. 3개의 버튼과 버튼홀이 있지만, 가운데 단추만 잠갔을 때 라펠이 자연스럽게 굴려져 투 버튼 재킷처럼 보이는 방식이며, 폭이 다소 좁고 미묘한 곡선을 그린다. 특히 부토니에르 홀을 장식한 인조 부토니에르는 라르디니의 시그너처다.

LANSMERE
정통 이탤리언 슈트 스타일을 표방하는 최초의 국산 슈트 브랜드 란스미어. 런칭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국산 기성복 브랜드로는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체사레 아톨리니, 이사이아, 오라치오 루치아노 등 이탈리아 하이엔드 메이커의 옷을 수입하는 셀렉트 숍까지 겸하는 브랜드다 보니 각 브랜드의 장점을 살려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변형한 패턴을 하우스 컷으로 쓴다. 란스미어의 하우스 컷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는 체사레 아톨리니지만, 총장을 조금 더 늘리고 슬림한 느낌을 강조한 점이 다르다.

RING JACKET BY LANSMERE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기성복 브랜드. 합리적인 가격에 비해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이 묻어나 국내에서도 특별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일본 브랜드답게 전체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을 위한 옷’이라는 인상을 주며, 둥글고 과장되지 않은 어깨 실루엣이 특징이다. 라펠의 너비는 딱 표준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고지선의 위치는 높다. 독특한 개성이 있다기보다는 두루 사랑받을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느낌으로 완성했다.

에디터 김창규(프리랜서)
사진 기성율(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