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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쌓은 부

LIFESTYLE

바야흐로 셰프테이너의 시대. 세상엔 얼마나 많은 부자 셰프가 존재할까?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제이미스 이탤리언’. 이곳은 늘 손님으로 붐빈다.

냉장고가 열린다. 카메라는 요리하는 셰프들의 손을 고집스럽게 찍는다. 그들은 재빠르게 식자재를 자르고 튀기고 볶는다. 그런 동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손이 반사적으로 하는 거다. 그런데 요샌 이런 비범한 장면이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게 재미까지 갖춘다. 심지어 어떤 셰프는 개그맨보다 웃기다. 이젠 셰프마다 각각 컨셉도 존재한다. 지금 TV만 틀면 나오는 최현석(허세)과 백종원(주부), 이연복(대가), 샘 킴(성자), 김풍(야매)은 ‘쿡방’ 문화가 만든 새로운 형태의 스타다.
그래서 요즘 대세는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다. 이들은 자신을 스타로 만든 ‘쿡방’을 넘어 이제 우리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이들이 등장한 후 한 온라인 쇼핑몰은 올해 주방용품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30% 가까이 올랐고, 한 대형 마트에선 방송에 나온 수입 굴 소스의 매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95% 이상 증가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자연스레 셰프테이너의 수입으로 이어졌다. 방송 출연 전, 이미 연 매출 10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운영해온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지금도 체인점 문의가 빗발치고, 최현석 셰프도 하루가 멀다 싶을 정도로 유명 브랜드의 광고를 찍으며 이전에 없던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새 청소년들은 셰프를 5대 인기 직업으로 꼽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외국의 잘나가는 셰프 중엔 할리우드 스타 같은 인기에, 기업 CEO 못지않은 부호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본업에 충실하면서 막대한 부까지 쌓은 유명 셰프를 몇몇 알아보자.

제이미 올리버는 괴멸 상태인 영국 급식 문화를 개혁한 인물이기도 하다.

고든 램지의 악마 이미지를 활용한 ‘고든 램지 버거’의 매장 인테리어

지난해 미국의 부자 뉴스 전문 웹 ‘더리치스트닷컴(therichest.com)’은 흥미로운 랭킹을 발표했다. 이름하여 ‘지상 최고의 부자 셰프(Richest Celebrity Chefs)’.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돈방석에 앉아 있는 셰프는 하와이 레스토랑계를 대표하는 앨런 웡(Alan Wong)이다. 그의 재산은 자그마치 11억 달러(약 1조1900억 원). 국내 웬만한 지방 소도시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앨런 웡은 일찍이 동서양의 요리법에 하와이 특유의 향신료를 더한 ‘퍼시픽 림 퀴진(pacific rim cuisine)’을 만들어 부를 쌓았다. 그의 이름을 딴 고급 레스토랑 ‘앨런 웡스’와 캐주얼한 분위기의 ‘파인애플 룸’은 현재 하와이는 물론 중국(상하이) 등의 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해 있으며, 특히 하와이 출신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의 레스토랑을 즐겨 찾으며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앨런 웡의 뒤를 잇는 부자 셰프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다. 재산은 4억 달러(약 4330억 원). 많은 이가 알고 있겠지만 그는 ‘요리 후진국’ 취급을 받는 영국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개선한 인물이다. 단, 벌어놓은 돈에 비해 ‘셰프로서’ 인지도는 한참 떨어진다는 평. 그는 1990년대 말 영국 요식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대중적 요리를 선보이며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요리하는데, 일견 손으로 대충 재료를 넣고 막 썰어서 막 버무리는 것 같지만 결과물은 제법 그럴싸하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영국 학생의 식생활 개선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거의 괴멸 상태에 가깝던 학생 급식 제도를 바꾸는 데 업적을 쌓은 것. 그는 현재 런던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6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불우 청소년을 요리사로 훈련해 고용하는 그의 대표 레스토랑 ‘피프틴’은 1년 치 예약이 모두 찼다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또 체인 형태의 레스토랑 ‘제이미스 이탤리언’은 전 세계 지점 수가 40개에 이른다. ‘올리버’라는 그 자체가 브랜드인 셈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연회의 공식 셰프로도 활동하는 울프강 퍽

프랑스 요리계의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받는 폴 보퀴즈

제이미 올리버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셰프는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의 아버지’ 폴 보퀴즈(Paul Bocuse)와 영국 셰프(하지만 요리는 프랑스에서 배웠다) 고든 램지(Gordon Ramsay)다. 이들의 재산은 각각 1억8500만 달러(약 2000억 원)와 1억2000만 달러(약 1300억 원). 먼저 현대 프랑스 요리를 완전히 새로 정립한 공로로 ‘프랑스 요리계의 대부’, ‘요리의 교황’ 등으로 불리는 폴 보퀴즈는 2011년 미국 명문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서 ‘21세기 최고의 셰프’로 선정한 인물이다(1987년부터 그의 이름을 따 개최하는 ‘보퀴즈도르’는 이미 세계의 요리 월드컵으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1965년 이래 지금까지 미슐랭 별 3개를 유지하고 있는 레스토랑 ‘폴 보퀴즈’(프랑스 리옹 소재)는 지금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물론 이외에도 그는 리옹 시내에서 다양한 캐주얼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고기보다 채소를 많이 이용하는 그의 영양학적 조리법은 지금도 많은 셰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기 소개한 인물 중 가장 성격이 괴팍한 셰프 고든 램지는 영국에 13개의 레스토랑을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등에서 총 25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헬스 키친>이나 <키친 나이트메어>로 자신의 요리 철학을 강력히 피력해온(“이 닭고기는 너무 덜 익어 실력 있는 수의사라면 살려낼 수도 있겠다!” 같은 독설을 내뱉는 그는 ‘악마 셰프’의 원조) 그는 그간 방송을 통해 다 망해가는 레스토랑을 수없이 구해내 할리우드 배우에 버금가는 인기를 쌓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본인의 레스토랑이 줄줄이 망해가는 시추에이션을 보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지난해 레스토랑 운영과 강연 등으로 무려 6000만 달러(약 709억 원)를 벌어 <포브스>가 선정하는 ‘올해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명사 100인’ 리스트 21위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현재 미슐랭 가이드의 별을 총 14개나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요리는 물론 연기에도 일가견이 있는 울프강 퍽(Wolfgang Puck, 7500만 달러(약 810억 원)), 레스토랑 없이 TV 출연과 요리책 판매로만 6000만 달러(약 640억 원)의 재산을 모은 레이철 레이(Rachael Ray) 등이 요리 실력은 물론 막대한 부에 스타성까지 갖춘 셰프.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대체 이들은 어떻게 부와 재능을 동시에 잡은 셰프가 될 수 있었을까?
고든 램지가 자신의 인생과 성공,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쓴 엔 비단 레스토랑뿐 아니라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조언으로 가득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람’. 독재자로 군림하는 방송에서와 달리 그는 사업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을 꼽았다. 그리고 언제나 사람과의 관계, 그 사소한 것에서 명성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가 욕을 하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던지는 건 일상이에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앞으로 밀고 나가야죠. 공을 세우면 반드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으니까요.”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헤드셰프(총주방장)로 활동한 강레오 셰프가 수년 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고든 램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동안 많은 사람과의 관계와 더없는 노력으로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셰프테이너가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다양한 사람도 있다. ‘쿡방’과 셰프테이너로 이미 거대 시장이 형성된 우리나라에서도 자신만의 멋진 철학을 고수하는 셰프가 나왔으면 한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