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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쿠킹 클래스

LIFESTYLE

진짜 음식과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배우는 곳. 유례없는 요리학교, 츠지원의 매력 탐방.

1 샐러드를 곁들인 쇠고기 탈리아타. 쇠고기는 피렌체 스타일로 구워냈다. 2 수강생의 조리 실습 장면 3 실습 후 다이닝룸에서의 시식 시간 4 살시차 버섯 수고에 버무린 소를 채운 탈리아텔레. 살시차는 소시지의 일종이며, 수고는 국물이 자작한 조림 요리를 뜻한다. 5 아스파라거스 카넬로니 그라탱 6 노카미 마사노리 교수

“츠지원은 혼모노(정통·진짜) 정신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요리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기본을 알아야 응용이 가능한 법이지요. 그리고 이것이 진짜 그 나라의 좋은 음식에 대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 노카미 마사노리(이탤리언 요리 담당 교수)

요즘처럼 음식이 화두가 된 때는 없었다. 지역 진미, 계절 별미를 찾아, 셰프 또는 레스토랑의 명성을 좇아 팔도를 넘나들고 세계를 유랑하는 시대. 우리는 누구라도 쉽게, 자연스럽게 미식가(사전적 의미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음식에 대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다양한 음식을 맛본 경험의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단순히 횟수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그 음식을 낳은 지역과 문화, 더불어 무엇으로 어떻게 만든 음식인지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보다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연유에서 츠지원(tsuji+l) 요리 아카데미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츠지원은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세계 3대 요리학교 츠지조그룹교의 라이선스 아카데미로 본교의 역사는 50년이 넘지만 국내에는 2008년 오픈해 6년째를 맞았다. 다른 요리학교가 셰프 양성에 목적을 두는 데 비해 이곳의 취지는 조금 특별하다. 국내에서 세계의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 갔을 때 좋은 맛의 기준을 세워줄 요리에 대해 알려주겠다는 것.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현장이 아니다. 미식을 향유하는 일종의 고급스러운 취미 공간이다.
츠지원 강사진은 모두 본교에서 파견한 일본인 교수로, 풍부한 노하우와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다채롭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완벽한 통역원이 있으므로 커뮤니케이션은 걱정하지 말라!). 그 덕분에 현직 세프나 외식업계 종사자가 전문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츠지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츠지원의 커리큘럼은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중국 요리와 제과·디저트까지 5개 장르를 아우른다. 매달 1개 과정씩 번갈아가며 강좌를 개설하는데, 단과 중심으로 클래스를 구성해 원하는 테마만 자율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클래스당 정원이 8명인데, 조교 등을 합쳐 7명의 스태프를 투입하므로 이쯤 되면 거의 일대일 지도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3월,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른한 오후에 평소 ‘미식’에 대한 강한 탐구정신으로 무장하고 접시 들여다보기를 즐기는 에디터가 츠지원을 찾았다. 츠지원의 2014년 첫 이탤리언 요리 프로그램 중 하나인 ‘All about Pasta’ 세미나를 듣기 위해서다. 한국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서양 음식이 파스타인 만큼 츠지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탤리언 요리다. 3월 프로그램은 피에몬테, 토스카나, 시칠리아 등 이탈리아의 지역별 요리와 돌체(디저트)로 구성했으며, 이와 함께 생파스타 반죽과 소스 활용법 등을 익힐 수 있는 파스타 세미나를 열었다. 강좌 1회당 3~6개의 메뉴를 배우며 시식과 실습이 이뤄지는데 세미나는 시연과 시식만으로 진행, 심도 있게 ‘이론’을 다룬다. 이날의 테마는 북부 이탈리아 지역의 생파스타였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서는 파스타 반죽에 물 대신 달걀을 넣는다는 이야기, 더불어 밀가루 100g에 달걀 1개 분량이 최적의 배합이고 국산 달걀은 지방이 약간 부족해 올리브 오일을 첨가해야 현지의 식감을 낼 수 있다는 일급 정보를 들려준다. 피에몬테 주에서는 전란이 아닌 달걀노른자만 사용한 타야린(tajarin) 반죽으로 탈리올리니를 만드는데 끈기 없이 툭툭 끊기는 식감이 독특하다. 사람 귀 모양의 오레키에테 파스타를 남부식이라고 한다면 북부에는 조류의 기관지 모양을 본뜬 가르가넬리가 있음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다. 토스카나 스타일의 삼겹살 라구 소스 파파르델레와 밤 수프 카푸치노를 곁들인 라비올리 등 가정식과 레스토랑 메뉴를 넘나드는 구성이 흥미를 더했다. 3시간 동안 밀가루에서 일품요리, 5가지 파스타가 즉석에서 탄생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 편의 요리 쇼를 감상하는 듯한 생동감과 즐거움이 가득한 자리였다.
촬영을 위해 다시 찾은 츠지원. 토스카나 주 요리 강좌를 듣고 있던 한 수강생은 “여러 요리 클래스를 들었지만 츠지원만 한 곳이 없다”며 “전문적 커리큘럼, 하지만 초보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상세한 설명에, 수강 인원도 많지 않아 집중하기 좋다”고 이곳의 매력을 설명했다. 강사의 개인 취향이나 한국 수강생의 입맛, 트렌드에 맞춰 변형한 레시피가 아니라 전통 방식 그대로라 오리지널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또 각각의 요리마다 스토리를 더해 한 권의 요리책을 라이브로 보고 듣는 듯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습이 끝나면 다이닝룸으로 이동해 음식의 역사적 배경과 먹는 법, 테이블 세팅 등에 대해 추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이 또한 츠지원만의 특징으로 꼽았다. 재료 손질과 조리 테크닉 연마 못지않게 어떤 음식을 둘러싼 문화적 접근과 이해를 중시하는 츠지원의 철학을 집약한 부분이다. 이탤리언 요리 과정은 7월 중순과 10월 하순에 두 차례 더 개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다는 원칙에 따라 지금 지면을 통해 보여준 맛깔스러운 음식을 다시 만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강좌를 듣든 본토의 맛과 정석적 기술, 현지 경험이 없다면 들려주지 못할 문화 이야기까지 더해 유례없는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임이 틀림없다.
문의 516-4678, www.tsujione.com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