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Winter
순백의 눈부신 설경 위를 질주하는 말과 사람의 역동적인 레이스, 얼음 아래 펼쳐진 차갑고 신비로운 물속 세상, 눈밭과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아찔한 경험까지. 겨울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특별한 추억.

생모리츠에서 스키조링을 즐기는 모습

화이트 터프 스키조링 대회
| 눈밭의 레이스 |
스위스 엥가딘 계곡, 눈 덮인 장엄한 산맥이 펼쳐지고 두껍게 얼어붙은 호수 위로 눈이 쌓여 아름다운 절경을 자아내는 호수 마을 생모리츠. 매년 2월이면 전 세계 귀족과 상류층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세 번의 일요일에 걸쳐 펼치는 설상 경마 대회, 화이트 터프(White Turf)가 열리기 때문이다. 1907년에 시작한 화이트 터프는 2017년 110주년을 맞이한다. 라이브 뮤직 밴드와 전시회 등의 다양한 부대 행사, 경마 코스를 둘러싼 2500석의 좌석, 얼어붙은 호수 위는 고급스러운 마켓 텐트가 어우러져 하나의 축제 현장을 보는 듯하다. 이곳에서 스위스, 독일, 프랑스, 헝가리 등지에서 온 40여 명의 기수와 그들의 애마가 경합을 벌인다. 마차 경주 처럼 말 뒤에 눈썰매를 매달고 달리는 트로팅(Trotting)과 말 뒤에 매달려 스키를 타는 스키조링(Skijoring) 경기도 펼쳐진다. 특히 스키조링은 수많은 관객이 열광하는 경기 종목으로, 말의 동력에 의지해 시속 50km로 약 2.7km를 주행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스키조링은 말이나 개 또는 전동차에 로프로 스키를 연결해 눈밭을 달리는 레포츠의 일종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 크로스 컨트리 선수들 훈련을 위해 시작 되었다. 기수와 스키를 타는 사람으로 구성한 2인 1조로 즐기는 것이 보통이나 프랑스에서는 한 사람이 스키를 타며 동시에 말을 끌기도 한다. 별다른 훈련이 필요하지 않아 많은 나라에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스키조링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북미 지역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미국 몬태나주 화이트피시를 세계 스키조링 챔피언십 최상의 개최지로 선정했다. 알래스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페어뱅크스도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며 스키조링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스키조링협회를 조직해 트레일을 개발하고 경주 대회를 통해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폴란드, 독일, 체코, 몽골 등지에서는 다양한 스키조링 대회를 개최한다. 스키조링 경기는 짧게는 5km에서 길게는 20km가 넘는 구간을 달리는데, 가장 긴 레이스는 러시아 칼레발라(Kalevala)에서 열리는 경기로 440km를 달린다. 갤롭투어의 이승욱 대표는 평창과 몽골에서 스키조링 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다. “스키와 로프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예요. 비교적 쉽게 들리지만 600kg이 넘는 동물 뒤에서 50km 속도로 달리는 것은 꽤나 아찔한 일이죠. 고삐를 이용해 말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운동을 즐길 수 있어요. 개썰매와 컨트리 크로스 스키의 중간 형태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개발 중인데, 현재 평창에 스키와 승마에 관한 모든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죠. 대회 형식과 일반인의 레저를 잘 구분해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승마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맞이해 철원군과 평창군, 파주군 등을 중심으로 스키조링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자유롭게 말이 끄는 스키를 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홍천강에서 즐기는 아이스다이빙

열대 바다처럼 맑은 시야
| 얼음 밑 세상 탐험 |
“바이칼 호수에서의 아이스다이빙은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몇 번이라도 다시 가보고 싶은 다이빙 포인트죠. 둘레를 도는 데도 3개월이 소요될 만큼 엄청난 규모의 호수로 수심이 1.7km에 달해요. 깊어봐야 수심이 10m가 채 되지 않는 국내 홍천강에서 경험한 아이스다이빙과는 스케일부터 달라요. 러시아 현지 다이버의 가이드를 통해 아이스다이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죠.” 언더시익스 차순철 대표는 극한의 추위에도 매년 강원도 홍천, 철원, 동강 등지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아이스다이빙 마니아다. 두꺼운 얼음판 아래 펼쳐진 세상은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모든 움직임이 느리고 정적이란다. 겨울이 되면 얼음이 얼면서 강의 유속이 느려지는데, 수많은 부유물이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닥으로 가라앉아 열대 바다처럼 맑은 시야를 보여준다. 아이스다이빙은 본래 극소수의 다이버가 수중촬영이나 구조 기관의 인명 구조를 위해 행해오다 최근 2~3년 사이 익스트림 스포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2월에 얼음의 두께가 최소 15cm 이상인 강에서 진행한다. 참가하는 다이버에게는 어드밴스트 오픈워터 이상의 자격과 드라이슈트 스페셜티 자격증을 권장하는데 스쿠버다이빙을 20회 이상 경험한 다이버라면 충분하다. 보통 6명 이상의 팀으로 진행하며 팀 리더 1명의 지휘 아래 2명의 다이버가 버디를 이뤄 다이빙을 하고 1명의 육상 보조자가 안전줄을 담당한다. 그리고 2명의 구조 다이버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를 한다. 팀 리더나 보조자는 다이빙을 포기한 채 맡은 역할에만 집중해야 하므로 아이스다이빙은 ‘황제 다이빙’이라고도 불린다. 사람들이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얼음물 속 추위. 수온은 0~2℃ 사이로, 추위를 견디기 위한 특별한 장비와 잠수복이 필수다. 동계용 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며 내피를 든든하게 입을 수 있는 드라이슈트를 입는 것이 좋다. 세계에서 아이스다이빙을 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인 맥머도 해협은 가시거리가 약 300m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수온이 -1°C인 9월부터 2월 중에만 다이빙이 가능하다.

바람을 타고 점프하는 스노카이트보드
| 하늘을 나는 스노카이트보드 |
파도가 없는 날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도록 서핑에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해 만든 카이트보드는 대형 연을 하늘에 띄워 서프 보드를 움직이는 레포츠다. 이를 눈밭으로 가져온 스노카이트보드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 스노보드를 더욱 스릴 있게 만든다. 1990년대에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시작한 스노카이트보드가 국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동호인 모임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대회가 열릴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노르웨이 라그나뢰크에선 매년 스노카이트보드 대회를 개최한다. 1000여 명이 참가해 바람에 몸을 맡기고 160km가 넘는 거리를 돈다. 스위스 브리크 지역, 생플롱 고개의 고원지대는 이를 위한 완벽한 장소로 꼽힌다. 여기엔 초급자를 위한 학교도 있다. 스노카이트보드를 타려면 스노보드와 카이트, 컨트롤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장비는 방향을 조절하는 컨트롤바. “왼쪽으로 카이트를 날리고 싶으면 왼쪽, 오른쪽으로 날리고 싶으면 오른쪽, 바람을 이용해 연의 방향을 바꾸는 법만 익히면 3~5일 만에 공중제비도 쉽게 돌 수 있어요.” 서핑 교육업체 하이윈드 장정용 대표의 말이다. 스노카이트보드의 가장 큰 묘미는 점프. 높게는 수미터까지 점프할 수 있어 플라잉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람을 타면 최고 30m 높이까지 떠오를 수 있어 설원을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죠. 그러나 높은 곳에서 착지 시 부상 위험이 높으니 반드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안전한 높이에서 즐겨야 해요. 바람의 영향으로 멈춰 서야 할 때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과 하나 되어 바람을 즐기는 여유가 있어야 하죠. 굳이 스키장이 아니더라도 고수 부지부터 대관령 횡계, 무주까지 바람이 불고 눈밭이 펼쳐진 넓은 평지라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어요.”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