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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바다

LIFESTYLE

살면서 만난 바다의 다양한 풍경을 떠올리며, 이 무렵 문득 생각한다. 올여름 만날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해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고, 계절을 모두 겪은 다음에야 비로소 알았다.
해녀들의 사진을 찍으며 내가 찾아낸 것은 결국 나의 이야기, 나의 모습이었다.”_ <해녀와 나> 중

슬그머니 다시 바다 생각이 고개를 드는 시점이다. 얼마 전 근 1년간 찍은 사진을 정리해보니 수많은 이미지 사이에서 잊힐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것이 바다 사진이었다. 어디든 근처에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시간을 내어 해변으로 나가 풍경을 눈에 담고, 발걸음을 돌리기 전 카메라에도 담은 까닭이다. 바르셀로나 해변의 주황빛 노을, 강렬한 태양 아래 은빛으로 빛나는 호주 애들레이드 글레넬그 해변의 물결,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광안리 백사장과 바다의 놀랍도록 조화로운 색감까지. 사진첩에 모인 바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든 생각은 대자연인 바다가 곧 예술이라는 점, 그리고 예술이라는 걸 하는 인간에게 갖가지 방식으로 창작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사진작가 준 초이를 제주도로 이끈 것도 바다의 이런 힘일 것이다. <해녀와 나>에서 그는 40년간 사진을 찍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겉모습만 예쁜 것엔 부족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것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욕망이 요동쳤다고. 그의 가슴을 울린 피사체는 제주도에 있었다. 그는 2005년 우연히 여덟 명의 해녀들을 만난 것을 계기로 이후 틈날 때마다 제주에서 해녀 사진을 찍다 2013년에는 아예 해녀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1년 동안 우도에서 해녀와 그들의 터전인 바다의 모습을 촬영한 뒤 탄생한 이 책의 부제는 ‘바다가 된 어멍, 그들과 함께한 1년의 삶’. 자연과 하나된 해녀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속에서 인생을 성찰한 작가의 깊은 고백이 여운을 남긴다.
<해녀와 나>의 글과 사진이 생생한 바다의 삶을 전한다면, <바다 소년의 포구 이야기>는 지금 당장 푸른 바다를 품은 포구를 향해 떠나고 싶게 하는 여행 에세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바다와 더불어 글을 쓰고 있는 저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포구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사계절의 맛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통영의 서호시장과 남망산조각공원 사이에 있는 강구안 포구에서 갓 잡아 올린 물메기와 아귀의 펄떡거리는 움직임을 눈앞에서 보고, 마을 전체가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인 벌교 포구를 찾아 매혹적인 노을을 감상하고, 슬로 시티 증도의 검산 포구에서 느림의 미학을 통해 얻은 삶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생명력을 발견하고 소중한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진정한 바다 여행이다.
반면 김기정 시인에게 바다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립고 간절해진 고향이다. 시집 <귀향-섬 되고 나무 되어>에서 그는 불변하는 자연 앞에서 중년의 삶을 가다듬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시인은 자신이 기억하는 고향풍경을 하나하나 불러들이며 오랜 감정들과 재회한다. 비 내리는 섬, 쓰고 지운 글처럼 물결치는 수면,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무뚝뚝한 밤바다, 달아오른 석양을 노래한 각각의 시편에서 지극한 고향 사랑과 바다 사랑이 묻어난다.
바다와 사람들에 대해 쓴 책을 읽으며 덩달아 바다 생각에 취해보는 여름이다. 올해는 어느 바다로 가볼까. 책장을 넘기는 소리 사이로 언뜻 파도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