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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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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린 잔칫상에 숟가락 하나를 얹었다. 페라리 오너만을 위한 특별한 드라이빙 데이, 필로타 페라리 어라운드 더 월드. 소문난 잔치엔 마땅한 이유가 있다.

페라리 타본 여자가 되었다. 기자의 작은 특권? 페라리 오너만 참여할 수 있는 ‘필로타 페라리 어라운드 더 월드 코리아’ 행사장에 취재원 자격으로 동참했다. 10월 17일, 용인 스피드웨이에는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부터 진풍경이 펼쳐졌다. 여기도 페라리, 저기도 페라리, 심지어 트랙 앞에는 각양각색의 페라리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광경. 애호가 사이에서 가장 잘 만든 페라리 차량으로 칭송받는 458(올해 출시한 488은 아직 공장에서 제작 중인 모델이 많은 관계로), 우아함을 부각한 캘리포니아 T, 에디터와 한 몸이 되어줄 페라리 최초의 4인승 모델 FF 등 비교적 최신 모델부터 오너의 손때와 개성을 입힌 역사적 모델까지 등장했다. 페라리의 상징적 레드 컬러가 압도적으로 많긴 하지만 블루, 옐로, 화이트, 실버 등 컬러 팔레트도 화려하다.
필로타 페라리 어라운드 더 월드는 페라리 오너를 위한 특별한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이다. 1993년 이탈리아에서 ‘코르소 필로타(Corso Pilota, 드라이빙 코스라는 뜻)’로 시작해 2004년부터 ‘어라운드 더 월드’를 붙여 세계 무대에 진출했고, 국내는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의 취지는 짐작 가능하다. 페라리 오너가 자신의 페라리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고 페라리를 타는 쾌감과 스릴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게 판을 깔아준 것.
오전, 오후로 나눠 약 40명의 페라리 오너가 자신의 차량을 몰고 이 행사에 동참했다. 페라리에서 공인한 전문 인스트럭터와 함께 레이서 자격증이 있는 배우 연정훈도 (단순히 셀레브러티로 자리를 빛낸 것이 아니라) 인스트럭터로 나섰다.
이론 교육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다. 운전석 바짝 당겨 앉기, 9:15 각도로 핸들 잡기, 페들 시프트 조정 요령 같은. 이어 헬멧을 쓰고 나선 트랙 주행에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컨트롤, 커브에서 드라이빙 라인을 정교하게 그리며 주행하는 법 등을 배웠다. 노면이 미끄러울 때 오버 스티어링된 상황에서 차량을 컨트롤하는 방법이 꽤 흥미로웠다.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비상시를 위한 확실한 대비랄까. 사실 운전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전자제어 기능만 꺼두지 않으면 페라리가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텔레메트리 세션에서는 주행 스타일을 기록해 인스트럭터의 샘플 그래프와 비교하며 부족한점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부끄럽지만 에디터의 기록을 공개하면, 제동 테크닉이 조금 미흡했다. 직선 주행 후 커브를 돌 때 브레이크를 과감하게 한 번 밟아주는, 이른바 강-약-약 스텝이어야 하는데 중-중-약으로 진행한 것. 3시간 동안 평생 가장 열정적인 드라이빙을 즐긴 후 영예로운 수료증(마치 붉은 상장같은)을 받았다.

전문 인스트럭터로 행사에 참여한 배우 연정훈

미끄러운 노면에 오버 스티어링된 상황에서 차량을 컨트롤하고 있다.

모든 참석자에게 영예로운 수료장이 주어졌다.

사실 이번에 진행한 필로타 어라운드 더 월드 코리아는 이벤트성으로 실시한 약식 프로그램이다. 정식 코스는 4단계로 진행하며, 각 단계는 2일이 꼬박 소요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스케줄이다. 첫 단계가 ‘스포츠 드라이빙 코스’로, 운전석에 제대로 앉는 훈련으로 일컬어진다. 에디터가 체험한 프로그램의 확장 버전이다. 두 번째는 ‘어드밴스드 코스’다. 차량을 빠른 속도로 운전하면서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운다. 차량에 장착한 원격 데이터 측정 시스템을 통해 참가자의 주행 스타일과 기록을 분석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 수준에 맞춘 차별화된 이론 수업을 진행한다. 테크닉을 완벽하게 익힌 후에는 트랙을 공략할 차례. 세 번째 단계인 ‘에볼루션 코스’에서는 458 챌린지 레이싱 카를 운전해볼 수 있다. 원격 데이터 측정 시스템을 장착한 레이싱 카를 타고 랩타임 실습을 진행한다. 고난도 트랙 세션을 통해 짜릿한 흥분과 자신의 드라이빙 한계치를 경험할 수 있다. 모든 드라이빙 코스를 수료하면 페라리의 원메이크 레이스(단일 차종 경주, 동일한 제원의 차량으로 운전자의 실력을 겨루는 자동차 경주)인 챌린지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챌린지 코스’는 대회에 출전하기 전 마지막 교육을 진행하는 최종 단계다.
지금껏 정식 필로타 코스에 참여하고자 하는 페라리 오너는 중국 상하이(연중 4회)로 가거나, 이탈리아 마라넬로 페라리 본사에 위치한 피오나로 서킷(매월)을 찾았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 코스 기준으로 거의 1000만 원이 든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도전장을 내민다. 원메이크 레이스 진출을 앞두고 챌린지 코스를 이수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날 예정인 한 페라리 오너는 “페라리는 달릴 수밖에 없는 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페라리를 만든 건 창립자 엔초 페라리, 레이스와 스피드에 한평생을 바친 고집스러운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이다. 여기에 피닌 파리나가 창조한 아름다운 스타일을 더해 ‘최고의 스포츠카’라는 명성을 얻었다.
페라리 챌린지는 1993년 시작해 그동안 40여 개국의 2400명이 넘는 전문 레이서와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참여해왔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 이어 2011년부터는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대회가 열렸으며, 한국에서는 2013년 그리고 지난 7월에 두 번째 경기를 개최했다. 참가자의 레이싱 경력과 드라이빙 수준에 따라 코파셸 클래스와 피렐리 클래스로 나누어 진행하는데, 레이스 전용으로 제작한 458 챌린지 차량을 이용한다. 국내에선 배우 연정훈이 2012년 코파셸 클래스로 처음 데뷔한 이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부터 피렐리 AM 클래스로 상향 편입돼 더욱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다.
페라리 챌린지의 최종 결승전인 피날리 몬디알리(Finali Mondiali)는 그야말로 전 세계 모든 페라리 오너의 꿈이자 페라리의 가장 큰 축제다. 하지만 페라리 챌린지를 동경하고, 자격을 갖춰 참가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 고성능 차량의 질주 본능을 만끽하고 성취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연정훈은 “다른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도 원메이크 레이스를 진행하지만 확실히 페라리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때론 경기를 하러 가는 것인지 친구를 만나 파티를 즐기러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페라리를 소유한 사람들에겐 기록 경쟁보다 페라리의 가치와 멋을 아는 사람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물론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차가 아니기에 성공한 그들의 삶의 방식은 많이 닮았을 것이다. 참고로 이번 필로타 페라리 어라운드 더 월드 코리아 참가비 전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자선 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렇게 시작된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제공 ㈜F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