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는 이름의 합작품
한국과 프랑스가 파트너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지고 있는 지금, 주한 프랑스 대사로 새롭게 부임한 파비앙 페논 대사가 말하는 ‘같이 걷는 길’에 관하여.

문화 예술계 어디에나 프랑스의 기운이 가득한 요즘이다. 올해 초부터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형 문화 행사에 프랑스가 주요 테마로 선정되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프랑스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두말할 것 없이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가 시작된 까닭이다. 그런데 지난여름까지 우리가 본 것은 음악회에 비유하자면 한 곡의 서곡에 불과하다. 더 짜릿한 협주곡과 웅대한 심포니는 가을이 깊어가며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
행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은 지난 9월 18일. 프랑스에서 ‘한국의 해’가 시작된 이날, 파리에서는 에펠탑에 태극기 문양의 조명을 수놓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종묘제례악을 개막 공연으로 올렸다. 앞으로 1년간 문화뿐 아니라 경제, 교육, 과학,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진행할 행사는 수백 가지. 11월 4일에는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 방문해 양국의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두 국가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가 새롭게 부임했다. 프랑스 대통령 비서실에서 아메리카, 러시아, 발칸,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유럽연합 등의 역외 관계 담당 외교보좌관으로 근무하다 한국에 온 파비앙 페논(Fabien Penone) 대사다. 이제 막 한국 생활을 한 달 넘긴 그를 만난 것은 10월 초. 마침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방한해 쉼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갈지 굳이 상상해보지 않아도 연일 공식 일정을 보도하는 여러 언론이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바쁘게 한국의 가을을 누비고 있는 사람이라고.
프랑스 대사관을 방문해 약속 장소인 관저로 올라가는 길엔 밝고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 햇살만큼 환한 얼굴로 나타난 파비앙 페논 대사는 첫인사부터 벌써 한국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고 이곳에서 아내와 네 아이와 함께 생활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9월 초 부임 이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두 나라의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렇게 뜻깊은 시기에 한국에 부임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한국은 아주 다이내믹하며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뿌리 깊은 전통을 지니고 있어요.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창작과 전통에 가치를 두는 나라죠. 함께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에요.”
한국에서는 내년 3월부터 ‘프랑스의 해’가 시작된다. 의미 있는 교류의 해를 기념해 무엇을 선보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은 일찌감치 시작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에서 열릴 행사의 공식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의 준비위원회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고 한다. 파비앙 페논 대사가 잠시 들려준 행사의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먼저 내년 3월에는 조제 몽탈보(Jose Montalvo)가 한국국립무용단과 만든 신작을 공연하고,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와 관련한 전시를 개최할 예정. 그 밖에도 프랑스와 한국 예술가의 공동 작품 전시가 2016년 12월까지 열린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무작정 규모로 압도하는 블록버스터급 볼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보다는 폭넓게 교류의 방식을 모색하는 협업이 탄생하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럼 이 다양한 행사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는 명료하게 답했다. “예전에 한국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프랑스 창조성’의 진수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미 문화 예술부터 화장품과 패션, 식문화까지 많은 영역에서 프랑스를 가까이 만나고 있다. 특히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말할 때 프랑스는 결코 빼놓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의 많은 것을 통해 자주 접해와 이젠 친근하게 여기는 프랑스지만 그는 한국인이 발견했으면 하는 분야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일렉트로닉 음악 프로듀서와 DJ, 젊은 건축가나 가구 디자이너의 활약 등이다. 또 문화를 넘어 프랑스의 공산품과 기술, 교육기관과 스타트업까지 새롭게 소개하고 싶은 것이 많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편, 지금까지의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이제 한 걸음 나아가 더 좋은 파트너가 되는 방법을 고민할 때다. 그것이 이시기 한국에 부임한 파비앙 페논 대사에게는 가볍지 않은 과제일 터. “한국과 프랑스는 작년 무역 교류가 80억 유로를 넘어서면서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 올라섰어요. 지난 10년간 50% 성장한 수치죠. 이제 더욱 밀접한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 간의 교류입니다. 한국인과 프랑스인은 서로를 더 잘 알 필요가 있어요. 학생, 비즈니스맨, 관광객의 방문을 더 활성화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 영화이기도 하죠. 각국의 인력이 모여 탄생한 결과물이 바로 이 영화니까요. 요즘 프랑스 현지의 변화도 놀라워요. 한국어 수업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파리에 한식당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 임기 동안 한국에서 꾸준히 시도해 나갈 것은 이해와 교류의 절대적 열쇠인 ‘대화’라고 덧붙인다. 정치 리더들만의 대화가 아니라 각 분야 사람들 간의 대화 말이다.
본격적인 교류의 해가 시작될 무렵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지금이 동반자 관계를 더욱 깊게 다져갈 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매우 낙관적이다. 부임 초반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은 미래를 향해 함께 걷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강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