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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결혼해도 괜찮죠?

Noblesse Wedding

“결혼, 안 해도 괜찮을까?” 10년을 함께 살았지만 결혼하지 않았던 커플이 오랜 동거를 청산하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은 이제 서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결혼, 해도 괜찮지?” 오랜 시간 살아본 후 한 결혼,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결혼이다.

포토그래퍼 김제원 실장이 찍은 결혼사진. 오랜 동거를 청산하고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라 더 감동적이다.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아름다운 웨딩 마치가 울렸다. 언뜻 보면 ‘크리스마스’ 파티장처럼 보일 만큼 소박하게 꾸민 공간이었고, 마치 작은 성당처럼 경건한 장소로 보였다. 몹시 추운 금요일 저녁 6시, 비밀의 산장을 찾아온 손님들처럼 커플의 지인들이 모여들었다. 테이블마다 따뜻한 집안에 놓인 듯한 작은 꽃이 놓였고, 조명은 은은했으며 실내를 맴도는 공기 중에는 누군가 그리워질 듯한 향이 떠돌던 밤. 앤디앤뎁의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은 허미하 전 나비컴 대표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찬기가 서로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때, 함께한 모든 이들이 축복의 인사를 건넸다. 이 결혼식을 준비한 제인마치의 정재옥 대표는 친언니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고. “언니가 결혼식을 올리면 꼭 우리가 해줄 거라고 약속했는데 정말 현실이 되었어요. 오늘은 정말 꿈을 꾸는 것 같아요.”

포토그래퍼 김제원 실장이 찍은 결혼사진. 오랜 동거를 청산하고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라 더 감동적이다.

이들의 결혼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두 사람은 이미 10년을 함께 산 커플이기 때문이다. “우린 동거 예찬론자였어요. 동거를 거창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막상 살아보면 별거 아니에요. 우리는 ‘북유럽 스타일로 살자’ 약속했고, 실제로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그렇게 살았어요. 서로의 공간을 인정해주면서 가끔은 각각, 때로는 함께 살아왔죠.” 두 사람은 마치 프랑스인처럼, 서로의 자유를 인정하며 무려 10년 동안 결혼하지 않은 채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 왜 이제야 결혼을 약속한 걸까? “큰 수술을 앞두고 보호자 동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혼인신고를 하게 됐죠. 혼인신고를 하면서 사실은 엄청 슬펐어요. 그렇게 혼인신고를 하고 나니 지인들에게라도 소박한 결혼식을 통해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정재인이 디자인한 초대장.

어느 날 허미하 대표에게 찾아온 뇌질환. 큰 수술을 앞두고 허미하 대표는 극한 공포를 체험했다. “머리에 샴푸를 하는데 샴푸에 거품이 안났어요.” 마음의 공포가 물질의 성질까지 바꿔버리는 경험을 그녀는 했다고 한다. 김찬기는 어떤 경우에도 평생 그녀를 책임질 생각을 했다고 하니, 사랑은 ‘나를 죽이고 완전하게 너에게로 가는 것’이라는 말이 이들에겐 무척 어울린다. 물론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렇게 예쁜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지금은? “새삼 돌아보니까 그야말로 혼인한 상태의 삶이 시작되었는데,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된 삶보다 픽스된 이 삶이 더 편한 것 같아요. 구속이 주는 안정감은 자유만큼 중요하죠.”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한 겨울의 산장같은 느낌이었다. 크리마스 파티 컨셉으로 진행된 스몰 웨딩은 100여 명의 지인들과 함께 했다. 샘 킴 셰프의 코스요리로 진행되고 샴페인과 까나페 음식으로 밍글링했다.

사랑하는 백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하나는 ‘언제 어떻게 죽어도 사랑한단 말을 자주 안 해줬다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 커플의 삶에는 늘 사랑이 충만하다. 다소 무뚝뚝한 허미하 대표에게 늘 ‘사랑한다’는 말을 아낌없이 하는 남자. “내 남자에게 충분히 사랑받으며 산다고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그녀의 말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의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시간 살아본 후 선택한 결혼, 그래서 더 믿음이 가는 이 결혼. 10년 전 처음 만난 날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허미하 씨, 저 B형 남자예요. 싫다고 하면 저 안 매달려요.” 이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느리게 걷기’를 몸소 실천할 계획이기에, 서로에게 천천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그 이야기는 이들이 매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찍을 흑백사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제공 제인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