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줘, 면역력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패, 면역력!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다시금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러니 잠을 많이 자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의사의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아픈 부위도 다르고 증상도 다른데 매번 같은 말을 하는 의사에게 속으로 ‘그런 처방은 나도 하겠다’라며 비아냥거렸음을 고백한다. 그러다 몇 주 전 메르스라는 무서운 폭풍이 휘몰아쳐 3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는 것을 보며, 우습게 넘긴 면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몇 달 전에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이 낯선 바이러스가 면역력, 곧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 저항하는 힘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닫게 한 것이다. 메르스처럼 생경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는 앞으로 수없이 나타나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을 것이고, 그때마다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을 확률이 높다. 이 말은 우리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면역력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어디 호흡기 질환뿐이랴. 면역력이 떨어지면 가벼운 감기는 물론 장염, 자궁경부암,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면역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먼저 면역력이 저하되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수많은 면역력 저하 요인 중 의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것은 저체온과 생활 리듬의 불균형이다. 체온부터 이야기하면, 우리 몸의 가장 이상적인 체온은 36.5°C 이상, 37°C 미만. <면역력이 살아야 내 몸이 산다>를 집필한 아보 토오루 교수는 체온과 면역력의 비례 관계를 설탕물에 빗대어 설명한다. “체온이 1℃ 내려가면 면역력은 37%, 체내 효소의 기능은 50%로 급감합니다. 예를 들어 설탕은 뜨거운 물에서 금방 녹지만 찬물에서는 좀처럼 녹지 않아요. 글리코겐, 콜레스테롤, 아미노산, 각종 호르몬 같은 우리 몸 속 대사산물은 설탕물 속 설탕처럼 체액과 혈액 속에 녹아 있는데, 체온이 낮아지면 대사산물이 혈액과 체액에 잘 용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담석이나 요로결석이 생기기 시작하죠. 평소 몸이 차거나 수족냉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감기나 장염을 달고 살 확률이 높고요.” 이렇듯 체온은 소화효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적정 체온을 유지해야 영양분의 흡수를 책임지는 소화 효소가 활발하게 움직여 면역력이 좋아질 수 있다. 체온이 면역력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체온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목욕, 그중에서도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를 식히고 발을 따뜻하게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강법)을 실천할 수 있는 반신욕이다. 면역력을 키우려고 마음먹었다면 그전에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쉽게 말해 교감신경은 몸과 정신이 긴장한 상태, 부교감신경은 편안하게 쉬고있는 상태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41°C 이상의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우리가 따뜻하다고 느끼는 38~41°C의 물은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심박동을 정상적으로 통제하고 소화 기능을 촉진하며, 근육의 이완을 돕는다. 따라서 낮 동안 일하면서 긴장 상태로 지내는 사람에게는 매일 저녁 온수로 반신욕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늘과 생강을 즐겨 먹는 것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방책이라 할 수 있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생활 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 이 또한 체온 조절과 마찬가지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잘 조절하라는 얘기다. 밤에 우리 몸은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요즘 밤에도 교감신경이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해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는 현대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감신경의 적당한 긴장은 필수지만, 교감신경의 활성화가 지나쳐 우리 몸의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백혈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 세균을 공격하는 과립구가 증가한다. 이 과립구가 증가하면 혈압과 혈당이 높은 상태로 고정돼 몸에 문제가 생기고, 작게는 과민성 대장염부터 크게는 암까지 유발한다. 그렇다고 부교감신경이 오랫동안 활성화될수록 몸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부교감신경이 장시간 활성화되면 백혈구를 구성하는 또 다른 물질인 림프구가 늘어 순환과 신체 능력이 저하되고, 이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연결되기 쉽다. 결국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긴장한 상태로 열심히 일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교감 모드, 그리고 긴장을 완전히 풀고 휴식을 취하는 부교감 모드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 그러기 위해 적어도 잠들기 3시간 전에는 교감신경을 작동시키는 휴대폰과 컴퓨터 모니터를 멀리하고(따라서 야근도 피해야 한다), 매일 최소 15분의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긍정적인 말과 행동으로 하루를 채우는 것을 절대 수칙으로 삼아야 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은 이처럼 뻔하지만 참 간단하다. 면역력이 바닥을 쳐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몸 상태가 됐을 때, 메르스 같은 질병이 찾아와 공격한다면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평소에 면역력을 단련하지 못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나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줄 수 있는 면역력을 사소하게 여기지 말고, 지금부터 면역력을 높이는 수칙을 하나 둘씩 실천해보자.

면역력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
1 매일 저녁 목욕과 반신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 2 현미, 고구마, 치즈, 해조류, 작은 생선과 새우, 버섯, 파, 마늘, 생강이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품이다. 3 걱정과 과로, 분노를 피하고 긍정적인 말과 생각을 많이한다. 4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폰을 멀리한다. 5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고 기분 좋을 정도로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6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산책을 한다. 7 청소처럼 몸을 움직이는 집안일을 적당히 하거나,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을 한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일러스트 김참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