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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서핑보다 파도 서핑

LIFESTYLE

전 세계 벤처 기업의 요람이 ‘계곡’에서 ‘해변’으로 옮아가고 있다. 이젠 실리콘비치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한 LA 베니스비치

최근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계곡’을 벗어나 ‘해변’으로 몰리고 있다. 전 세계 벤처의 메카로 군림한 ‘실리콘밸리’에서 나와 ‘실리콘비치’로 둥지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비치는 미국 LA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LA가 실리콘밸리에 이어 벤처기업 허브로 떠오르면서 생긴 별칭이다. LA에서 창업한 기업은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감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0대가 좋아하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 익명 메신저 위스퍼, 데이트 앱 틴더, 가상현실 기술업체 오큘러스 VR, 헤드폰업체 비츠 등 수많은 기업이 실리콘 비치 LA에서 입지를 다졌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LA 지역 벤처기업 800개가 2011년부터 유치한 벤처 투자액이 무려 13억 달러(약 1조43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업 데이터업체 컴퍼스도 LA를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IT 생태계가 발달한 지역으로 꼽았다. 실리콘비치의 장점은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발달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일례로 엔터테인먼트 관련 앱으로 개발한 서비스를 할리우드 스타와 결합해 퍼뜨린다든가, 그들의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리콘비치의 인기 요인은 벤처 창업 산실의 대명사 실리콘밸리 지역의 임대료와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이다. 실리콘밸리 업체 중 40%가 사업 운영비 증가와 밀집 현상 심화로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토지 임대료가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직원들도 더는 비싼 주거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엔 한국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도 실리콘비치로 날아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LA 샌타모니카와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에선 ‘한국 스타트업 기업 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우리 스타트업 10곳이 참여했다. 이들은 IT 기술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미국 투자자에게 소개했고, 미국 벤처 캐피털과 에인절 투자자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마찬가지로 매년 스타트업 8곳을 엄선해 투자 지원을 하는 어바인 시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계 미국인인 최석호 어바인 시장은 “미국에 진출하려면 정부의 도움뿐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킹 플랫폼을 활용해 다각도로 투자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스타트업과 LA가 상생하는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관한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의 오덕환 센터장도 꾸준히 해외 투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며, 미국 현지 전문가들과 교류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몰려 있는 할리우드 불리바드

LA 베니스비치 인근에 있는 구글의 ‘쌍안경 빌딩’

할리우드 산에서 내려다본 LA전경

이런 분위기를 진작에 파악한 이들은 얼마 전 LA에 한국 벤처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LA신한투자증권이 최근 한국의 파워데뷰인터내셔널(PDI)사와 합작해 세운 벤처기업 창업 지원 회사 인큐집(InQzip)이다. 이들은 앞으로 분기마다 3개 정도의 유망 벤처기업을 선정해 직원 채용을 포함, LA에서 회사를 1년 정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 10만~20만 달러를 한인 사회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LA신한투자증권 최을형 대표는 최근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수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한국 벤처기업 중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가 많지만 독자적으로는 이를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를 차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A에선 요즘 할리우드 배우들도 유행처럼 앱이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다. 제시카 알바와 케이트 보스워스, 메리 케이트 올슨 등이 벤처기업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현지 뉴스를 통해서도 여러 번 소개됐다.
그러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실리콘비치 부동산 가격도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타임>은 “LA 지역에 신생 벤처기업이 모이면서 부동산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비치로 불리는 LA 서부 지역 베니스비치와 팜스, 마비스타, 컬버시티의 경우 2007년 부동산 시장 거품이 빠지기 전 최고 수준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리콘비치가 지닌 장점이 유효하다. LA 지역 사무실의 넉넉한 사무 공간과 높은 천장, 큰 창문, 고풍스러운 벽돌담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며,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해변과 온화한 기후, 편리한 교통 또한 다른 도시에선 접하기 힘든 이곳의 이점이다. 물론 젊은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UCLA가 가까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리콘비치에 자리 잡은 벤처기업은 LA라는 대도시에 몰리는 자본과 할리우드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실리콘비치는 아이디어를 브랜드화하고 판매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IT 벤처기업을 위한 인재와 자금이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투자자가 모여들고,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면 천문학적 수익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굳이 정형화된 공간을 고집하지 않는다. 일하는 데 문제가 없으면 그만이다. 그만큼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지난 몇 년 구글과 페이스북도 실리콘비치에 새 사무실을 열었다.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스파크라이트의 마이클 웨어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와 인터뷰에서 “세계적 IT 기업이 입주하면 더 많은 인재가 몰려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퇴직하는 인재가 독립하면 창업 열풍이 더 거세질 거라는 설명이다. 이들 기업이 자리한 인근에선 이미 디즈니와 워너 브러더스 등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점점 더 많은 인재가 모일 전망이다. 웹 서핑보다 파도 서핑을 즐기고, 야자수와 바다의 석양을 즐기는 기술 관련 인재가 모이는 그곳, 바로 실리콘비치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하제헌(경제 전문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