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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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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면서 미세한 차이에 따라 실력이 갈리는 스시의 맛. 이른바 스시야 춘추전국시대인 지금, 국내 스시야가 가는 길을 엿보다.

최근 런던에 독특한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최고급 레스토랑을 선보이는 카프리스 홀딩스 그룹의 작품인 섹시 피시(Sexy Fish)가 그 주인공. 레스토랑 전면에 세운 데이미언 허스트의 인어상과 프랭크 게리가 거울을 이용해 만든 거대한 악어 조각 장식 등으로 화려하게 꾸민 공간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다름 아닌 스시다. 지난해에 국내에 오픈한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일식당 키오쿠도 일반적 일식당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극장 컨셉의 층고 높은 라운지 공간을 선보였다. 이처럼 분자 요리, 팜 투 테이블 등 다양한 식문화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도 스시는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맛과 분위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이다. 밥(샤리) 위에 생선(네타)을 올린 익숙한 에도마에 스시와 각종 재료를 밥 위에 얹은 지라시 스시, 완성한 초밥을 쪄내는 무시 스시와 함께 과일이나 견과류 등 자유롭게 식자재를 첨가해 김밥처럼 돌돌 말아내는 롤 요리, 셰프의 화려한 데커레이션을 더한 크리에이티브 스시 등 우리가 지금 만날 수 있는 스시는 다양하다. “국내에 제대로 된 스시가 정착한 것은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아요.”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일식당 스시조 박진홍 셰프의 말이다. 시각적 화려함을 좇는 경향이 발전해 비주얼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진지한 맛을 탐구하기 시작한 게 그 정도란다. 현재 대부분의 스시야(초밥 전문점)는 정통 에도마에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 위에 각 셰프의 변주를 더하고, 그 맛에 따라 셰프의 실력을 가늠한다. 첫 단추는 호텔에서 끼웠다. 생선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엄격하게 정통 에도마에 스시를 추구하는 일본 긴자의 스시 명가 기요다 스시와 기술제휴를 맺은 서울 신라 호텔의 아리아케. 그리고 전통에 서양 스타일을 접목하는 등 흥겨운 분위기로 대중에게 인기 높은 긴자 스시 규베이의 영향을 받은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의 스시조다. 이 두 곳이 국내의 스시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호텔 일식당은 물론 독립한 호텔 출신 셰프, 일본 현지에서 정통 스시를 연마한 무림 고수들의 하이엔드 스시야가 난립한 춘추전국시대라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맛 좋은 스시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 게다가 이전에 스시만 내는 곳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각 셰프가 그날의 재료에 따라 코스를 구성하는 오마카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스시에 곁들이는 주류 역시 사케와 맥주는 물론 와인과 샴페인까지 한층 다채로워졌다. 스시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밥과 생선, 특히 쌀이 가장 중요하다고 셰프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서 각 생선의 맛을 한껏 끌어올릴 밥을 짓기 위해 계절에 따라 여러 종류의 쌀을 배합해 밥을 짓기도 한다. 최근 스시업계에서는 ‘숙성 스시’도 주목받는 이슈다. 신선한 생선이 생명인 스시에서 ‘숙성’이라니.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스테이크의 에이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고기와 마찬가지로 본래 스시용 생선은 숙성 기간을 거쳐 사용한다. 갓 잡은 활어에서는 생선 특유의 식감 외에 감칠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숙성 스시야에서 선보이는 ‘숙성 스시’는 생선의 종류에 따라 일주일에서 6개월까지 웨트에이징을 거친 네타를 사용한다. 스시의 오도독한 식감과 달리 부드럽다 못해 무른(그러나 입안에서 살살 녹는) 식감과 함께 감칠맛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먹는 방법도 한 걸음 나아갔다. 이전엔 간장에 와사비를 믹스해 손님의 취향에 따라 간을 해 즐겼다면, 최근에는 셰프가 스시를 만들며 미리 적당히 간을 맞추는 것. 간장과 와사비의 조합이 아니라 천일염을 사용하는 곳도 늘었다. 본래 간장은 콩으로 만드는 것이고, 소금은 바다에서 태어난 조미료가 아닌가. 구운 네타를 사용할 때는 확실히 소금간이 입안에 깔끔함을 더한다는 평이다. 생선의 맛이 다른 계절보다 조금 떨어져 가장 스시의 맛을 내기 어려운 계절로 꼽히는 봄. 그렇지만 이제는 사시사철 믿고 스시를 맛볼 수 있는 시대다. 여기 소개하는 5개의 독립 스시야는 셰프의 실력을 믿고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 최상급 식자재와 장인정신의 조화를 만날 수 있는 독립 스시야 ───────

스시 오마카세의 진수,스시코마츠
작년 연말에 새롭게 등장한 오마카세 전문 스시야. 인테리어 마감재는 물론 테이블과 의자 등 모든 가구를 편백나무로 제작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음식의 잡내까지 잡았다. 점심과 저녁 모두 오마카세 메뉴만 선보이는데, 한 입 요리와 스시를 반반의 비율로 구성해 지루할 틈이 없다. 매일 아침 셰프가 직접 장에 나가 가장 싱싱한 생선을 사오는 만큼 식자재의 신선도만큼은 최고를 자부한다. 가쓰오 사시미, 통영산 생굴, 방어, 참돔, 제주산 한치, 가마도로 등 시즌에 따라 생선의 종류는 조금씩 바뀌며 메뉴도 매일 달라진다.
ADD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5길 7-10
TIME 12:00~15:00, 18:00~22:00, 연중무휴
INQUIRY 02-515-1177

일본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스시타츠
도산대로의 구석진 골목에 자리한 스시타츠는 마치 일본 여행 중 만난 스시 전문점을 재현한듯하다. 클래식한 일본 전통 스시야의 인테리어와 함께 식자재와 서비스까지 그대로 담았다. 일본 긴자의 ‘긴자이와’에서 온 일본인 셰프와 한국의 임상현 셰프 콤비가 키친을 담당해 양국의 스타일이 적절히 섞여 있다. 스시타츠에서는 최고급 성게알인 홋카이도산 우니를 1년 내내 맛볼 수 있는 것이 강점. 입안에 넣으면 마치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듯 그대로 녹아내린다. 시즌마다 종류별로 선보이는 등 푸른 생선을 이용한 초절임과 씹으면 아사삭 소리가 절로 나는 고소한 노리도 스시타츠를 몇 번이고 찾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28길 18-10
TIME 11:00~15:00, 18:00~22:00, 연중무휴
INQUIRY 02-514-3336

물 흐르듯 만든 자연의 맛,스시선수
‘선수(善水, 최고의 물)’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따온 말로 신라 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와 ‘스시 초희’에서 실력을 닦은 스시 베테랑 최지훈 셰프의 좌우명을 집약한 이름이다. 그 의미처럼 테크닉보다 최고의 식자재를 우선시해 그가 만든 스시에서는 맑고 싱싱한 자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셰프의 추천 메뉴로 구성한 오마카세는 25년 경력 셰프의 내공이 집약되어 있다. 시그너처 메뉴는 숯불에 익혀 비린 맛을 없앤 고등어초밥과 화덕에 구운 장어숯불구이, 나고야식 도미머리조림, 그리고 다양한 회와 해산물을 새콤하게 양념한 밥 위에 얹어내는 일본식 회덮밥 지라시 스시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6
TIME 12:00~22:00, 연중무휴
INQUIRY 02-514-0812

궁극의 숙성 스시,스시만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일본의 ‘스시 사이토’와 110년 전통의 레스토랑 ‘스시 하쓰’에서 내공을 쌓은 권오준 셰프가 선보이는 최고의 숙성 스시와 가이세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시그너처 메뉴인 1년 숙성 고등어회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일반 회에선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감칠맛과 생선 본연의 맛이 드라마틱하게 어우러진다. 1년에 2개월 동안만 잡히는 안흥산 장어로 만든 아나고회는 재료의 깊은 맛을 그대로 담았다. 스시로 부족하다면 초밥은 물론 찜과 구이, 튀김으로 구성한 가이세키를 추천한다. 시즌별 최고의 식자재를 사용해 2개월마다 새로운 메뉴를 구성한다.
ADD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27길 3
TIME 12:00~14:30, 18:00~22:00, 연중무휴
INQUIRY 02-533-0181

한 마리 물고기에 깃든 장인의 혼,우오
일본어로 살아 있는 물고기를 뜻하는 ‘우오’. 일본 쌀과 재배 풍토나 품종이 다른 한국 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품종의 찰기와 맛, 쌀알의 단단함까지 고려한 블렌딩 쌀로 밥을 짓는 것이 특징이다. 이뿐 아니라 흔히 사용하는 현미식초 대신 술지게미로 만든 적식초로 네타의 풍미에 맞춰 밥의 산도를 조절한다. 최근 신라 호텔 아리아케 출신인 신동오 셰프가 우오에 합류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는 그만의 오마카세 메뉴를 선보인다. 신선한 참치를 일본에서 공수한 김으로 감싼 사바보우 스시, 꽃새우에 캐비아를 올린 보탄에비 스시는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 스시 만찬이 끝난 뒤 내는 소바와 양갱은 언제고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일등공신 중 하나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8-10
TIME 12:00~15:00, 18:00~22:00, 연중무휴
INQUIRY 02-518-4224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
숍 취재 김선녀(프리랜서) 사진 이창재, 윤동길 촬영 협조 스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