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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디맨드, 당신만을 위한 서비스

LIFESTYLE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의 메커니즘은 로맨틱한 사랑 노래의 가사와 닮았다. 택시, 숙소, 요리, 장보기, 의료, 세탁, 교육, 법률 자문 등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해 세계경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온디맨드. 그 매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출근길 택시 안이 시끄럽다. 기사의 휴대폰에서 ‘카카오택시’라는 알림음이 잇따라 울린다. 화면에는 고객의 출발지와 목적지, 탑승을 수락하거나 무시할지 결정하라는 버튼도 함께 표시된다. 기사가 수락 버튼을 누르면 손님에게 알림 메시지를 자동 전송한다. 손님은 기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물론 자신이 탈 차량이 현재 어디쯤와 있는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의 누적 호출 수가 500만 건을 넘었으며, 가입한 기사도 1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전국 어디에서나 믿고 부르는 택시’를 컨셉으로 올해 3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단기간에 이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다음카카오의 정주환 온디맨드팀 총괄은 카카오택시를 “모바일에서 기사와 승객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둔 서비스”라고 간략히 정의한다. 카카오택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의미하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 모델에 충실하다는 설명이다. 온디맨드는 아주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 시청하는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 VoD(Video on Demand)가 대표적이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세탁물을 가져가 필요한 때에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온디맨드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익숙한 서비스가 전문가 사이에서 21세기 자본주의에 변혁을 가져올 미래의 트렌드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디맨드의 핵심은 기존 서비스가 충족시키지 못하던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 해소해주고 경제성, 효율성, 정확성, 효과성 등 여러 측면에서 더욱 큰 만족감을 안겨주는 데 있다. 서비스의 핵심에는 ‘내 손안의 세상’을 가능케한 휴대용 스마트 기기가 있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적 안착은 다음카카오라는 대기업의 훌륭한 마케팅 결과이기도 하지만, 궂은날 택시를 잡느라 길에서 허송세월하거나, 행선지만 묻고 승차를 거부하며 홀연히 사라지는 택시로 인해 쓸데없는 불쾌감을 느끼고 싶지 않으며, 늦은 시간에도 안전하게 귀가하고 싶은 소비자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온디맨드 경제 모델은 매력적이다. 보통 온디맨드에서 기업은 사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인 역할을 하며 가능한 모든 것을 자동화한다. 플랫폼을 만든 후 서비스의 품질만 관리하면 된다. 자본력은 강하지 않지만, 차별화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기존 서비스산업의 틈새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면서 온디맨드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온디맨드 경제의 시발점인 미국에서는 금융 위기 이후 2009년부터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온디맨드 스타트업이 가속화됐다. 전 세계 곳곳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택시 서비스 회사 ‘우버’가 그 신화 창조의 서막을 연 기업이다.

각종 가사 업무를 도맡는 태스크래빗

옷 세탁을 대신 해주는 워시오

미국의 온디맨드 사업은 모든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옷 세탁을 대신 해주는 워시오(Washio), 집을 청소해주는 핸디(Handy), 술을 배달하는 소시(Saucey),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싸주는 더플(Dufl), 우체국 업무를 대신 하는 십(Shyp), 레스토랑 음식을 집으로 보내는 스푼로켓(SpoonRocket), 장을 봐 빈 냉장고를 채워주는 인스타카트(Instacart), 요리를 해주는 스프릭(Sprig), 각종 가사 업무를 도맡는 태스크래빗(Taskrabbit) 등. 한국에도 온디맨드 서비스가 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는 택시와 배달 및 음식 주문 서비스. 콜택시 시장은 카카오택시, 리모택시, 이지택시, 티맵택시 등이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전단지’로 대표되어온 한국의 음식 주문 서비스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온라인 앱을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부탁해, 푸드플라이, 덤앤더머스, 띵동 등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물품을 안방까지 실어 나르기 바쁘다. 주차를 해주거나 한산한 주차장을 알려주며(솔버, 주차해결사, 파크히어, 모두의주차장 등), 대리운전(KITT, 버튼대리, 컴백홈 등)과 자동차 정비(카닥, 카페인 등), 가사(홈스토리), 세탁(크린바스켓) 등의 서비스가 온디맨드 형태로 운영중이다. ‘누군가 바쁜 나를 대신해 시간이 많이 들거나 잘 모르고 귀찮은 잡일을 처리해줬으면 좋겠다’는 꿈같은 상상이 온디맨드를 통해 실현된 것이다.

모바일 기기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닥터온디맨드

한편 온디맨드는 전문성이 한층 강화된 영역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온디맨드와 원격의료(Telemedicine) 시장이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중이다. 닥터온디맨드(Doctor on Demand)는 매달 40달러만 내면 모바일 기기로 원하는 시간에 전문의를 배정, 경미한 질병에 대해 집에서 편하게 진료를 받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닥터온디맨드는 약 55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페이저(Pager), 메디캐스트(Medicast), 링거독(Ringadoc), 힐(Heal) 등의 의료 서비스도 미국 각 도시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의료보험료가 비싸고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은 미국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오히려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원격의료가 걸음마 단계인 한국에서 의료-온디맨드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한국에서는 대학가의 변화도 눈에 띈다. 기업에서 원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목적으로 소프트웨어, 자동차, 무역, 국방 등의 영역에서 ‘맞춤형’ 학과를 개설하고 기업과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포화 상태인 것처럼 보이던 서비스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현재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닷컴 열풍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혹자는 온디맨드 과잉 열풍이 닷컴 열풍과 같은 형국으로 치달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계획 없이 불나방처럼 온디맨드에 뛰어들었다가 큰 실패를 맛볼 수 있다. 한국의 특수한 문화, 관련 법규, 소비자의 취향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의 사례를 무턱대고 적용해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온디맨드의 가장 큰 성과는 각 기업이 소비자 중심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손에 쥔 휴대폰으로 손쉽게 최대치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잠재적’ 생산자에게도 온디맨드는 열려 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온디맨드 업체를 통해 다른 소비자에게 요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자, 각종 온디맨드 서비스가 당신이 벨을 누르기만 기다리고 있다. 지금 휴대폰을 켜고 온디맨드가 펼쳐놓은 미래의 소비 세계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