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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작은 집, 자궁

BEAUTY

여성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궁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

가죽 톱과 네이비 와이드 팬츠는 Céline.

서른, 자궁을 돌봐야 할 나이
서른 살이 넘어 지인들과 모이니 연애, 직장에 이어 꼭 나오는 주제가 건강이다. 그것도 자궁 이야기. 에디터 주변의 결혼한 친구들이 적잖이 토로하는 공통 고민이 난임이기 때문이다. 난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지인에게 맘편히 갖자고 말하면서도 결국 드는 생각은 이거다. ‘나는 임신할 수 있을까? 내 자궁은 건강할까?’ 이렇듯 여자 나이 30대에 접어들면 자궁 건강이 삶과 직결되는데, 우리는 자궁에 너무 무심하다.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여성 건강에 많은 변화의 신호탄을 울리는 완경(요즘은 폐경 대신 여성으로서 완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내포한 ‘완경’으로 순화해 표현한다)을 피해가는 여자는 없으므로 안심은 금물이다. 그러니 피부에 쏟는 노력을 조금만이라도 자궁으로 돌려보길.
자궁을 돌보는 법을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자궁경부암에 대해 살펴보자. 대부분의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해 발병하며,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2가지 HPV에 대한 면역을 형성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이 성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효력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접종 권장 대상은 15~17세 여성(외국에서는 9세부터 접종하기도 한다)이지만, 대한종양콜포스코피학회 개정안에 따르면 45세 여성도 접종할 수 있도록 개정했어요. 45세 이전 여성 역시 접종으로 자궁경부암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말이죠.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 청소년기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면 HPV로 인한 질환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으므로 자녀에게 꼭 백신을 맞혀야 합니다.” 서울라헬여성의원 정지안 원장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자궁경부암 백신이 모든 청소년이 필수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이 되었다고. 자궁경부암 백신은 외음부암, 질암, 생식기 사마귀(곤지름)와 전암성 병변 그리고 항문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은 상태(2010년 FDA)로, 현 상황에서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수많은 자궁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궁경부암을 제외한 자궁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자궁에 종양이 자라는 자궁근종으로 생리 과다, 생리통, 부정 출혈, 아랫배 불편감으로 시행한 초음파 검사 후 흔히 발견하게 된다. 자궁내막이 골반 복막, 난소, 나팔관, 자궁 외벽, 자궁 근육층, 대장 등의 조직으로 침투해 출혈과 염증, 유착을 일으키는 자궁내막증은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이며 재발하기 쉬워 꾸준한 진료가 필요하다. 골반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30만 명의 여성이 진단받을 정도. 골반염 환자 중 3분의 2 이상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 나팔관 폐색 등으로 진행돼 난임증으로 발현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사례다. 이처럼 대부분의 자궁 질환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좀 막연하긴 해도 미묘한 몸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기검진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부인과 검진 과정이 꽤나 간단한 편이고 자궁경부세포검사와 자궁·난소 이상 유무 확인을 위한 초음파만 시행해도 흔히 발병하는 자궁 질환은 발견할 수 있다는 거다. 자궁경부세포검사는 연 1회,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한 경우는 2년에 1회 필수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부인과 초음파검사는 30세 이상인 경우 연 1회, 자궁 근종 또는 난소의 종양 등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경우는 주치의의 판단하에 검진 주기를 결정하면 된다.

스스로 자궁을 지키는 방법
자궁을 건강하게 사수하는 생활 수칙을 알아볼 차례다. 따뜻한 팩을 아랫배에 올리거나 따뜻한 물로 목욕해 자궁과 골반의 혈액순환을 촉진할 것, 통풍이 안 되고 몸을 압박해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레깅스나 체온을 떨어뜨리는 짧은 하의는 피해야 한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외음부의 세정은 하루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며 맹물, 식초를 약간 떨군 물, 약산성 청결제를 이용해야 한다. 일반 비누나 보디 클렌저로 외음부를 세정하는 행위는 질염을 유발한다. 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육류 대신 채소 위주의 담백한 한식을 먹는 습관은 다이어트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포화지방산은 에스트로겐 분비를 유도해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같은 에스트로겐 의존성 질환을 유발하므로 되도록 육류는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 화학제품과 플라스틱처럼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제품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상 실천하기 어렵다고? 플라스틱 대신 도자기나 유리 그릇을 사용하는 것,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키는 것, 환경호르몬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십자화과 채소(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등)를 많이 먹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화학 생리대를 면 생리대로 바꾸는 것도 꼭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 생클한의원 윤정선 원장은 화학 생리대가 흡수한 환경호르몬이 사용 위치상 직접적으로 자궁과 난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환경호르몬을 입으로 먹고, 코로 들이마시고, 피부에 바르며 살아갑니다. 왜 환경호르몬이라고 이름 지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수많은 화학 성분 중에서도 우리 몸에 들어와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우리 몸에 흡수된 환경호르몬은 정상적 호르몬 활동을 방해하고 호르몬 체계를 무너뜨립니다. 여성호르몬 역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죠.”

완경에 대처하는 자세
45세에서 55세 사이, 평균적으로 51세에 여성은 완경에 맞닥뜨린다. 완경기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저하돼 그동안 여성호르몬이 맡은 많은 역할에 문제가 생긴다. 비뇨생식기의 위축으로 질 분비물 저하, 질 건조감, 성교통, 방광염, 요실금이 생길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는 우울증, 불안 증세, 기억력 감퇴가 나타날 수 있다. 골밀도를 유지하는 여성호르몬의 결핍으로 골다공증, 골절, 근육통, 관절통도 생기기 쉽다. 이러한 완경 증상을 치료하고자 호르몬제를 처방받는 환자가 많다. “마법의 약일 것 같은 호르몬제가 일부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호르몬제의 지속 복용으로 인한 각종 암,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 증가 같은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경 후 몸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완경 전 미리 자궁을 세심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호르몬제가 자궁 건강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으니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는 게 윤정선 원장의 전언. 유기농 우유, 뼈째 먹는 생선, 두부, 콩, 석류, 칡이 완경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음식이니 매일 챙겨 먹자. 불규칙한 호르몬 분비의 균형을 맞추는 한방 치료도 한 방법. 완경을 미루는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완경으로 심신이 받게 될 충격을 덜어주는 낙하산 역할을 한다고 할까. 난소 기능 이상으로 40세 이전에 완경을 맞는 조기 완경도 요즘 흔하다. 아직 완경을 맞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원활한 난소 기능을 위해 신경 쓰자. 난소 기능을 저하시키는 커피와 술, 담배를 피할 것. 물을 많이 마시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며 몸에 너무 무리가 가지 않게 주의한다. 무엇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는 것이 난소 기능을 원활히 하는 습관이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김외밀 모델 다리아(Daria) 네일 박은경(uniste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