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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 Life, Double Style

FASHION

재주 넘치는 디자이너 듀오 토마소 아퀼라노와 로베르토 리몬디가 이끄는 페이는 이탤리언의 클래식한 멋과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고루 갖췄다. 도쿄에서 만난 이들의 새로운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꼭 그런 모습이었다.

도쿄에서 열린 페이의 2015-2016년 F/W 컬렉션 패션쇼

패션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가부키 공연

작년 9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부티크를 오픈한 페이(Fay). 런칭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건 비단 인기 드라마에서 이들의 옷을 입고 나온 유명 여배우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페이는 실용적인 동시에 우아한, 특유의 매력을 지녔다. 그래서 비즈니스와 캐주얼, 시티 라이프와 아웃도어 라이프를 넘나들며 입기에 부족함이 없고 합리적으로 스타일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한국에서의 성공적 시작에 탄력을 받은 것일까? 페이가 올해 일본에서 공식 런칭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2015-2016년 F/W 컬렉션을 소개하는 도쿄 행사의 초대장이 <노블레스> 편집부로 날아왔다. 설렘을 가득 안고 일본으로 향한 것은 지난 5월 13일. 벌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도쿄의 한낮이 지나 어스름이 내릴 무렵, 쇼장이 위치한 롯폰기 힐스 아레나에 도착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짙푸른색 조명이 거대한 공간을 신비롭게 감싸고, 그 위를 빼곡히 장식한 페이의 로고가 런웨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수백 명의 취재진과 셀레브러티가 자리를 채운 가운데 드디어 쇼가 시작됐다. 컬렉션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양한 겨울 소재와 과감한 프린트의 활용. 울, 모헤어, 캐시미어, 퍼 등 텍스처가 돋보이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클래식한 타탄체크, 모던한 카무플라주 프린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루할 틈이 없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여성 라인의 경우 절제된 테일러링과 차분한 컬러 등으로 페이 고유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는데, 1970년대 스타일의 더블브레스트 코트를 비롯해 코지한 스웨터와 매치한 체크 스커트는 당장이라도 입고 싶을 만큼 탐나는 디자인. 남성 라인에서는 브랜드의 장기이자 상징인 투인원(two-in-one) 아우터가 돋보였다. 패딩다운 베스트에 근사한 테일러드 코트, 혹은 더플코트를 함께 입은 모습에서 페이가 추구하는 더블 라이프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화려한 쇼가 끝나고, 행사장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은 곧바로 이어진 가부키 공연. 장막이 걷히자 런웨이는 가부키 극장으로 변신했고, 일본의 유명 가부키 스타 나카무라 하시노스케와 나카무라 구니오 부자의 공연이 이어졌다. 현란한 춤과 노래로 표현한 예술 세계, 일본에서 열린 페이의 행사를 더욱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특별한 피날레였다. 그리고 다음 날인 5월 14일, 페이의 아시아 첫 부티크가 위치한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한국으로 함께 날아온 디자이너 듀오와 마주해 이야기를 나눴다.

클래식과 모던을 넘나드는 페이의 새 가을·겨울 컬렉션

왼쪽부터_로베르토 리몬디(Roberto Rimondi)와 토마소 아퀼라노(Tommaso Aquilano)

어제 일본에서 대규모 행사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로베르토 리몬디(이하 R)_ 잘 마무리되어 기쁩니다. 아시아를 찾아 패션쇼를 열면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표출되던 에너지를 느끼곤 해요. 유럽에 비해 이곳은 아직까지 패션에 대해 열정적이거든요. 한국에서도 꼭 쇼를 해보고 싶어요.
2015-2016년 F/W 컬렉션에 대해 직접 소개해주시겠어요? R_ 1960~1980년대 런던의 캐너비 스트리트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당시는 비틀스와 롤링스톤스가 주목받는 시절이었고, 젊은이들은 부모님의 옷장에서 꺼낸 옷을 새롭게 재해석해 입었죠. 그들의 방식처럼 오래된 옷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듯한 디자인이 주를 이룹니다.
토마소 아퀼라노(이하 T)_ 더불어 새로운 여성상을 추구했어요. 단순히 여성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성적 요소를 가미한 ‘쿨한’ 이미지 말이에요.
이번 컬렉션을 위한 아이디어 보드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네요. R_ 제인 버킨과 관련된 것으로 가득했어요. 그녀는 남편 세르주 갱스부르의 옷을 즐겨 입곤 했죠. 남성용 트렌치코트에 관능적인 롱부츠를 신거나, 오버사이즈 니트에 귀여운 스커트를 매치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두 사람이 늘 함께 일하면 우여곡절도 많을 텐데, 막스마라 디자인팀에서 만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같이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R_ 토마소가 지시하면 제가 잘 따르기 때문이죠.(웃음) T_ 사실 로베르토와 저는 장난을 많이 치는데, 둘이 작업할 때 진지하기만 하다면 분명 충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농담을 주고받고 서로 약도 올리면서 일하다 보면 함께 꾸려나가는 게 한결 쉬워져요.
컬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작업 스타일이나 역할은 어떤가요? T_ 로베르토는 스스로도 독일 사람 같다고 말할 만큼 철저하고 정확해요. 그가 깊은 탐색을 거치는 편이라면 저는 즉흥적 영감을 따르는 편이죠. 서로 다른 두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고, 자연스레 다른 부분에 열중하게 돼요. 그것을 합치면 좋은 결과물이 탄생하고요.
페이의 옷은 어떤 사람이 어떻게 입을 때 가장 매력적이죠? T_ 특정한 타깃은 없어요. 물론 과거엔 주로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페이를 즐겨 입었지만, 이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우리 옷은 일할 때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멋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죠. R_ 페이의 수많은 소비자가 온전히 ‘페이 스타일’을 연출하길 바라진 않아요. 누구나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적당히 유행을 즐기면서 우리 옷을 다른 브랜드의 옷과 매치해 입을 수 있죠. 페이는 어디에도 무난하게 조화를 이루니까요.
페이는 도시와 자연, 일과 여가, 비즈니스와 캐주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더블 라이프를 표방하죠. 당신들의 더블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여가 시간에는 무얼 하나요? T_ 그림을 그리거나 음식을 만들어요. R_ 토마소가 만든 리소토와 수타로 반죽한 파스타는 정말 맛있어요. T_ 사실이에요.(웃음) 로베르토는 정원을 관리해요. 조경에 관심이 많거든요.
숨 가쁜 패션 월드에서 당신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R_ 이번처럼 새로운 곳에서 패션쇼를 할 때면 사람들의 엄청난 집중력을 발견하게 되고 아쉬움이 남죠.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말이에요. 동시에 희망을 느끼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다음엔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힘이 빠지는 순간이자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 순간이죠. T_ 디자인은 더 많은 논의와 비평을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열정이 곧 우리의 원동력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서로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R_ 토마소는 이탤리언 특유의 사고를 해요. 다시 말해 감각과 직관이 뛰어나죠. 가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뇌 구조가 자유로워 디자인을 할 때에도 시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아요. T_ 로베르토는 매우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 역시 좋습니다. 식스 센스를 갖추어 적당한 순간에 적절한 감각을 표현하죠. 더불어 재해석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어떤 불가능한 제안을 하든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말거든요.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
사진 제공 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