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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between Art & Nature

FASHION

피렌체에서 열린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갈라 디너 현장에서 문득 소설 <다빈치 코드>가 떠올랐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머릿속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며 느끼는 뇌 속 청량감이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시원하지 않았나.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은 곳, 바로 그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주얼리 역시 그랬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이들이 창조한 예술의 밀접한 연결 고리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탈리아 가든 하이 주얼리 쇼 현장

파리에서 오트 쿠튀르 쇼가 열리는 7월 초를 전후로 주얼리 하우스들은 하이 주얼리를 선보이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런데 올해 <노블레스>는 이보다 앞서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프라이빗한 파티에 초대됐다. 브랜드에서는 대중에게 주얼리를 소개하기 앞서 전 세계 VVIP에게 이를 비밀리에 보여주는 갈라 디너 이벤트를 여는데 바로 이 현장에 함께한 것이다. 날짜는 6월 10일, 장소는 이탈리아 피렌체!
“피렌체에서 깨어나는 일, 햇살 비쳐드는 객실에서 눈을 뜨는 일은 유쾌했다. (···)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일, 익숙하지 않은 걸쇠를 푸는 일도, 햇빛 속으로 몸을 내밀고 맞은편의 아름다운 언덕과 나무와 대리석 교회들, 또 저만치 앞쪽에서 아르노 강이 강둑에 부딪히며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일도 유쾌했다.” 영국의 문호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에 묘사된 모습처럼 피렌체는 도시 곳곳에 낭만이 서려 있었다. 적당하게 쨍쨍한 햇살에 살랑이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던 초여름의 날씨는 이 도시의 매력을 강조하기에 충분했다. 로맨틱한 풍경에 절로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불가리 하이 주얼리 갈라 디너 이벤트가 열리는 빌라 디 마이아노(Villa di Maiano)로 향했다. 여기서 잠깐 빌라 디 마이아노에 대해 설명하면, 피렌체가 르네상스 운동의 중심지로 활약한 15세기 초 허리케인으로 부서진 건물을 16세기에 당시의 건축술과 미적 감각을 적용해 증축했다. 이후 여러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을 거치다 19세기 초에 유행한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새롭게 단장해 지금의 모습을 갖춘 저택으로 탄생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정원은 르네상스 시기에 절정을 이루었으며 단순한 조경에서 벗어나 자연을 활용한 고대 로마 문화의 재창조와 함께 윤곽선과 형태에 새로움을 부여해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이곳에 바로 그 정원이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주얼리 하우스 불가리가 은밀한 파티 장소로 이곳을 선정한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장인들의 디자인, 감정, 세공 등에 대한 전문 기술과 예술적 감성을 바탕으로 독창적 형태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정원의 역사와 이어지며, 새로운 컬렉션의 주제 ‘이탈리아 가든(Giardini Italiani)’의 모티브가 된 실제 가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감상할 수 있으니까.

갈라 디너 행사를 찾은 카를라 브루니와 루크 에번스

기하학적 형태로 디자인한 빌라 디 마이아노의 정원

주변을 둘러싼 짙은 녹음과 정확하게 구획되어 꾸민 빌라 디 마이아노의 정원에 들어서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좋다, 아름답다는 단순한 감탄을 비롯해 인간과 자연은 필연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철학적 생각까지 머리를 맴돌았다. 피렌체 특유의 산발적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라 나뭇잎과 꽃의 싱그러움이 배가됐고 여름날 초저녁의 산들바람에 마음까지 설레었다. 이러한 긴장감은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윽고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올해의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들이 정원으로 걸어나왔고 드디어 주얼리 쇼가 시작됐다.
히든 트레저(Hidden Treasure), 스파클링 하트(Sparkling Hearts),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워터 심포니(Water Symphony) 등으로 명명한 총 100여 점의 주얼리는 이탈리아 정원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구현한 것이었다. 특히 올해는 큼직한 원석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특유의 컬러 매치가 시원하게 두드러져 어느 때보다 불가리 특유의 대담함이 돋보였다. 더불어 이탈리아 가든의 기하학적 구조와 형태미를 살린 디자인은 이러한 개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주얼리뿐 아니라 함께 공개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워치 ‘지오메트리 오브 타임(Geometry of Time)’도 참가자들의 많은 이목을 모았다. 정원의 생울타리(나무를 촘촘하게 심어 만든 울타리)와 화단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손목시계로, 기존에 볼 수 없던 이색적인 디자인과 정밀한 세공 기술이 탄성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불가리의 특별한 앰배서더, 카를라 브루니와 루크 에번스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카를라 브루니는 매니시한 팬츠 슈트에 125.35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사파이어와 33.18캐럿 다이아몬드로 꾸민 러브 파라다이스(Love’s Paradise) 네크리스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도 한몫했지만 영롱하면서도 웅장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사파이어 목걸이에서 마치 에너지를 뿜어내는 듯한 신비함이 느껴져 눈을 뗄 수 없었다.
흔히 볼 수 없는 큼직한 크기의 보석으로 정성을 다해 꾸민 하이 주얼리 쇼를 본 감상은 ‘황홀하다’ 혹은 ‘꿈같다’는 말이 알맞을 것 같다. 비록 소유하지 못한다 해도, 본다는 행위 자체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환상을 불러내니 말이다. 그것을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영롱함에 마음을 빼앗겨 오직 감동만이 남는다. 실제 불가리의 주얼리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는 “주얼리는 꿈이다(Jewelry is dream)”라고 표현했는데, 이에 동의한다. 하이 주얼리 역시 상업적 이윤을 전혀 무시하진 못하겠지만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감동을 공유할 수 있어서다. 찬란한 실체와 직접 마주하면 그 누구라도 찰나의 순간이나마 눈부신 꿈을 꾸게 될 테니까.

루치아 실베스트리가 작업실에서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모습. 불가리 주얼리는 색의 조화가 특히 인상적인데, 디자인에 맞춰 각 보석을 하나씩 조합하며 보석 간의 미묘한 어울림을 직접 확인한다.

About Lucia Silvestri
루치아 실베스트리. 이탤리언 뷰티의 전형을 보여주듯 깊이 있는 우아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그녀는 자신과 불가리의 인연이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생물학도인 10대 시절 우연히 들른 불가리 주얼리 공방에서 테이블 위에 펼쳐진 젬스톤을 보았고, 각각 색이 다른 젬스톤이 다양한 빛을 발하며 반짝이는 모습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지듯 매료되었기 때문. 이후 40년이 넘는 동안 세계 곳곳을 넘나들며 원석을 선별하는 원석 구매 책임자로서 역량을 발휘하다 지난 2013년부터 불가리의 주얼리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오랜 시간 젬스톤 전문가로 갈고닦은 열정과 재능을 떨치고 있다. 올해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이탈리아 가든도 그녀의 작품이다.

매지컬 리플렉션 정원 분수에서 볼 수 있는 물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로마 근교에 있는 르네상스 건축의 대표 작품인 빌라 란테(Villa Lante)의 캐스케이드(cascade, 작은 폭포라는 의미로 파도꼴 레이스 장식을 일컫기도 함)형 수로에서 형태를 따왔다. 화이트 골드, 브릴리언트 컷과 페어 컷 다이아몬드로 구현했다.

블루 이리데센스 제작 과정 16세기 도무스 아우레아(로마시대 네로 황제의 별장)의 로마식 동굴에서 발견돼 예술가 라파엘의 손길로 복원된 페스툰(festoon, 꽃 줄 장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불가리가 세계 각지에서 입수해 오랫동안 보관해온 187.48캐럿의 사파이어 세트를 비롯해 81.13캐럿의 스피넬, 24.75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

스프링 인 카운터 네크리스 ‘자연의 영원한 부활’을 주제로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작품 ‘봄의 비유’에 헌정하는 모델. 1969년 불가리가 선보인 골드·진주·코럴·다이아몬드로 제작한 네크리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이아몬드를 중앙에 세팅한 총 16개의 꽃송이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히든 트레저 이탈리아 가든의 잘 다듬은 상록수의 기하학적 모양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비범한 커팅을 통해 광채를 한층 끌어올리는 동시에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로 젬스톤을 부드럽게 감싸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지오메트리 오브 타임 고혹적인 색채가 새벽과 황혼 녘에 낮게 드리운 태양의 따뜻한 색감을 연상시킨다. 다양한 모양의 보석이 어우러져 독특한 형태미와 입체감의 진수를 보여준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제공 불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