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Mind
프로이트라는 라스트 네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제인 매캐덤 프로이트(Jane Mcadam Freud)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증손녀이자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루치안 프로이트의 딸이다. 걸출한 가문의 정신을 이어 조각, 드로잉, 비디오아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로 전시회를 선보이고 있다.
Stone Speak 3 (Helen), Stoneware clay, 69.5ⅹ76ⅹ50.8cm, 2010
붉은색 벽지로 꾸민 방 안, 화려한 터키시 패턴의 카우치 위에 환자가 누워 있을 것만 같다. 그 옆 테이블 위에 어지럽게 놓인 작은 조각상은 어딘지 이질적이다. 미술관 한편에 마련한 이 공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실제 진료한 집무실을 바탕으로 제인 매캐덤 프로이트의 작업실과 중첩시킨 공간이다. 이곳이 상징하는 것처럼 그녀의 작품 세계는 증조할아버지의 정신분석학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미지를 즉흥적 방식으로 표현한 초기를 거쳐 2005년 프로이트 박물관의 아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그녀는 증조할아버지의 정신분석학에 더욱 매료됐다. 특히 그녀는 프로이트가 모은 다양한 그리스 조각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프로이트 박물관에 가면 증조할아버지가 모은 약 1000개의 그리스 조각상이 있는데, 상반된 이미지로 짝을 이룬 작품이 많습니다. 그것을 보며 제가 평소 관심 있던 메달의 양면성이 그가 탐닉한 조각상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증조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저로 이어진 과거와 현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작품은 그녀가 영향을 받은 리비도(성적 충동), 이원론, 자유연상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리비도를 통해 섹슈얼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한편 매캐덤의 어원인 ‘타르마카담’이 뜻하는 도로 포장 물질을 이용한 조각 작품 등을 제작하며 자신의 근원을 찾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Seed Symphony, Steel wire, found and preserved objects, 200ⅹ70cm(30ea), 2015 / 사진 김민근

Self Portrait Half, Terracotta, 46ⅹ21.5ⅹ30.5cm, 2013

E art H,Salt and basalt grit, Dimensions variable, 2015 / ?사진 김민근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제인 매캐덤 프로이트
?2010년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여덟 살에 헤어진 후 23년 만에 만난 아버지 루치안 프로이트를 대상으로 한 작업을 통해 ‘치킨 와이어’라는 오브제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수평적이거나 시선을 아래로 두어 감상하던 기존 작품 스타일 대신 스케일이 커지고 상승하는 이미지를 선보이게 된 것. “이전에는 사물을 주로 작게 만드는 편이었는데 아버지를 만난 후로 사물을 크게도 만들어보고 작게도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아버지를 모델로 드로잉 작품을 많이 그리며, 아버지의 조언을 통해 제 내면적으로도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작품 스타일도 바뀌게 되었죠.” 이번 전시를 위해 하나의 구조물에 32개의 작품을 더해 새롭게 만든 ‘Seed Symphony’는 제인 매캐덤 프로이트의 현재를 가장 단순하고 명확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그녀가 길거리에서 발견한 오브제를 단풍나무 씨앗 모양의 철사 구조물 안에 넣어 천장에 매달아놓은 모습을 통해 인간의 뇌 속에서 무의식이 떠다니는 모습을 나타냈다. 나무의 죽음과 탄생을 뜻하는 씨앗은 프로이트의 이원론을, 앞과 뒤가 보이는 철사의 물성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 무의식의 속성을 표현했다. “저는 행동, 사건, 상황에 대한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땅에 떨어진 물체를 마주했을 때 저는 그 오브제가 저와 무의식으로 연결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서 저만의 연상을 시작하죠.”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아우르는 90여 점의 작품은 그녀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30년 여정을 담은 한 편의 거대한 파노라마와도 같다. 5월 8일까지 우양미술관에서 제인 매캐덤 프로이트와 함께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만나보자.
에디터 | 박현정(프리랜서)
사진 제공 | 우양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