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gerie for Ladies
평범한 화이트 셔츠와 데님을 입어도, 그 안에 근사한 란제리를 받쳐 입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샘솟은 적이 있을 것이다. 속옷은 그렇게 특별한 힘을 지녔다. 올여름엔 속옷을 제대로 입어 보디라인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보길.
백화점 매대 위 브래지어를 하나씩 쿡 찔러보고, ‘뽕’을 인심 좋게 채운 걸 집어 들고 말한다. “이걸로 80A 주세요!” 이것이 한국 여자들의 흔한 속옷 쇼핑 풍경. 하지만 속옷 쇼핑을 이렇게 대충 하는 여자도 속옷이 제2의 보디라인을 만들고 스타일링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열쇠라는 사실엔 토를 달지 못할 거다. 여자라면 누구나 속옷의 위력을 경험해봤을 테니까. 에디터도 그랬다. 출장 중 아장 프로보카퇴르 매장에 우연히 들렀을 때다. 매장 직원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는 내게 새빨간 홑겹 레이스 브래지어를 입어보라 권했고, 마지못해 그러기로 했다(사실 스칼렛 요한슨이나 입을 법한 속옷을 입으면 어떨지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코미디가 따로 없겠다 생각하면서 훅을 걸고 거울을 봤지만, 예상과 달랐다. 두툼한 패드도, 와이어도 없는 ‘천 쪼가리’ 하나 걸쳤다고 이렇게 가슴이 예뻐질 줄이야! 내 가슴이 ‘예뻤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수수한 차림으로 어딜 가도 당당할 수 있었다. ‘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이 더 아름다운 여자야!’라고 생각하며 우쭐하게 콧대를 세우는 기분이란! 자화자찬으로 들린다면 청담동에 곧 오픈하는 라 펠라나 아장 프로보카퇴르 부티크에 들러 꼭 한번 거미줄처럼 가늘고 얇은 레이스 브래지어를 입어보기 바란다. 왜 지금껏 예쁜 가슴을 괴롭히며 살았나 싶을지도 모르니. 속옷이 보일락 말락 노출되는 계절, 남들보다 속옷 맵시에 신경 써보자. 속옷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에도 은밀한 행복감을 주는 굉장한 의상이라고 미우치아 프라다도 말하지 않았나.
블랙 레이스 브래지어와 팬티는 Princesse tam·tam, 블루 파자마 재킷은 에디터 소장품
Light Bra Makes You Beautiful
속옷 중 가장 고르기 까다로운 브래지어에 대해 얘기해보자. 두툼한 패드를 장착한 푸시업 와이어 브래지어는 상체의 피로감을 가중시킨다. 소화와 혈액순환을 방해할 뿐 아니라, 심하면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상체 라인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가슴은 유동적 지방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작은 브래지어가 계속 압박하면 짓눌린 지방이 주변으로 흩어져 군살로 변하기 쉽습니다. 정사이즈보다 큰 브래지어를 입으면 가슴이 처지고요. 좋은 속옷은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감싸주기 때문에 하루 종일 착용해도 편안합니다.” 라 펠라 김유미 지사장의 설명이다. 패드가 없으면 작은 가슴이 더 부각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본인의 가슴 모양에 맞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패드를 넣었을 때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아름다운 가슴으로 보정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 올여름엔 가슴선을 예쁘게 정리하는 것은 물론 겉옷 위로 비쳐도 멋스럽고, 가슴에 부담을 주지 않는 홑겹 레이스 브래지어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이런 얇디얇은 브래지어를 보고 우리는 가슴이 작아 보이지 않을까, 유두 라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럴 땐 봉제선이 유두 주변에 위치한 걸 고르면 라인이 드러나 민망해할 일이 없다고 바바라의 박성순 과장은 설명한다(정 불안하다면 니플 커버를 붙이는 방법도 있다). 이런 타입의 브래지어는 80A, 75B, 80B 사이즈에서 가장 예쁜 피트를 보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홑겹 브래지어는 영 자신 없다고? 마르고 빈약한 상체의 경우 사선 형태로 가슴을 반만 감싸는 데미컵, 가슴 밑을 수평으로 받쳐주는 하프컵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패드 없이도 가슴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인다. 가슴이 풍만한 편이라면 가슴선을 그대로 감싸는 풀컵 레이스 브래지어가, 양옆으로 벌어진 가슴에는 가슴을 모아주는 저중심 브래지어가 특효다.
실크 브리프는 La Perla, 화이트 스타킹은 Agent Provocateur
Young and Toned Hip
팬티의 종류에 따라 엉덩이가 바짝 업된 것처럼 탄력 있어 보이기도 하고, 유독 납작하고 처져 보이기도 한다. 어떤 팬티를 입으면 엉덩이가 예뻐 보일까? 정답은 라이크라(lycra) 브리프. 레이스나 일반 면보다는 엉덩이를 탄력 있게 받쳐줄 수 있는 라이크라 소재, 엉덩이를 감싸는 면적이 넓은 브리프 타입 팬티가 복숭아처럼 봉긋하게 올라붙은 히프 라인을 만든다. 아장 프로보카퇴르의 임아름 과장은 이런 브리프를 입을 경우 헴라인을 레이스로 처리하거나 봉제선이 없는 것을 선택해야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부분이 울퉁불퉁해 보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히프에 볼륨감이 적당하다면 흔히 T팬티라고 부르는 통(thong)을 입으면 타이트한 겉옷을 입어도 라인이 매끄럽고 움직임도 섹시해 보인다.
촘촘한 레이스가 고급스러운 뷔스티에는 La Perla, 실크 팬티와 홀드업 스타킹은 L’Agent, 새틴 슬리퍼는 Fleamadonna.
Wear Lingerie Stylishly
브래지어와 팬티, 스타킹을 동시에 입으면 밴드가 닿는 부분마다 울룩불룩 살이 튀어나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럴땐 브래지어와 웨이스트 니퍼, 팬티가 하나로 연결된 올인원 보디슈트를 착용하면 속옷과 속옷 사이의 군살을 잡아 보디라인을 날렵하게 정돈할 수 있다. 브래지어의 밑가슴 둘레가 타이트하면 등과 겨드랑이 살이 튀어나와 부각될 수 있으니 브래지어의 가슴둘레가 적당한지도 꼭 체크해야 한다. 스타킹은 허벅지 3분의 2 지점까지 올라오는 홀드업(hold-up)을 신어 허리 라인에 자국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데, 허벅지 피부에 닿는 스타킹 밴드의 안쪽을 실리콘 처리해 흘러내리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배와 허리 주변에 군살이 많다면 가슴까지 올라오는 클래식한 코르셋, 허리 부분만 탄탄하게 잡아주는 와스피(waspie)를 입는 것도 방법. 라인을 날렵하게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름옷은 소재가 얇고 신체 노출이 많아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속옷 선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속살이 비칠 정도로 얇은 옷을 입을 때는 겉옷과 상반되는 컬러의 속옷을 입는 것이 세련돼 보여요. 블랙 시스루 블라우스 안에 독특한 디자인의 블랙 레이스 브래지어처럼 마치 하나의 옷을 입은 것처럼 연결감을 주는 것도 재미있죠. 뷔스티에나 캐미솔 위에 시스루 카디건이나 재킷을 매치해보세요. 이렇게 섹시한 란제리를 단순히 이너웨어로만 활용하기엔 아깝지 않나요?” 라 펠라 김유미 지사장의 란제리 스타일링 팁이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박지홍 모델 알리나(Alina) 헤어 윤성호 메이크업 서은영 소품 협찬 한사토이 어시스턴트 윤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