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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그녀를 위한 옷

FASHION

화장실만큼이나 명확하게 구분되던 남녀 패션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로에베의 2015년 F/W 시즌 남성 컬렉션

아미의 2015년 F/W 시즌 남성 컬렉션

구찌 2015년 F/W 시즌 여성 컬렉션에 등장한 남녀 의상

구찌

컨셉스토어 아젠더 로고

얼마 전 런던의 셀프리지 백화점에 문을 연 컨셉 스토어 아젠더(Agender)는 남녀 그 누구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셔츠나 코트, 스니커즈를 진열해 판매한다. 온라인 편집숍 더코너닷컴(thecorner.com)의 노젠더(No Gender) 카테고리를 클릭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사이즈를 구비한 젠더리스(genderless) 제품을 모아놓은 이곳에선 그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처럼 요즘 패션계는 성별을 중요히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를 허무는 중이다. “제 주위의 옷 잘 입는 여자친구들은 모두 남성복을 즐겨 입는걸요!” 알렉상드르 마티위시의 아미(Ami)나 라프 시몬스 쇼에선 남성복을 입은 여성 모델이 워킹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복을 디자인하지 않지만, 실제로 많은 여성 고객을 보유한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남성 컬렉션에 여성복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컬렉션 기간이 여성의 리조트나 프리폴 컬렉션을 새롭게 소개하는 시기와 겹쳐서기도 하지만, 생 로랑, 지방시, 모스키노가 한 테마를 녹여낸 남녀 의상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은 남녀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증거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의견도 힘을 보탠다. “남녀 모두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야말로 지극히 현대적입니다.”
더 나아가 구찌의 새로운 수장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하우스의 심벌과도 같았던 글래머와 마초에 흥미를 잃어버린 이에게 남녀 구분이 모호한 젠더리스 컬렉션을 제안한다. 리본 장식 블라우스와 레이스 톱, 플라워 프린트 슈트는 놀랍게도 남성을 위한 제품이기도 하다. 이는 남성용 러플 쇼츠나 원숄더 크롭 톱을 선보이며 남녀가 똑같은 옷을 입어도 좋다는 조나단 앤더슨의 옷장공유(sharing wardrobes) 개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단 하나의 옷장을 앞에 두고 남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HBA의 디자이너 셰인 올리버는 성별에 대한 언급 대신 자기표현(self-expression)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의상 한 벌은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오브제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세계에 한계나 장애물이 있으면 곤란하죠.”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지금의 젠더리스 트렌드는 마치 남녀가 각각 지닌 금기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덕분에, 생각의 벽을 허물고 한계를 모르는 패션 스타일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