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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ohemian Rhapsody

BEAUTY

조 말론 런던이 이번에 도전한 테마는 ‘뉴 보헤미안’. 플로리엔탈 향기를 위해 조향사 마리 살라마뉴와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고, ‘미모사 앤 카다멈’이라는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지난 5월, 조 말론 런던 팀이 지나온 향기의 여정을 <노블레스>가 런던에서 다시 경험했다.

조 말론 런던은 생동하는 브랜드다. 시간을 타고 흘러온 스토리만 강조하거나 브랜드의 아이코닉 향수를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고 그 야심작을 기분 좋게 내놓는다. 2015년 새 작품을 위해 조 말론 런던이 도전한 테마는 바로 뉴 보헤미안. 이를 위해 누구에게나 친숙한 플로럴 향조를 업그레이드했고, 여기에 오리엔탈 무드를 가미했다. 그 결과 기존의 조 말론 런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신비롭고 파우더리한 향기가 탄생했다.

오리엔탈리스트 화가 레이턴 하우스의 내부. 신비로운 동서양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여정의 시작, 레이턴 하우스
조 말론 런던의 새로운 향수에 대한 영감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모험심, 곧 자유로운 보헤미안 정신에서 비롯했다. 신비로운 오리엔탈 무드와 당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흥미로운 물건, 1960년대의 강렬한 쾌락주의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테마의 가닥이 잡히자 조 말론 런던의 마스터 퍼퓨머 마리 살라마뉴(Marie Salagmagne)에게 구체적인 스케치가 주어졌고, 조 말론 런던 크리에이티브 팀은 그녀와 함께 본격적인 향기의 여정에 나섰다. 지난 5월, 런던에 도착한 에디터의 여정 또한 그들이 경험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조 말론 런던에서 자주 보지 못한 플로리엔탈 계열이라는 힌트만 전해 듣고는 마치 스무고개를 하듯 ‘미모사 앤 카다멈’을 만나는 과정을 체험한 것.
런던에 도착한 첫날 방문한 곳은 런던 홀랜드 파크 부근에 자리한 레이턴 하우스다. 이곳은 19세기 오리엔탈리스트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Frederick Leighton)의 집으로, 맨 처음 마리와 조 말론 런던 팀이 새로운 향수 스케치를 위해 찾은 곳이기도 하다. 여느 화가의 집처럼 레이턴 하우스는 작가가 남긴 그림으로 가득했고, 시간이 멈춘 듯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레이턴의 작품과 튤립이 한가롭게 피어 있는 영국식 정원도 아름다웠지만,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동양적 타일로 장식한 벽이었다. 1000개가 넘는 강렬한 패턴의 타일로 덮은 공간은 모로코의 사원으로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색감이 생생했고, 조 말론 런던 크리에이티브 팀이 이 집을 탐색하며 향기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갔을지 호기심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레이턴의 집은 중동 지방에서 수집한 강렬한 패턴의 타일로 꾸며 그의 작품을 위한 쇼케이스 역할을 하죠. 이곳에서 본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타오르는 6월(Flaming June)’이었어요. 그림에 보이는 색감과 텍스처, 분위기까지 그 모든 것을 향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마리 살라마뉴는 타오르듯 흐드러진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그림을 통해 영감의 뼈대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레이턴 하우스에서 시작해 조 말론 런던 팀은 1960년대 보헤미안의 안식처이기도 한 마라케시와 탕헤르 같은 모로코의 도시를 탐방했고, 런던의 패션 디자이너 시어 포터, 사교계의 꽃 탈리사 게티, 보헤미안 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 루루드 라 팔레즈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탐구했다고 덧붙였다. 조 말론 런던과 오리엔탈, 보헤미안 그리고 ‘타오르는 6월’, 향기에 대한 힌트를 더할수록 스무고개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는 듯했다. 흥미와 혼란이 교차하는 순간, 아주 사적인 공간에서 이제는 박물관이 된 레이턴 하우스 2층에 거짓말처럼 근사한 갈라 디너가 펼쳐졌다. 이제 드디어 스무고개의 정답을 공개하는 걸까. “아니요. 오늘 레이턴 하우스에선 미모사 앤 카다멈을 준비하지 않았어요. 대신 디너 코스는 새로운 향수와 관련된 재료를 활용했으니 조금 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런던 현지의 홍보 담당자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며 답했다. 짙은 스모크 향의 샐러드, 생강과에 속하는 향신료 카르다몸을 가미한 디저트…, 눈으로 보고 혀로 맛봤지만, 코로 맡아야 하는 향수에 대한 힌트를 찾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런던의 첫날은 그렇게 스무고개의 반을 겨우 넘긴 상태로 저물어갔다.

2월의 겨울, 프로방스 지방에서 미모사를 만끽하는 마리 살라마뉴

조 말론 런던이 그린 뉴 보헤미안
알려진 대로 영국은 특유의 정원 문화를 꽃피운 나라다. 현대에 이르러 전통문화가 소실되는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점점 사라져가는 정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정원을 지키려는 각 기관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 말론 런던도 사라져가는 정원을 지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브랜드 중 하나. 런던에 머문 둘째 날, 특별한 초대를 받아 런던 배터시 파크(Battersea Park)에 비밀의 화원처럼 숨어 있는 조 말론 런던 정원을 방문했다. 4년 전만 해도 거의 황폐해진 상태였다는 정원은 조 말론 런던의 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 등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나서 다듬고 가꾼 결과 현재 새로운 향수에 영감을 주고 재료가 되기도 하는 갖가지 식물이 가득한 정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세상과 단절된듯 평화로움이 감도는 정원을 둘러보고 있으니 조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도 향기의 그림이 절로 그려질 것 같았다. 조 말론 런던 팀은 뉴 보헤미안 향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또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꽃과 식물이 전하는 여운을 간직한 채 도착한 다음 행선지는 조 말론 런던 타운하우스. 드디어 ‘미모사 앤 카다멈’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스무고개의 18번째쯤 되는 힌트는 레이턴 하우스에서 본 것보다 한층 밝고 경쾌한 오리엔탈 타일과 세라믹 베이스 등의 소품 그리고 눈이 시릴 만큼 노란 미모사꽃. 조 말론 런던 본사는 이 모든 재료로 뒤덮여 이곳이 런던인지 모로코인지, 1960년대인지 2000년대인지 황홀한 혼란을 안겨줬다. “조 말론 런던에서 보헤미안 스토리를 표현할 수 있는 향수를 개발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원한다는 것을 직감했죠. 보통 플로리엔탈 향수에는 오렌지 블라섬, 재스민, 로즈 같은 플로럴 계열을 사용합니다. 저는 세련됐지만 다소 일반적인 이 조합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미모사입니다.” 마리 살라마뉴는 미모사를 만나기 위해 조 말론 런던 팀과 함께 프로방스로 떠났고, 새로운 향수 원료로 선택한 이 황금색 꽃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 “프로방스에 도착한 시기는 2월 추운 겨울이었고, 하늘은 유난히 맑았어요. 파란 하늘에 폭신하고 노란 미모사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죠. 코끝에 번지는 미모사 향은 원료 선택에 대한 확신을 더해줬어요.” 미모사는 향수에 흔히 쓰는 원료는 아니다. 단 1kg의미모사 원액을 만들기 위해 500kg의 미모사가 필요할 정도로 귀한 원료이며, 파우더리한 노트와 더불어 그린, 플로럴, 우드, 여기에 허니의 달콤함까지 그대로 전달하려면 최고 품질의 미모사가 필요하다. 마리는 그곳에서 미모사 가지를 몇 개 가져와 사무실에 꽂아두었고, 이 노란 꽃망울에서 매일매일 영감을 받았다.

조 말론 런던의 2015년 신제품, 미모사 앤 카다멈. 달콤한 미모사의 향이 막 으깬 카르다몸의 스파이시함과 만나 파우더리하게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 말론 런던의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릴 때 신선하고 모던한 향기는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플로리엔탈 계열은 선뜻 연상되지 않는 것이 사실. 마리는 조 말론 런던에서 ‘플로리엔탈’이라는 미션을 받은 후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도록 향수업계에서 오랫동안 재탐색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모사라는 재료를 선택했고, 여기에 차가운 스파이스 카르다몸을 더했다. “미모사를 바탕으로 하되 향을 더 과감하고 매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카르다몸이고, 이 재료는 미모사의 부드러움에 에너지를 더해줬죠. 흔치 않은 배합이지만, 완벽한 조합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마리와 조 말론 런던의 프레이그 런스 디렉터 셀린 루(Celine Roux)의 설명을 들으며 공간 곳곳에 놓인 시향지를 코끝에 댔다. 하지만 그 또한 도도한 뉴 보헤미안의 마지막 스무고개였고, 애간장을 태우던 오늘의 주인공은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고 첫 시향의 순간, 에디터는 이번 스무고개에 보기 좋게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플로리엔탈이라는 어감이 주는 힌트로는 부족한, 전혀 예상치 못한 향기를 경험했기 때문. 신선하게 시작해 파우더리하게 이어지는 향기는 예상대로 기존의 조 말론 런던에선 찾을 수 없는 느낌이었지만, 역시 조 말론 런던다운 모던함을 품고 있었다. 미모사의 온화한 플로럴 노트가 초콜릿 향취를 머금은 허브 헬리오트로프의 파우더리한 향과 조화를 이루고, 여기에 카르다몸의 신선함을 더해 전혀 새로운 플로리엔탈을 보여주었다. 현대에 보헤미안이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향기가 나지 않을까. 뉴‘ 보헤미안’을 테마로 조 말론 런던 팀이 수행한 이번 미션은 가히 성공적이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조 말론 런던 하면 프레이그런스 컴바이닝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자체로 뉴 보헤미안을 설명해주지만, 미모사 앤 카다멈도 컴바이닝을 통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리의 취향을 빌려 미모사 앤카다멈을 위한 컴바이닝 조언을 구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3가지 조합이 있어요. 잉글리시 페어 앤 프리지아와 섞이면 미모사의 골드빛 플로럴 향조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죠. 풍성한 플로럴 향을 느끼고 싶다면 레드 로즈와 조합해보세요. 또 코롱 인텐스 튜버로즈 안젤리카와 믹스하면 화려하고 매혹적인 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오리엔탈 무드로 변신한 런던 조 말론 타운하우스의 미모사 앤 카다멈 런칭 이벤트 현장

에디터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조 말론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