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Anne Hathaway
디자이너 고태용은 어려서부터 ‘옷장’을 좋아했다. 옷을 보관하는 장소면서 그 사람의 숨겨진 무엇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누구의 옷장이 궁금할까? 고태용의 클로짓을 예술적 영감으로 빼곡히 채워 그를 혼미하게 뒤흔드는 뮤즈, 앤 해서웨이다.

스크린에서 이상형을 찾다 앤 해서웨이를 처음 본 것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였다. 영화를 보자마자 나는 예상 밖으로 영화 속 그녀의 스타일보다 그녀의 얼굴에 매료되었다. 단호하다가도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 같은 큰 눈, 크림만 바른 것 같은 보송보송한 피부, 웃으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입. 이 모든 뷰티 포인트는 내가 그동안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온 미모에 완벽하게 부합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 촌스러운 어시스턴트로 분한 그녀조차 내 눈엔 청초하게만 보였다. 물론 그녀가 패션계에 스며들며 완벽하게 드레스업했을 때는 정신을 못 차렸지만. 그 후 그녀는 청순함과 섹시함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여자의 변신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일깨워주는 뷰티 뮤즈가 되었다.
자신을 신뢰하는 배우 그녀의 데일리 룩은 내추럴하고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늘 세련된 한 끗을 잊지 않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그 어떤 새로운 스타일도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소화한다. 영화 <원데이>에서 순수하고 지적인 작가 에마 역으로 ‘앤 해서웨이표 로맨스’를 구축하더니,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역대 최고로 매혹적이고 위험한 캣우먼으로 둔갑했다. <레미제라블>에 캐스팅되면서 그녀는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절대적 아름다움이 무기인 여배우에게 그 결정은 얼마나 많은 용기와 결단력을 필요로 했을까. 머리칼이 잘려 앙상한 몸이 부각된 극중 판틴이 ‘I Dreamed a Dream’을 간절하게 부를 때는 마음이 먹먹할 정도로 몰입했다. 변화를 겁내지 않는 그녀에게 선물하고 싶은 옷은 편안한 스웨트 셔츠다. 스크린 밖의 그녀는 수수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이므로. 10대 소녀처럼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짓는 앤이 록 밴드 그래픽 스웨트 셔츠를 드레시한 스커트나 레더 팬츠와 믹스 매치한 모습을 상상하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1 풍성하고 짙은 속눈썹을 번짐 없이 유지하는 Lancome 이프노즈 스타 마스카라
2 록 스타 도그를 프린트한 Beyond Closet 스웨트 셔츠
3 장밋빛 뺨과 입술을 표현하는 Bobbi Brown 팟 루즈 포 립스 앤 치크 #10 로즈
4 생크림 같은 텍스처가 피부 깊숙이 수분을 전달하는 La Mer 크렘 드 라메르
큼직한 이목구비를 선하게 바꾸는 눈매 앤 해서웨이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옅게 해 잡티가 살짝 비치는 말간 피부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남자인 내가 볼 때는 사슴처럼 또렷한 눈망울 덕분에 별다른 메이크업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그녀는 브라운 섀도로 아이홀에 음영을 주는 메이크업을 즐긴다. 연갈색 동공, 초콜릿 컬러의 갈매기 눈썹과 통일감을 이뤄 눈매가 더 깊어지더라.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뷰티 포인트는 속눈썹과 입술! 그녀는 언제나 속눈썹 컬링에 공을 들인다. 위 속눈썹보다 눈에 띌 정도로 숱이 많고 긴 아래 속눈썹은 눈 밑에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이 속눈썹이 처진 눈꼬리와 만나 자칫 강해 보일 수 있는 커다란 눈이 친근하게 중화되는 것 같다. 뺨과 입술을 로즈나 피치 계열로 붉게 물들이는 날이면 10대 소녀처럼 발랄하기 짝이 없다. 그녀는 이렇게 무수한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모두 인지하고 있을는지.
Ko Tae Yong 디자이너 고태용은 2008년 27세의 최연소 나이에 데뷔, 2013년 9월에 뉴욕 컬렉션에 진출했다. 그가 전개하는 비욘드 클로젯은 클래식과 빈티지를 베이스로 하나 고루하지 않다. 위트 넘치지만 유치하지 않다. ‘Last Military Leave’를 테마로 마지막 휴가를 나온 군인을 프레피 무드로 표현한 2014년 F/W 컬렉션이 궁금하다면 웹사이트(www.beyondcloset.com)를 방문하길.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글 고태용 사진 이상규 일러스트 김상인