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를 두른 남자
두르고 감고 매듭짓는 남자들의 모습에 놀라지 마라. 스카프는 올봄 남자의 패션을 지배하는 빼어난 무기다.
스카프를 여자의 전유물로 여기던 시대는 일찌감치 지났다. 그리고 TV나 잡지에 등장하는 모델, 배우,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남자들은 스타일을 결정짓는 ‘비장의 무기’처럼 예전부터 스카프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왔다. 하지만 현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그러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화려한 패턴이나 하늘하늘한 소재로 만드는 스카프 고유의 성질 때문이기도 하고, 기본적 차림새 외에 추가로 더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수컷만의 본성 때문이기도 했다. 어딘가 남성스럽지 못한 느낌까지 연출하기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은 것. 그런데 올봄, 남자들의 이러한 고리타분한 생각이 눈 녹듯 사라진 듯하다. 런웨이가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스카프를 두른 남자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 약속이라도 한 듯 2015년 봄·여름 시즌의 남성 컬렉션에서도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스카프라는 큰 틀은 같지만, 매는 방법이나 소재, 크기는 제각각인 것이 마치 여성 컬렉션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1 Herme‵s 2 Burberry 3 Tom Ford
프티 스카프로 불리는 네커치프는 목에 꼭 맞게 묶거나 V존에 카우보이처럼 연출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이러한 룩을 연출한 대표적 브랜드는 톰 포드. 올해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는 이들은 블루종과 데님 재킷 등 캐주얼은 물론 슈트까지 다양하게 차려입은 남자의 목에 작은 스카프를 둘렀다. 비교적 차분한 컬러와 패턴을 더해 전체 룩에 무던하게 어울리는 느낌!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크의 대가 에르메스 역시 작은 스카프를 대거 활용했다. 블루와 핑크, 레드 등 도드라지는 컬러 팔레트를 통해 포인트 역할을 해낸다. 타이처럼 폭이 좁은 스카프도 눈에 띈다. 생로랑의 룩을 보면 십분 이해가 갈 터. 단추 여러 개를 풀어헤친 셔츠 안으로 보이는 스키니한 실크 스카프는 1970년대 록에 심취한 청춘을 표방한다. 한편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직사각 형태의 긴 스카프는 다양한 방법으로 남성의 목에 함께한다.
4 Corneliani 5 Berluti 6 Gucci
마치 수건을 두르듯 목에 늘어뜨리는 방식은 여전하지만 버버리 프로섬이나 벨루티처럼 소재의 흐느적거리는 느낌을 구현하거나 꼬르넬리아니처럼 양쪽의 길이를 달리해 비대칭적 느낌을 더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패턴과 소재 역시 각양각색! 실크와 리넨은 물론 극도로 얇은 캐시미어까지 다양하며, 기존의 솔리드·스트라이프·체크 패턴은 물론 구찌처럼 화려한 플라워 패턴을 구사한 제품도 있다. 이쯤 되면 남자의 목에 두른 스카프는 되레 남자의 전유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만의 착각인가?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