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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남자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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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조화시키는 것,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하우스의 역사에서 찾은 꽃과 동시대적 패션 흐름인 스포티즘을 조화시킨 디올 옴므의 2016년 S/S 컬렉션. 크리스 반 아쉐가 제출한 답은 꽤나 근사하다. 지난 1월 홍콩에서 소규모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이를 직접 확인했다.

디올 옴므 2016년 S/S 프레젠테이션 현장

개성 강한 재료들로 완성한 색다른 조화
1월 11일, 홍콩의 마리타임 뮤지엄(Maritime Museum). 올 봄과 여름을 위한 디올 옴므 컬렉션을 소수의 아시아 지역 프레스에게 사전 공개하는 프라이빗한 행사가 열렸다. 화이트 컬러 벽과 천연 우드를 조합한 모던한 공간에 의상, 백, 슈즈, 액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든 아이템에 클래식, 스포티브, 프렌치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었는데 그중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장미 문양 장식! 핀 스트라이프 네이비 재킷의 가슴 부분에 단 장미 장식은 큼직한 부토니에르를 꽂은 듯 로맨틱한 남성을 연상시켰고, 카무플라주 패턴과 어우러진 클러치는 거친 남성 특유의 섬세하고 연약한 감수성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양쪽 소매에 큼직한 장미를 턱, 턱, 턱, 세 송이씩 얹어 과감한 꽃미남의 이미지를 보여준 화이트 컬러 보머 스타일 재킷인 스카잔(오른쪽 페이지 컬렉션 이미지 중앙 룩)이다. 네크리스도 빼놓을 수 없다. 고인돌처럼 투박한 모양의 러키 참 목걸이는 미국의 도예가 크리스틴 매커디(Kristin Mckirdy)의 작품인데, 부드럽게 둥글린 도자기 소재 펜던트 끝부분에 오렌지, 옐로, 블루 등의 컬러를 에나멜 코팅해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 컬러를 드러내는 키 아이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꽃은 여성 다음으로 고귀한 신의 창조물입니다”
어린 시절 경험은 당신의 행동 방식, 관점, 신념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무슈 디올 역시 그랬다. 프랑스 남부의 그랑빌, 장미로 둘러싸인 저택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그는 디자이너가 된 후 꽃에서 영감을 얻은 실루엣, 디테일, 컬러를 컬렉션 전반에 적용하며 이를 찬미했다. 그래서 디올 하우스의 역사에서 꽃은 중요한 상징물이다. 2016년 S/S 컬렉션을 준비하며 아카이브를 살핀 크리스 반 아쉐가 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듯. 사실 한 떨기 꽃, 매우 여성적인 요소다. 그래서 그는 여기에 프렌치 요소를 더하길 원했고, 그 결과 주목한 것이 프랑스 해군 제복의 카무플라주 패턴과 네이비 컬러 그리고 여기에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는 오렌지와 옐로 컬러다. 물론 현대 남성복의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키워드, 하이브리드와 유틸리티로 대변되는 스포티즘도 놓치지 않았다. 보머 재킷, 아노락 그리고 고무 소재 아웃솔을 장착한 슈즈 등 실용성을 더한 아이 템이 그 증거다.

디올 옴므의 2016년 S/S 액세서리 컬렉션

무질서와 그 안에 숨은 비밀스러운 질서
“남성복에는 수많은 코드가 넘쳐흐른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을 사랑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코드는 대부분 전통적인 것이지만, 현대적 우아함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러한 전통의 축적이다.” 크리스 반 아쉐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에는 다양한 주제가 녹아 있다. 또 그는 ‘전복시키다(subvert)’라는 표현으로 이를 언급했는데, 다시 말해 이런 거다. 오른쪽 사진 속 모델이 입은 네이비 슈트, 일반적으로 클래식을 대변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입은 셔츠의 카무플라주 패턴과 러버 솔 슈즈가 스포티브한 스트리트 감성을 더해 클래식이라는 이미지와 충돌하는 것. 그리고 각각의 아이템을 전문 테일러의 손으로 섬세하게 제작해 쿠튀르적 특징을 표현하니, 또다시 스트리트 무드와 대치되는 셈이다.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이러한 요소의 조합이 남성복 고유의 엄격한 규칙을 장난스럽게 뒤집는 동시에 전통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

감각우선주의
‘Non-age Fashion’, 패션계에서 어떤 제품을 출시할 때 나이에 따른 분류가 일반적이지만 굳이 이는 나이를 묻지 않는 패션을 의미한다. 디올 옴므의 컬렉션을 보고 에디터의 머릿 속에 불현듯 이 단어가 떠올랐다. ‘클래식하지만 젊은 감각을 지닌 하이패션 하우스의 아이템은 어떤 연령대의,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이를 위한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친 후다. 다소 거창한 듯싶지만 과거의 40대와 현재의 40대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현재는 ‘young forty’라는 신조어가 출현하는 때가 아닌가! 다시 말해 꽃 장식이 만발한 의상과 스포티브한 운동화가 눈길을 끄는 젊은 컬렉션은 폭넓은 연령대의 남자에게 어필한다. 그리고 이는 이번 시즌 보다 젊은 개성을 입은 남성들의 옷차림을 기대하게 하는 촉매제 같다.

디올 옴므의 2016년 S/S 컬렉션 룩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제공 디올 옴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