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주의 멀티플레이어
보여주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한 사람이 지닌 감성이나 실력의 무게는 달라지지 않는다.

1 톰 포드 2 톰 포드 뷰티 향수 3 영화 <싱글맨> 4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제73회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 훌륭한 미장센과 탄탄한 스토리로 이슈가 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바로 톰 포드다. 과거 강렬한 비주얼과 센세이셔널한 디자인으로 구찌에 새로운 이미지를 안겨준 그에게 이제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은 낯설지 않다. 영화 <쥬랜더>를 시작으로 <비주얼 어쿠스틱스>에 출연해 배우로서도 기량을 뽐내던 그는 <싱글 맨>을 통해 톰 포드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묵직하면서도 아찔한 매력이 있는 톰 포드 뷰티의 향수처럼 그의 영화 전반에 깔린 짙은 섹시함은 패션, 뷰티, 영화와 흐름을 같이한다. 보여주는 채널과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한 사람이 지닌 감성이나 실력의 무게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

1 웨스 앤더슨 2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3, 4, 5 웨스 앤더슨이 기획-디자인한 바 루체
패션에서 영화계로 활동 영역을 넓힌 톰 포드와 반대로 영화계에서 패션으로 손을 뻗은 웨스 앤더슨도 주목하자.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웨스 앤더슨은 그의 핑크빛 판타지가 고스란히 녹아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패션 플레이스에 표현해냈다. 밀라노에 위치한 프라다의 복합 예술 공간 ‘폰다치오네’ 내에 있는 바 루체가 그 주인공. 웨스 앤더슨이 총괄 기획과 디자인을 맡았는데, 드라마틱한 공간 연출가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으며 영화에서 레스토랑으로 영역을 확장한 그의 감각을 캐치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탈리아의 올드 바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라운지에 온 것처럼 화사한 컬러와 따뜻한 햇빛이 드는 공간으로 누구나 먹고 마시며 편안하게 예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한 시즌의 트렌드를 압축해 런웨이에 올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120분 분량의 영상으로 표현하는 미학을 공간 디자인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 지금의 멀티플레이어란 파워풀한 창작력을 때론 영화로, 때론 음악으로, 때론 공간이나 패션 디자인으로 변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 때문에 아직 국내 개봉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톰 포드의 <녹터널 애니멀스>와 이제 막 크랭크인에 들어간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영화 <웨스 앤더슨 프로젝트(가제)>가 더욱 기대된다.
에디터 이아현(fcover@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