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 길목에서
미술품 경매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리는지는 미술 시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불황에도 선전한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 이어 신기록 경신이 기대되는 올 상반기의 경매시장을 살펴본다.

1 2015년 47억2100만 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19-Ⅶ-71 #209’.
2 피에르 잔느레의 도서관 테이블. 최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의 확장으로 국내 경매에 다양한 가구가 출품되고 있다.
매서운 겨울 추위가 사그라지고 봄맞이를 준비하는 지금, 국내 미술계도 한 해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경매와 아트 페어를 중심으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해도 연초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진행되고 있는 미술 경매의 경우 최고가 경신과 시장 규모의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내 작가의 작품 중 오랜 기간 경매 최고가로 화두가 된 작품은 박수근의 ‘빨래터’다. 2007년 5월 45억2000만 원에 낙찰된 이후 8년간 깨지지 않던 이 기록은 2015년 10월 약 30억 원에 출품한 김환기의 ‘19-Ⅶ-71 #209’가 약 47억2100만 원(31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되며 경신됐다. 잠잠하던 국내 미술 시장의 분위기가 해외 미술 시장을 중심으로 단색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다시 기록 경신을 이룬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2016년 4월과 6월, 11월에 약 48억6000만 원, 54억 원, 63억3000만 원으로 연이어 경매가 신기록이 경신됐다. 2016년 한 해에만 세 번의 최고가 경신이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4월엔 김환기의 ‘Tranquillity 5-IV-73 #310’이 65억5000만 원에 낙찰되며 또다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해 새 기록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매 최고가 작품 중 상위 6점이 모두 김환기의 후기 작품으로 작가의 전기와 중기 작품 가격 변동 추이와 추상 계열 대표 작가들의 저평가된 시리즈에 대한 가치 재평가 역시 주목받고 있다.

3 해외 컬렉터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게, 서울옥션은 최근 홍콩 센트럴의 H 퀸스에 새 전시장을 오픈했다.
4 세계 현대미술 시장의 근황을 살필 수 있는 지난해 ‘아머리쇼’ 현장.
5 지난해에 홍콩 완차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의 ‘제23회 홍콩 세일’ 현장.
1998년 국내에 미술품 경매사가 설립되면서 형성된 경매시장은 경제 상황 등의 영향을 받으며 확장과 위축을 거듭해왔다. 2014년 이전까지 그 규모가 1000억 원 이하에 머물렀으며, 이후 단색화 열풍이 크게 기여해 2014년 약 970억 원에서 2015년 약 1880억 원으로 2배 이상 확장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2016년에도 약 1720억 원 규모를 유지했다. 지난해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취를 감춘 아트 펀드가 미술품에 투자하는 첫 헤지펀드로서 350억 원 규모로 설정돼 시장의 관심과 함께 본격적 운용에 들어갔으며, 시장 규모도 2016년 대비 170억 원이 늘어나 1890억 원이 거래되었다.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된다면 2000억 원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경매사들은 경매와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의 경우, 2개월 내지 3개월 간격으로 50억~100억 원대 규모의 메인 경매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며, 봄과 가을엔 부산과 대구 등에서 기획 경매를 만날 수 있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경매로는 ‘홍콩 세일’을 꼽을 수 있는데, 아트 바젤 홍콩과 옥션 위크 기간에 진행한다. 성장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온라인 경매의 경우, 낙찰 총액 증가와 낙찰률 제고를 위해 매월 주를 달리해 근·현대미술품과 고미술품, 인테리어 가구, 럭셔리 아이템, 피겨 등 세분화된 기획 경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마니악한 아이템 발굴에 나서 새 아이템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초 공개’, ‘최고가’라는 수식어로 이슈를 만들어낸 해외 경매는 지난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가 역사상 최고가에 판매되며 크게 회자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매 회사 크리스티가 록펠러 부부(Peggy and David Rockefeller)의 미술품을 전시·경매하는 행사가 세기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선대에게 물려받은 미술품과 장식품, 아내 페기 록펠러와 함께 모은 컬렉션 등 2000점에 달하는 작품을, 자선 경매를 통해 사회에 수익금을 환원하고 싶다는 미국 최대 부호 데이비드 록펠러의 유언에 따라 크리스티 뉴욕의 늦봄 경매를 통해 공개한다. 이들의 컬렉션은 피카소와 마티스, 모네, 고갱, 마네 등 거장의 작품을 비롯해 고미술품, 도자기, 가구, 보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홍콩과 런던에 이어 베이징과 상하이, LA에서 프리뷰 투어를 진행한 뒤 뉴욕에서 최종 프리뷰 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아시아에선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아트 페어 역시 많은 이가 기대하고 있다. 기온이 따뜻해지는 3월부터 국내의 ‘화랑미술제’(3월 1일~3일), 홍콩의 ‘아트 센트럴’(3월 27일~4월 1일)과 ‘아트 바젤 홍콩’(3월 29일~31일), 뉴욕의 ‘아머리쇼’(3월 8일~11일) 등이 열린다. 그중 아트 바젤 홍콩은 지난해에 8만 명의 관람객을 맞으며 아시아 최대 아트 페어로 급성장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트 바젤 아시아 디렉터 아델린 우이(Adeline Ooi)는 간담회에서 올해 아트 바젤 홍콩에 대해 “강력한 갤러리들이 메인 섹터에 참여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28개의 갤러리가 새롭게 참여하는 등 내용 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서울의 학고재와 갤러리바톤, 갤러리엠, 부산의 조현화랑, 대구의 우손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 11개를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32개국의 247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20세기 초 모던아트부터 중견 및 신진 작가의 동시대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옥션의 경우 해외 컬렉터와 관계자들이 언제든 발걸음할 수 있도록 홍콩에 별도의 전시장을 오픈했다. 2월에 오픈한 전시장은 홍콩 센트럴의 H 퀸스 11층에 위치하며, 오픈 기념 전시
H 퀸스는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문화 공간으로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펄 램 갤러리(Pearl Lam Gallery), 탕 컨템퍼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 같은 유수의 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글 이현희(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 근현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