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x-Box
여유로운 오전에 화장을 공들여 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을 저녁까지 곱게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봄에 특히 사수하기 힘든 메이크업을 보수하는 작업에 익숙해져야 한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_ Chanel 르 블랑 라이트 크리에이터 화이트닝 컴팩트 파운데이션 극도로 섬세하고 투명한 파우더가 벨벳 같은 감촉, 빛이 감도는 피부를 표현한다. Chanel 쁘띠 뺑소 손 안에 쏙 들어오는 미니 브러시로 파우더와 치크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Bobbi Brown 컨실러 키트 옐로 톤 컨실러 키트. 크림 컨실러로 커버한 뒤 파우더 컨실러를 덧발라 지속력을 높일 것. Estée Lauder 더블 웨어 스테이-인-플레이스 메이크업 지성 피부도 오랜 시간 정교한 메이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오일프리 롱 래스팅 파운데이션.
따스한 햇살이 머리 위에 기분 좋게 내려앉는 점심시간. 외출을 앞두고 ‘오늘 아침에 화장 참 잘됐지’ 생각하면서 거울을 보다 기겁한 적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파우더로 얼굴을 마구 두드리다 더 망쳐버린 경험도 세트로! 아침에 아무리 꼼꼼하게 메이크업을 하더라도 그 가면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 봄에는 특히 더하다. 건조한 공기, 황사와 미세 먼지, 그리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막힌 둑 뚫리듯 방출되는 피지의 맹렬한 공격에 능력 없는 우리는 끝내 무릎을 꿇고 만다. 그래서 진정 아침에 한 메이크업을 점심, 아니 저녁까지 고스란히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냐고 묻는다면, 메이크업 전문가들의 대답은 모두 Yes!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갓 화장한 것처럼 다시 감쪽같이 고치면 될 일이다.
촬영장에서 셀렙의 피부를 매만지다 어느새 화장 보수 기술자가 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테크닉을 배워두자. 그들이 화장을 수정할 때 생소한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특출한 묘기를 부릴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용 티슈와 물티슈, 면봉, 스펀지를 수시로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제품을 덧바르는 수준의 수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위는 클렌징 워터를 이용해 국소적으로 지운 다음 리터치한다. 아침에 한 화장이 행여 지워질세라 컨실러나 파우더만 두드려대는 우리와 프로의 차이점이다. 또 아티스트들은 수정 시 양 조절에 민감하다. 보습 제품은 화장이 밀리지 않는 선에서 듬뿍, 메이크업 제품은 건조해질 것을 우려해 조금씩 조심스럽게 바른다. 그들이 괜히 멋 부리려고 손등에 제품을 덜어내는 게 아니라는 말씀. 이런 몇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고 준비물부터 준비하자. 화장이 자석처럼 피부에 착 달라붙게 해줄 미스트와 멀티 밤, 모이스처라이저는 필수품. 군데군데 얼룩진 부분을 깨끗이 지워낼 클렌징 워터, 그리고 촉촉하고 탄탄한 피부 연출을 도와줄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파우더 팩트도 준비할 것. 면봉, 미용 티슈, 물티슈, 라텍스 스펀지 같은 도구도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다.
Special Guests
산유국을 방불케 하는 지성 피부를 구원해준 우현증, 전지현 한류 열풍을 만들어낸 섬세한 손의 소유자 손대식, 완벽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싶은 신부들의 로망을 실현해준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의 권희선원장, 그리고 메이크업 시연을 보면 제품을 사지 않고는 못 지나간다는 M.A.C 이벤트팀 이지민 팀장. 메이크업 수정의 대가로 꼽히는 4인이 갓 화장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시간대별 수정법을 공개했다.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_ TomFordBeauty 립 브러시, 아이섀도우 컨투어 브러시, 크림 파운데이션 브러시 탄력 있는 천연모로 만들어 입체적이고 섬세한 연출을 돕는 브러시. Nars 가부키 미에 브러시 끝이 뾰족해 파우더 양을 조절하거나 좁은 부위에 바르기 용이한 페이스 브러시. M.A.C 립 커버드 브러시 미니 립 브러시. 립 라인을 자연스럽게 펴거나 립스틱의 유지력을높이고 싶을 때 사용할 것.
11:30 a.m. Before Lunch
우현증 봄철, 피부가 끈적이면 미세 먼지가 피부에 달라붙기 쉬우므로 유분기를 필히 정리해야 한다. 티슈로 얼굴 전체를 살짝 누르고, 수분을 많이 함유한 팩트로 가볍게 두드리는 것이 기본. 손대식 피부가 유분기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제품을 덧바르면 화장이 밀리거나 텁텁해 보일 수 있다. 유분이 유난히 많다면 이렇게 할 것. 미스트를 충분히 뿌리고 메이크업이 망가진 부분은 산뜻한 모이스처라이저로 살살 닦아내듯 바른 다음,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얇게 바른다. 기름기는 사라지고 미세한 물광 효과가 나타나 피부가 매끄러워 보일 것. 권희선 아침에 화장했다면 정오쯤에는 눈가가 얼룩져 있을 것이다. 클렌징 워터를 적신 면봉으로 칙칙한 부위를 닦아내고, 팩트를 가볍게 덧바른다. 유분으로 번진 눈썹과 눈꼬리는 티슈로 살짝 찍어내고, 아이브로펜슬과 젤 아이라이너를 이용해 리터치한다. 립스틱을 바른 다음 손가락이나 티슈로 입술 안쪽을 살짝 찍어 치아나 컵에 립스틱이 묻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센스.
2:00 p.m. After Lunch
손대식 건성 피부라면 오후 시간대쯤 멀티밤이 필요하다. 물티슈로 입가를 닦고 멀티밤을 입 주변에 발라 흡수시킨다. 그다음 컨실러, 립 제품을 차례로 바르면 건조해서 주름이 부각되거나 화장이 주름 사이에 낄 일은 없다. 우현증 양치 후 수정이 관건이다. 식사하면서 기름기와 립스틱이 뒤섞여 번진 입가를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낸다. 그다음 미용 티슈로 물기를 없애고 촉촉한 컨실러로 입 주변을 커버한 뒤 한 번 더 파우더로 쓸어준다. 그런 다음 립스틱을 바른다. 권희선 매트한 립 메이크업을 수정하는 것은 은근히 까다롭다. 입술 컬러가 진한 경우엔 입술 안쪽까지 같이 커버하는 것을 잊지 말 것. 다시 매트한 립 제품을 발라야 하는데 입술이 건조하다면, 립스틱을 바르고 마지막에 입술 안쪽에만 립밤을 소량 바를 것. 이지민 진한 컬러의 립 제품을 발랐다면, 립스틱을 한 번 바른 다음 티슈로 가볍게 찍는다. 그위에 투명한 루스 파우더를 한 겹 쓸어주고 립스틱을 다시 바르면 깔끔한 립 메이크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_ BobbiBrown 엑스트라 수딩밤 화장이 갈라지고 수분감이 필요한 곳에 바르거나, 뺨에 살짝 얹어 윤기를 더하는 데 제격인 멀티 밤. YSL Beauty 뚜쉬 에끌라 락 레질 에디션 다크서클과 팔자 주름처럼 어두운 부위를 밝히는 데 효과적인 붓펜 타입 컨실러. Clé de Peau Beauté 뗑 뿌드르 에끌라 광채를 코팅할 수 있는 파운데이션 팩트. 피부를 투명하게 정리해 빛을 부여하고 싶을 때 바를 것. Chantecaille 로즈 드메이 페이스 오일 메이크업 수정 시 파운데이션에 한 방울 섞어 바르면 피부가 한층 촘촘하고 촉촉해 보인다. SK-II 피테라 미스트 흐르기보다는 피부에 맺혀 쫀쫀하게 감싸줘 메이크업 후 사용하기에 적합한 미스트. Eve Lom 인텐스 하이드레이션 세럼 메이크업을 지운 부위에 이 세럼을 바르자. 그다음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면 다시 건조해질 일은 없다. Aesop 리무버 포도씨 오일로 만든 순한 아이 리무버. 면봉에 묻혀 얼룩진 눈가를 깔끔하게 지워내자.
5:30 p.m. Before Dinner
권희선 골드 펄을 펜슬로 눈 앞머리 쪽 언더 부분을 살짝 터치해주면 다크서클을 커버하면서 한결 생기 있어 보인다. 파운데이션이 뭉친 부분은 라텍스 스펀지로 살살 걷어낸 뒤 스펀지에 미스트를 흠뻑 뿌려 피붓결대로 닦아 제거한다. 그 과정에서 베이스가 많이 벗겨진 경우 크림을 듬뿍 묻혀 베이스를 지우고, 팩트 파운데이션으로 두드려준다. 입술은 수분 크림을 바른 뒤 잠시 기다렸다가 물티슈로 닦아낸다. 크림 컨실러를 입술 외곽부터 경계가 생기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얹는다. 그리고 립 브러시를 사용해 립 제품을 바른다. 우현증 이른 아침 화장했다면 저녁 무렵에는 한 번쯤 클렌징 워터를 화장솜에 적셔 눈썹과 눈 주변을 제외하고 닦아낸다. 그런 다음 스킨케어 제품을 바르고 다시 촉촉한 팩트 파운데이션을 두드려 바르면 대충 발라도 깔끔해 보인다. 단, 아침과 다르게 피부가 건조할 테니 파우더는 생략한다. 손대식 티슈로 살짝 얼굴을 누른 뒤 모이스처라이저와 파운데이션을 1:1로 섞어 지워내는 느낌으로 베이스를 깔아준다. 면봉에 크림을 묻혀 번진 눈가를 닦고 핑크 톤의 컨실러를 바른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입술은 각질이 들떠 있을 것. 클렌징 워터로 입술을 닦고 멀티 밤을 묻힌 면봉으로 입술을 문질러서 각질을 불려 떼어낸다. 이지민 스무딩 기능이 있는 부드러운 크림 팩트를 바른 다음 보송보송하게 마무리되는 파우더로 쓸어주면 놀라울 만큼 화사해진다. 버건디 립스틱을 바르는 것도 칙칙한 낯빛을 커버하는 방법. 저녁의 은은한 조명과도 잘 어울린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김흥수 스타일링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