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투자의 위협
알고리즘과 딥 러닝으로 진보한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연 로봇이 인간의 촉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세돌이 얼마 전 알파고와의 격돌에서 5국 중 4국에서만 불계승을 거두고 내리 패배했다. 그 격돌은 우리에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어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준 시간이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바둑 같은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를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럼 투자자 입장에서 바라본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어떤가. 사실 해외 금융계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온라인 투자 자문 서비스를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여러 금융 상품 설계에서도 아직 초기지만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전통적 자산 관리 서비스의 투자 수단은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active)형과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상품 위주의 패시브(passive) 상품으로 구분되는데, 먼저 초창기 알고리즘을 이용한 상품 설계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금까지는 인덱스 추구형인 패시브 상품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시장의 돌발 상황으로 인한 지수 급변환 시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이 상품의 맹점. 그만큼 알고리즘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변수를 가정한 수칙과 공식에 따라 자동으로 상황에 맞게 트레이딩하는 퀀트(quantitative)를 이용한 시스템 트레이딩도 이와 마찬가지로 도입 초창기에 많은 기대와 함께 트레이더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했지만 그 성과와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실 필자가 한때 몸담은 외국계 은행에서는 인건비 등 경비 절감 차원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투자 자문 서비스를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초기에는 상품 설명과 함께 그 상품을 직접 온라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점차 개인 고객의 투자 성향과 재정 상황 등의 정보를 분석해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나아갔고, 현재는 스스로 학습·진화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능이 더해지면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럼 딥 러닝 기능을 탑재한 금융 시스템은 우리에게 환상적인 서비스와 최고의 펀드매니저를 능가하는 실적을 안겨줄 수 있을까? 애당초 딥 러닝 기능을 탑재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개시한 근본적 이유는 전문 인력을 줄이고, 방대한 투자 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24시간 내내 효과적으로 분석 및 제공할 수 있으며 새로운 고객군을 창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 투자자 보호나 위기 대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기술적 문제로 섬세한 자문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며, 더욱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한계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기존의 수많은 지식을 기계 학습을 통해 습득한 ‘집단 데이터’일 뿐 결코 인간 이상의 존재는 아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편리한 수단이 될 순 있으나 인간을 완벽하게 대신하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ELS 같은 파생 상품도 어떻게 보면 수많은 연산으로 이루어진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 상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금보다 더욱 진화한 인공지능에 의한 투자 가이드를 조만간 투자자에게 제공한다고 해도 결국은 인간인 투자자의 섬세한 시장 감각에 따라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영석
홍콩 투자은행에 근무했으며 M&A와 대체 투자 전문가다. 현재 Mercury Value Partners의 대표이사로 <노블레스 맨>에 투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글 서영석(투자 전문가, 머큐리 밸류 파트너스 대표이사)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