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Parade
올겨울 펄의 활약상이 상상 그 이상이다.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던 하얗고 동그란 커스텀 주얼의 반전 매력!

1 마르니 2 드리스 반 노튼 3 미우 미우
정갈하게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심플한 블랙 컬러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입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오드리 헵번.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가녀린 라인에 자리한 풍성한 펄 네크리스는 지금 봐도 여전히 고귀하고 영롱하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인지 펄은 어린 소녀부터 나이 지긋한 할머니까지 오랜 시간 여인의 친구였다. 여성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다(어떤 보석이 그렇겠느냐마는!). 게다가 새하얀 눈송이를 닮아 겨울에 더욱 매력적이다. 이러한 진주가 올겨울 패션계에 화두로 올랐다. 그간 종종 모습을 드러냈지만, 올해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 건 이례적이다.
그 선봉장에 선 브랜드는 미우 미우로 레디투웨어와 슈즈, 액세서리 등 그들의 컬렉션 전방위로 진주의 매력을 드러냈다. 16세기 영국 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재해석한 덕에 자수, 컬러 스톤 등의 디테일과 함께 새하얀 구슬이 빛을 발한 것. 물론 브랜드 고유의 페미닌하고 로맨틱한 무드는 여전했다. 특히 핑크 퍼 소재 슬라이드는 진주 디테일의 화룡점정! 가방의 체인에 알알이 박힌 모습 또한 재치 넘친다. 디테일에 대한 구찌의 열정은 올겨울 진주에까지 다다랐는데, 앵클 스트랩 슈즈와 호랑이 모티브 이어링 아래 대롱대롱 매달린 진주는 할머니가 고이 보관한 빈티지 보석 같은 무드를 풍긴다. 캣워크에서는 네크리스를 매치한 룩을 여럿 선보였는데, 이는 사실 옷 위에 진주를 세팅한 것.
이 옷 한 벌이면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도 연말 파티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진주를 옷에 단 패션 하우스는 더 있다. 발맹은 작은 진주 비즈를 사용해 스트라이프 패턴을, 드리스 반 노튼은 마름모 형태의 그래픽 패턴을 만들기도 했다. 마치 자수 공방에서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것 같은 모습! 드리스 반 노튼은 이외에도 레오퍼드 패턴의 퍼 아우터에 크기가 다른 진주를 달아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을 이상적으로 조합했다. 패션계의 악동 제러미 스콧의 과감함과 도발적인 매력은 진주를 만나 더욱 풍성해진다.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채 망사 스타킹을 신고 다리를 훤히 드러내거나, 가죽 뷔스티에 톱을 입은 모스키노의 소녀 목에도 진주 네크리스는 곧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진주에 대한 샤넬의 무한한 애정과 신뢰는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이번 시즌에는 알이 크고 길이가 긴 네크리스 여러 개를 레어어링한 스타일이 런웨이에 올랐는데, 그레이·레드·핑크 등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의 의상에서 오라를 발한다. 특히 모델의 작은 얼굴을 다 가릴 듯 크고 독특한 디자인의 보터(boater) 모자엔 진주 스트랩을 달아 귀족적인 느낌을 더했다. 이 밖에도 마르니의 모델들은 진주 여러 개를 엮은 드롭 이어링을 길게 늘어뜨리며 진주의 우아함을 즐긴다. 이쯤 되니 패션 월드 속 진주의 모습이 쇼윈도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만큼이나 멋져 보인다. 아니, 올겨울만큼은 더욱 멋질 수도!

4 미우 미우 5,6 샤넬 7,8 구찌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