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와
마음을 치유하는 숲과 정원 그리고 꿈처럼 시작되는 주말 3일간의 시골 생활. 이 모든 것의 예찬을 다룬 책 세 권.

평일엔 도시에서 살고, 주말엔 시골에서 산다. 일본 도쿄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40대 맞벌이 부부는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8년을 지냈다. 도쿄 아파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지바 현 보소 반도 미나미보소에 또 하나의 집을 마련해놓고. 이들은 금요일 밤이면 짐을 챙겨 시골로 향한다. “이렇게 아쿠아라인(고속도로) 터널을 경계로 세계가 바뀐다. 머리로 일하는 도쿄 생활, 몸으로 일하는 미나미보소 생활,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왕래하는 스위치로 연결된 생활 방식을 통해서 지금 있는 세계의 윤곽이 보인다.” <주말엔 시골 생활>은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 중 어느 한쪽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두 곳의 장단점을 공정하게 다루며 두 지역에서 번갈아 사는 생활 방식을 사유한다. 그러니까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오히려 근본적이다. ‘왜 우린 한 곳에서만 살아가야 하나?’ 일상에 시골살이를 끼워 넣는 건 문명을 밖에서 바라보는 효과를 가져다준다는데,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를 그래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한편 <마음을 가꾸는 정원>은 정원 가꾸기를 명상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책이다. 조경사이자 신학 전공자인 자키아 머레이가 직업인으로서 일상적으로 해온 정원 일과 이를 통해 명상 수행 경험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냈다. 잡초를 다루는 법, 가지치기, 흙을 마주하고 퇴비를 만드는 방법 등 가드닝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그것만 줄기차게 파지도 않는다. 정원을 가꾸는 건 하나의 수단일 뿐. 책은 흙을 통해 생명의 풍요로움과 대지의 생명력을 느껴보라 말하고, 들숨과 함께 가지치기하며 낡은 버릇과 집착을 버리라고도 말한다. 저자는 “(정원이) 목표에 매달린 채 속도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의 습관을 내려놓는 장소이며, 뚜렷하든 사소하든, 자신에게로 돌아오기에 충분한 공간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자연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는 과정에서 우리의 내면을 깊고 울림 있게 확장한다. 마지막으로 조경 전문가 재키 베넷의 <작가들의 정원>은 세계 고전 마니아라면 꼭 체크해둘 만하다. 제인 오스틴과 애거서 크리스티, 찰스 디킨스, 베아트릭스 포터, 윈스턴 처칠, 조지 버나드 쇼 등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영국 작가 20명의 집과 정원과 텃밭, 작품의 배경이 된 숲과 들판과 산책길을 소개한다. 그들이 각 장소에 머무르는 동안 쓴 작품 목록을 본문마다 따로 정리하는 한편, 나고 자란 자연환경과 정원이 그들의 삶과 문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살펴본다. 작가들은 고난이 닥쳤을 때 정원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처칠은 선거에 패한 정치 암흑기에 정원을 가꾸는 데 온 힘을 쏟으며 우울증을 달랬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로알드 달은 어린 딸이 죽었을 때 교회 묘지에 200여 종의 식물을 심고 돌보는 것으로 슬픔을 달랬다. 특히 책에 소개한 정원과 주요 장소의 정보를 정리한 ‘영국 정원 여행 정보’, 영국 정원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원 관련 용어’, 작가들의 정원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을 소개한 ‘식물 찾아보기’를 부록으로 실어 실용적인 정보를 더했는데,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정원은 목표에 매달린 채 속도에 사로잡혀 사는 우리의 습관을 내려놓는 장소이며, 뚜렷하든 사소하든,
자신에게로 돌아오기에 충분한 공간을 선사한다.” _<마음을 가꾸는 정원> 중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