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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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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도, 색깔도, 이름도 독특한 낯선 채소가 요리하는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찬일 셰프가 제안하는 채소 요리 펜넬과 릭볶음을 곁들인 자색 당근 소스의 돼지 안심구이

3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고 지금껏 21개의 별을 모은 셰프. 알랭 뒤카스에 대한 수식이나 설명이 더 필요할까. 그 세계적 셰프가 노년에 이르러 사고(!)를 쳤다. 고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레스토랑을 낸 것이다. 파리의 플라자 아테네 호텔에 있는 알랭 뒤카스 오 플라자 아테네(Alain Ducasse au Plaza Athénée)가 그것. 호텔 레노베이션을 위해 수개월간 문을 닫은 이 레스토랑을 재오픈하며 메뉴에서 고기를 완전히 제외했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흔한 채소 요리도 실은 고기가 숨은 맛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고기 없는 식당이 가능한 일인가 싶다. 물론 알랭 뒤카스라면 채소와 곡물만 가지고도 충분히 섬세한 오트 퀴진을 만들어낼 것이다. ‘요리계의 달리’, ‘요리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페란 아드리아의 가장 큰 고민도 ‘스테이크가 없는 코스 메뉴를 짤 수 있을까’란다. 그는 기발한 테이스팅 메뉴만 40여 가지를 연달아 내는 것으로 유명한데, 손님들이 그 메뉴를 모두 시식하고는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이봐요, 메인(고기)은 언제 나오는 거죠?”그렇다고 채소가 꼭 주인공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고기와 채소, 해산물이 적절히 섞인 요리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맛도 맛이지만 영양 면에서 뛰어나다. 수십 년 전 서울에서 처음 요리를 할 무렵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채소는 정말 단출했다. 단출하다는 건 예의바른 말일 뿐 사실 형편없었다. 아스파라거스(심지어 냉동), 양파(샬롯을 꼭 써야 하는 메뉴에도), 감자, 줄기콩, 브로콜리가 고작이었다. 고급 호텔의 메뉴에 곁들이는 특수한 채소는 상당수가 수입이거나 통조림 아니면 냉동이었다. 당시 과천에 특별한 채소, 업계에서 흔히 쓰는 말로 특수 야채를 재배하는 농장이 있었다. 그곳에 가야 이탤리언 파슬리, 바질, 허브, 엔다이브를 조금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kg에 몇십만 원을 호가하던 허브를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파스닙, 셀러리액,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도 언제든 주방에 들일 수 있다. 물론 감자와 당근, 대파, 오이가 못났다는 건 아니다. 채소도 인종만큼 다양하고 그 쓰임새가 다르니 요리 좀 한다면 이런 채소를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할 때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다. 매운 고추를 사서 소금을 쳤다. 그리고 저장 용기에 담아 상온에 두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고추는 전혀삭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뜨거운 소금물을 붓지 않은 것, 그리고 고추가 너무 단단해 절여지지 않은 것. 한번은 시장에서 맛있어 보이는 둥글고 길쭉한 무를 발견했다. 집으로 가져와 깍둑썰기해 소금을 쳤다. 고춧가루를 뿌리고 안초비도 넣었다. ‘일주일이면 맛있는 깍두기를 먹을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일주일 후 한 점을 꺼내 씹었다. 그런데 웬걸, 익숙한 듯 이국적인 셀러리 맛이 났다. 보통 무가 아니라 셀러리 맛이 나는 무, 셀러리액을 산 것이다. 아주 오래전 르꼬르동블루 숙명아카데미가 갓 문을 열었을 때 셰프가 요리 시연을 하면서 셀러리액을 채썰어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를 냈다. 샐러드로 먹거나 익혀서 퓌레 형태로 먹는 채소다. 깍두기는 무슨. 이제 우리 곁에는 특별한 채소가 많다. 저마다 특징을 잘 파악하고 요리법을 익힌다면 훨씬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다. 방울양배추와 감자를 간장에 조리거나 마늘을 넣은 아스파라거스볶음을 밥반찬으로 만들어도 좋다. 샐러드라고 해서 매번 양상추만 쓸 필요도 없다. 비슷한 요리라도 특별한 채소 한 점을 옆에 놓아 색다른 요리로 만들 수 있다. 채소 하나로 곁들임의 혁명이 가능하다.

Where to Buy It
SSG 푸드마켓 품목이 조금씩 바뀌지만 서울 근교에서 직송한 펜넬, 릭, 파스닙 등 신선한 특수 채소를 고루 갖추었다.
Add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42
Inquiry 1588-1234

한남슈퍼마켓 각종 소스나 향신료, 치즈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식자재는 물론 샬롯, 루콜라 같은 외국산 채소를 만날 수 있다. 당장 매장에 없더라도 미리 전화로 주문하면 원하는 이색 채소를 구해준다.
Add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남대로 130
Inquiry 02-796-2390

사러가쇼핑센터 친환경 이색 채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www.saruga.com)으로 구입하면 하루 만에 받을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Add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23
Inquiry 080-202-8900

대파 닮은 릭과 보랏빛 당근
활처럼 휜 형상의 채소는 릭, 그걸 받치고 있는 건 자색 당근이다. 릭은 대파와 비슷하지만 더 달고 진한 맛이 난다. 보통 잘게 썰어 볶거나 크림과 함께 끓여 수프로 낸다. 파처럼 국이나 찌개에 사용해도 좋다. 자색 당근은 일반 당근보다 깊은 맛이 난다. 당근 대용으로 모든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얇게 썰어서 튀기거나 굽는 조리법을 추천한다.

지중해에서 온 다년초 허브
양파와 생김새가 비슷한 펜넬은 지중해 연안에서 자생한다. 쌉싸래한 향에 씹을수록 살아나는 은은한 단맛이 일품. 고기나 생선의 누린내를 없애 ‘고기를 위한 허브’로 불린다. 생으로 썰어 샐러드에 사용하거나 볶으면 부드러운 단맛을 즐길 수 있다. 고기를 삶을 때 넣으면 독특한 향이 배어 잡냄새를 잡고 맛을 돋운다.

꽃송이 상추와 달콤한 크림색 당근
커다란 잎이 꽃처럼 겹쳐 있는 모양의 버터헤드레티스. 양상추와 비슷하지만 식감이 훨씬 부드럽다. 보통 샐러드 채소는 쓴맛이 강한 편인데 이건 단맛이 두드러진다. 샐러드로 먹거나 샌드위치, 쌈 요리에 좋지만 국이나 수프를 끓여도 부드러운 맛이 잘 살아난다. 아래 놓인 건 설탕 당근이라 불리는 파스닙. 잘 익은 무처럼 달면서도 알싸한 끝맛이 남는다. 얇게 썰어 튀기거나 구우면 맛있다. 삶아서 퓌레로 만들면 매시트포테이토 대용으로 훌륭하다.

맵지 않은 고추와 완두콩 맛이 나는 새싹
가지처럼 생겼지만 고추다. 이름하여 가지고추. 맵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뛰어나다. 파프리카와 비슷한 질감이라 오일을 뿌려 굽거나 오븐에 구워 가니시로 사용하기 좋다. 얇게 자른 채소나 고기를 볶을 때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가지고추 사이를 뚫고 올라간 작은 줄기는 콩나물 맛이 나는 이색 채소 두묘다. 살짝 데쳐 나물처럼 먹는다. 시금치보다 비타민 C와 E가 풍부하다.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
사진 박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